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겨에서 실리카를, 레몬껍질에서 레진을 추출하는 미쉐린은 단순 타이어 회사가 아니라 복합소재 기업입니다"
씨릴 로제 미쉐린그룹 기술·과학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지난 22일 태국 사라부리주 농캐에 위치한 미쉐린타이어 생산 공장에서 열린 '미쉐린 비욘드 퍼포먼스 2025' 행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쉐린 타이어의 친환경 소재 전략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로제 책임자는 친환경 소재 혁신과 재활용 체계, 탄소 저감 전략, 산업 협력 방향 등 미쉐린의 미래 전략 전반을 공유했다. 그는 "소재 혁신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이동의 출발점"이라며 "미쉐린은 타이어 기업을 넘어 복합소재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기초과학 투자와 외부 파트너십으로 소재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쉐린은 현재 타이어 원료의 약 31%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했으며, 2030년 40%, 2050년 100% 달성을 향해 로드맵을 진행 중이다. 이 로드맵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기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단계별 실행 전략을 세운 것이다. 미쉐린은 200여개의 타이어 구성 소재를 분석해 대체 가능성과 기술 성숙도를 구분하고, 열분해·화학 재활용·바이오 기반 기술을 병행하는 복합 구조를 구축했다.
핵심은 석유계 원료의 대체다. 미쉐린은 효소 기반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가진 프랑스 화학기업 카비오스(Carbios)와 손잡고, 플라스틱을 원료 단위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공정을 상용화했다. 동시에 농업 폐기물과 천연 부산물에서 얻은 바이오 소재를 타이어 원료로 전환하는 시도도 병행 중이다. 이런 접근은 기존의 '재활용 중심' 개념을 넘어, 자원 자체의 순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열분해 기술을 활용한 폐타이어 재활용도 이미 실험 단계를 넘어섰다. 미쉐린은 폐타이어를 열분해해 얻은 카본블랙과 오일을 다시 제조 공정에 투입하고, 석유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부산물 재활용 체계를 확립했다. 이 방식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모든 원료가 대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쉐린 내부 분석에 따르면 타이어 전체 구성의 1% 미만에 해당하는 항산화제는 여전히 대체가 어려운 소재다. 항산화제는 고무의 균열을 막고 내구성을 유지하는 핵심 물질로, 안전성 확보와 직결된다. 미쉐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들과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항산화제 대체소재 개발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친환경 기술의 상용화에는 소비자 인식 개선도 필수 조건이다. 로제 책임자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타이어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제 구매에서는 여전히 가격과 내구성을 우선한다"며 "미쉐린은 유통망과 정비 네트워크를 활용해 친환경 타이어의 효용을 직접 설명하는 교육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활동은 회전저항이 낮은 타이어는 연료 절감과 전기차 충전 횟수 감소로 이어지고, 분진이 적은 제품은 도심 대기질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형식"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와의 기술 공유에도 적극적이다. 미쉐린은 업계 안전 기준, 트레드 디자인, 일부 비독점 재활용 기술을 공개해 전 세계 타이어 산업의 환경 기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로제 책임자는 "브리지스톤과 함께 타이어 재활용 기술 표준을 만들고 있으며, 카본블랙 품질 기준을 공동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자동차 업계가 3점식 안전벨트를 공유해 전체 안전성을 높였듯, 타이어 산업도 협력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반 기술의 확장도 지속가능성의 한 축이다. 미쉐린은 전 세계 도로의 접지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디지털 트윈(가상 복제 시스템)으로 타이어 마모와 마찰 특성을 시뮬레이션한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까지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로제 책임자는 "2050년 100% 친환경 타이어는 선언이 아니라 과학적 목표이고, 기술 혁신과 산업 협력, 소비자 인식 개선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며 "한국은 전동화 속도와 기술 수용도가 높아 미쉐린의 친환경 혁신을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