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서 올해 딥페이크 학교폭력 24건…'전수조사' 목소리도
경남지역 한 중학교 남학생들이 또래 여학생들을 상대로 첨단조작기술(딥페이크)을 쓴 불법합성물을 만들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교육청은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 선도조치에 들어갔다.
전국적으로 유사한 디지털 성범죄가 잇따라 드러나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퍼지자 정부와 국회도 실태 파악과 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가해 학생 6명·피해 학생 12명 = 27일 경남교육청은 한 중학교 남학생들이 3월 말 텔레그램 단체방을 만들어 졸업앨범 속 여학생들의 사진 등을 쓴 불법합성물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가해 학생은 중학교 1학년 남학생 6명, 피해 학생은 4개 중학교 1학년 여학생 12명으로 파악됐다.
가해 학생이 불법합성물이 있다는 사실을 선배에게 이야기하면서 7월 말 학교와 교육청이 이 사안을 처음 알게 됐다. 같은 달 26일 도교육청은 접촉·보복행동 금지로 가해 학생 긴급조치를 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이후 관련 학교 교육, 피해 학생 측 보호자와 면담으로 심리 상담·치료 지원을 안내했다.
이달 중순에는 전자 법의학(디지털 포렌식) 수사로 불법합성물 사진 10여 장을 확인해 모두 삭제했다. 외부로 유출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피해 학생 모두 정상 등교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일부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으나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피해 학생 의사를 확인했다. 지역 교육지원청은 29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 선도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도교육청은 모든 학교에 '디지털 성폭력 엄정 대처'를 주문하는 공문을 보냈다. 전수조사, 가정통신문·문자 발송, 피해 사실 확인 때 즉시 신고 등을 당부했으며 수사·삭제·심리·법률 지원 등 피해자 보호 제도 또한 안내할 계획이다.
28일에는 모든 학교장을 대상으로 지역 교육지원청별로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예방 긴급회의를 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교육청은 경남자치경찰위원회-경남도-경남경찰청과 디지털 성범죄 대응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9월에는 예방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고, 존중의 약속 만들기 써클(공동체 구성원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대화하는 방식)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경남서 24건…법제도 개선 시급 = 올해 도내 18개 교육지원청이 심의한 학교폭력 사건 가운데 딥페이크 관련 사안은 24건이다. 중학교 13건·고등학교 10건이며 초등학교도 1건이 있었다. 지역별로는 창원·진주·김해 각 5건, 통영 4건, 거제 2건, 사천·함안·하동 각 1건이다.
도교육청은 교원단체 제보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는 딥페이크 피해 학교 명단도 확인했다. 경남지역 학교는 20여 곳이었다. 27일 도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긴급 공문을 보내 28일까지 피해 사실 등을 취합해달라고 요청했다.
가해 학생 대부분은 앱을 이용해 불법합성물을 제작했다. 도내 사례에서는 복수의 앱이 쓰였다. 다만 도교육청은 앱 제작 업체로 학생 접근 제한 또는 차단을 요청한 적이 없다.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는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앱으로, 합성물이 조악한 수준이지만 피해 학생이 느끼기에 심각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업체 쪽으로 협조 요청이 없었지만, 딥페이크 관련 범죄가 계속되는 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적발된 불법 합성물 관련 사건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남경찰청은 불법 합성물 관련 사건이 2022년 1건(검거 1건)에서 2023년 10건(검거 7건), 2024년 8월 기준 18건(검거 1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불법 합성물 관련 사건 10건이 검찰로 넘어갔고, 이 가운데 8건은 미성년자가 저지른 사건이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불법 합성물 관련 범행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가해자가 미성년자면 동급생이나 학교 선후배 등 또래를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도 미성년자였다"라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의 전국 초중고 불법합성물 성범죄 실태 파악과 전수조사, 학교 구성원 대상 불법합성물 성범죄 대응 지침과 근절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국가 차원 피해 신고 절차·지원책 마련, 인공지능(AI)·딥페이크 기술에 청소년 접근 제한 논의와 담당 부서 편성을 요구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피해자 신고 창구를 만들고, 학교 밖 청소년, 졸업을 앞둔 학생 등도 충분히 지원하는 등 공백 없는 피해자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어 법 개정도 시급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인공지능 기술을 써서 만든 가상 정보에는 가상 정보임을 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고 유통될 때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곧장 그 정보를 삭제하게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김승수 의원 등 11명 발의)을 논의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철저한 수사와 교육 방안 마련 등 딥페이크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이동욱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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