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김장하는 날 며느리가 아침 일찍 와서 일을 거들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난 뒤 며느리가 갑자기 말없이 먼저 가 버렸습니다.남은 배추를 버무리면서 저는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며느리에게서 온 문자를 읽고 그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먼저 떠난 며느리
며느리는 점심상을 치우고 나서 급한 일이 생겼다며 서둘러 나갔습니다.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현관문이 닫혔습니다. 아직 절인 배추가 절반이나 남아 있던 때였습니다. 저는 힘들어서 그러나 싶어 섭섭한 마음을 애써 눌렀습니다. 그날 밤 허리를 두드리며 남은 김장을 겨우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의 문자
다음 날 아침 며느리에게서 긴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친정어머니가 그날 혼자 김장을 하신다는 걸 뒤늦게 알고 급히 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이 몇 번이나 적혀 있었습니다. 혼자 남겨진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문자를 읽고 나서야 며느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건넨 제안
문자 끝에는 며느리의 조심스러운 제안이 하나 적혀 있었습니다. 내년부터는 두 어머니가 함께 모여 김장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문장을 읽고 한참 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서운함을 품고 있던 제가 오히려 부끄러워졌습니다. 저는 사돈께 먼저 전화를 걸어 내년 김장 날짜를 함께 잡았습니다.

서운한 마음은 상대의 사정을 알고 나면 금세 고마움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며느리가 먼저 자리를 뜬 것은 또 한 분의 어머니를 향한 마음이었습니다.오늘은 서운했던 일이 있다면 상대의 사정을 한 번 더 헤아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생각보다 따뜻한 이유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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