공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무엇일까? 지겨움, 힘듦, 압박감 등등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바라는 만큼 성적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해보기도 전에 이런 두려움 때문에 공부를 외면하고 만다.

농구 선수를 꿈꾸며 중학교 내내 농구만 하다가 고등학교 때 갑작스레 공부로 진로를 틀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수석 합격(19학번 수시전형)한 김규민 학생.
규민 학생의 원래 꿈은 농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중학교 내내 새벽 6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오로지 농구만 했다. 연골이 닳아 40대라는 판정을 받았고 상대편 선수의 손가락에 눈이 찔려 피가 나기도 했으며 매일이 온몸이 찢어지게 힘들면서도 농구선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지치지 않게 했다. 그러다 농구부 입단테스트를 앞두고 키가 5cm정도 작다는 이유로 입단이 거절되면서 농구를 그만두게 되었고 그때부터 고1 가을까지 방황했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 속에서 우연히 의료난민에 관한 방송을 보고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된 규민 학생은 농구에 빠졌듯 무섭게 공부에 빠져들어 결국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게 되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지만 서울대 의대에 수석 합격한 그를 보고 다들 타고난 천재라고 말하지만 결코 아니었다. 무엇보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 규민 학생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그만큼 공부하고도 성적이 이 정도밖에 안 되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이었다. 한번 의심이 들자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가 실패하면 완전한 패배자가 될 것 같아 노력하는 것조차 망설여졌다. 그랬던 그를 잡아주었던 것은 무엇일까?

사람은 살면서 실패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실수와 결점을 인정하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이들도 있지만 실수를 무능으로 여기고 피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공부를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아예 공부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학생들도 있다.
사회에 나와서도 재학시절 내내 좋은 성적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실체가 들통나지 않을까 초조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규민 학생도 이런 불안과 의심을 이겨내는 것이 첫 번째 난관이었다.
“원하는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의사가 되고자 하는 결심이 흐트러지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불안까지 받아들이고 한번 해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고교 2학년 때 1등이라는 성적표를 받기 전까지 규민 학생이 가장 많이 경험했던 것은 무수한 실패의 순간이었다. 기초가 부족했던 탓에 수학 개념 잡기가 힘들어 문제를 풀다 막히는 순간이 자주 생겼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 보관하고 있던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다시 펼쳤다. 수학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식을 외우는 걸로 대체하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또 걸리는 순간이 반드시 또 찾아온다. 삼각비에서 막혔다면 중학교 교과서를 펼쳐 삼각형의 성질과 비례식을 살펴봤고 완전히 이해되지 않을 때면 초등학교 교과서를 펼쳐 도형과 선의 정리를 다시 공부했다.

고2에 초등학교 교과서를 펼친다는 게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기본은 쉬운 거라며 등한시했던 개념들이 어찌나 많던지. 각이 도형인 줄 몰랐고 직선의 정의와 선분의 정의도 몰랐다. 약수와 배수가 자연수 범위가 아닌 정수에서 정의된 것이라는 사실도 몰랐고 -11을 4로 나눈 나머지는 1이라는 것조차 몰랐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개념들을 뿌리부터 허물고 다시 쌓으며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성적은 점점 상승했다. 반에서 중간 정도로 시작했던 성적은 10위권까지 올라왔고 그 자신감으로 새벽 6시부터 늦은 시간까지 허물기 공부법으로 밀어붙이자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갔다.

당시 매일 밤 잠들기 전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오늘 하루를 100번 다시 산다고 해도 단 1초라도 열심히 살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때나 지금이나 “100번, 1000번을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단 1초라도 더 열심히 살 수 없다”였다. 재고 따지지 않으며 기본부터 온 마음으로 공부한 결과 여름방학을 지나면서 성적은 비약적으로 상승해 마침내 1등을 하게 되었다.


“농구만 했는데 갑자기 공부한다고 될까?”, “막상 공부했는데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공부를 외면하고 말았다면 어땠을까? 목표를 이루거나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려면 누구나 시행착오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자신의 무능이 들통났다고 여기지 않을 때 바로 성장한다. 넘어지고 실패하면서 실수 가득한 시간이 결국 공부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