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마라톤 완주후기

10달 전 추첨에 당첨되고 이게 진짜인가? 기대기대 했던 시카고 마라톤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가족들이 흔쾌히(?) 보내줘서 무사히...) 

저는 5시간 완주기록 대회는 커트라인이 아슬아슬한 90kg대의 러너입니다. 

22년 JTBC가 PB 5:00:25였구요.. 23 춘마는 5:40 정도 찍었습니다. 

대회는 일요일, 저는 토요일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에서 가는 비행기가 대한항공 KE037 하나라서 9:30정도에 도착합니다.)

입국심사 1시간 기다리고 부랴부랴 옷 찾는 Expo 라는 행사장에 도착하니 12시 

안에 뭐 많이 파는데 너무 힘들어서 제대로 구경 못했어요 

(경험해보니 대회 바로 전날 도착은 너무 힘들고 도시 구경도 불가능하니, 가능하면 이틀/사흘 전에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시차때문에 정신없이 잠들고 새벽에 깨서 달리기 준비를 합니다. 

시카고마라톤 제휴 호텔 (Hyatt Mccormick (Expo장에 붙어있는 호텔) 에서 셔틀을 제공해줘서 6:00 정도에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우리나라랑 달리, 배번이 있어야만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참가 인원이 수만명에 해당하는데, 장소는 그만큼 넓긴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길게 뛰면서 몸을 풀만한 장소는 없구요 

화장실이 거의 100개 가까이 해놨는데도 화장실 줄 서는게 제일 일입니다. 

저도 목마르면 안된다고 해서 물 많이 마셨는데, 화장실 두 번 갔다오느라 30분 이상을 써버렸습니다. 

(돈을 추가로 내면, 패스트 트랙 area라고 해서 여유있는 화장실과 짐 보관을 해주는 곳을 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뭐가 했는데 시작 전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옵션이더군요) 

미국인을 제외하고 보면, 중남미 부자들이 엄청 많습니다. 중국인들도 생각보다 많이 보이구요.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오신 분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한국 분들은 생각보다 많이 않았어요.   

7:00 에 엘리트, 바로 이어서 1조 출발... 기록을 낸 것에 따라 1조 2조 3조로 나눠서 30분정도 간격을 두고 출발시키는데 

저는 당연히 3조였습니다. 8시 40분정도에 출발했어요  

출발하자마자 느끼는... 응원하는 시민 분들의 열기 42km 내내 옆에 사람이 없는 곳이 거의 없어요. 지금 지역 뉴스에 

200만명정도가 가로변에서 응원했다고 기사가 나오네요 (지역 NBC 시카고가 메인 스폰서입니다) 

그냥 이 도시 전체가 마라톤 대회를 생각하는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같이 참여하는 동네 잔치, 딱 그 느낌입니다. 

미국인들이 이렇게 친절한 존재였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아 이 동네는 백인 거주지역, 이동네는 흑인 거주지역, 여기는 차이나타운... 나와서 응원하는 동네 사람들로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에요 

(거의 부동산 임장 느낌... 그만큼 동네마다 분위기도 많이 다릅니다) 

또한 물을 주는 곳이 거의 매 마일 (1.6km)마다 있어요. 우리나라처럼 5km에 한 번씩 아니에요 화장실이 거의 10개씩 있구요 (물론 이동식(무림)입니다)

저도 전체 코스 중에 3번 이용한 것 같네요. 30km 이후에는 에너지젤도 그냥 막 줍니다. 

뛰면서 보급 걱정은 안 한 것 같습니다. 제 실력만이 문제였지요. 

코스 너무 좋습니다. 내리막 오르막이라는게 거의 없어요 (역시 천조국은 땅부터 사기맵) 

나름 20km까지는 PB (2:10)를 기록했지만 아니나다를까 25km 부터 다리가 잠겼고 

평소에는 아프지 않던 왼쪽 중족골 통증이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아까 위에 바로 대회 전날 오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확실히 30km 이상에서 몸이 내몸같지 않다는 느낌 

심지어 졸리기까지 했습니다. 시차때문에요

그럼에도 기록은 5:35분... 춘마보다는 다소 나아진 기록이었습니다. (처음 20km 뛰고서는 sub 5도 욕심 냈는데 택도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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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골인지점... 찍어봤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골인 후에 호텔에 돌아왔는데 (1시간 정도 지났음) 여전히 길을 막아주고 있으며 

100kg가 족히 넘어 보이는 러너들도 열심히 걷뛰걷뛰하면서 완주를 향하고 있었고, 경찰들이 오히려 응원해주는 장면...

많은 일반인들도 도전해볼 수 있게 해주는 문화가 가장 부러웠습니다. 

아마도 6시간 이상 길을 막아도 그것을 받아들이다 못해 함께 응원해주는 도시의 문화 (공식 커트라인은 6시간 30분입니다)

또한... 도시의 엄청난 관광산업이기도 하구요 (대회 3일 전부터 전날까지 무조건 직접 와서 배번을 찾아야 합니다. 남의 것 대신 찾아주는 것 엄격히 금지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시카고에 와서 먹고 자고 하는 모든 것이 도시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되겠지요

지금 여기는 월요일 새벽이고 곧 공항으로 갑니다. (휴가를 길게 내지 못했어요)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기억을 새기고 귀가합니다. 

시카고 마라톤이 그나마 다른 6대 메이저 대회에 비해서 추첨 당첨율이 높다고 하네요. 

도시를 뛰면서 돌아보니, 생각보다 매력적이고 관광할만한 도시입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