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여년간 2000원 유지한 ‘송해 단골’ 우거지국밥집도 못 피해 간 고물가

김양혁 기자 2023. 11. 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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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쌀쌀해진 날씨에도 이곳을 찾은 노인들은 야외 의자 모여 앉아 장기와 바둑을 두며 소일하고 있었다.

10년 단위로 500원씩 가격을 올렸던 이곳이 2년간 연이어 국밥 가격을 500원씩 올린 건 가게 문을 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수십 년 동안 이곳에서 음식점을 해왔다는 어르신은 "원래도 별로 남는 건 없었지만, 음식 재료 값이 계속 오르는데 밑지는 장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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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성지’ 탑골공원도 고물가에 가격 인상
10년마다 한 번씩 올리던 밥값 2년새 2차례 올라
그나마 주류 값은 수년째 유지 중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장기와 바둑을 두고 있는 어르신들. /김양혁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쌀쌀해진 날씨에도 이곳을 찾은 노인들은 야외 의자 모여 앉아 장기와 바둑을 두며 소일하고 있었다.

‘노인들의 성지’라 불리는 탑골 공원 일대 식당들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저렴해 퇴직 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고연령층도 큰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3000원짜리 해장국에 소주 한 병을 마셔도 고작 6000원. 서울 도심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방송인 이상민과 탁재훈이 이 지역 한 식당에서 ‘1인당 1만원’으로 식사뿐 아니라 막걸리까지 즐긴 모습이 올해 초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가성비 좋은 식당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내 한 식당. /김양혁 기자

그러나 탑골공원 식당들 역시 최근엔 빠르게 치솟는 물가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추세다. 국민 MC였던 원로 방송인 고(故) 송해씨가 자주 찾아 ‘송해 국밥’으로도 불렸던 이 지역 한 인기 식당의 우거지얼큰국은 최근까지 줄곧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결국 치솟는 물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12년 만에 2500원으로 가격을 올렸고, 올해 다시 500원을 올려 지금은 3000원이 됐다. 10년 단위로 500원씩 가격을 올렸던 이곳이 2년간 연이어 국밥 가격을 500원씩 올린 건 가게 문을 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 해에 500원씩 오르는 인상 폭은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고연령층에는 부담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탑골공원으로 자주 나온다는 박무열씨(72)는 “다른 곳과 비교하면 가격이 저렴한 건 맞지만, 해마다 가격이 오르니 여기도 언제까지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내 한 식당. /김양혁 기자

인근에서 돼지국밥, 각종 해장국, 반계탕(반 마리 삼계탕)과 같은 메뉴를 파는 다른 음식점들 역시 사정은 엇비슷하다.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1000원이 올라 대략 3000~7000원에 판매 중이다. 수십 년 동안 이곳에서 음식점을 해왔다는 어르신은 “원래도 별로 남는 건 없었지만, 음식 재료 값이 계속 오르는데 밑지는 장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토로했다.

음식값이 소폭 오르는 가운데 그나마 술값은 수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이 일대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겐 작은 위안이다. 탑골 공원 일대 식당에서 팔리는 막걸리는 2000원, 소주는 3000원, 맥주는 4000원이다. 소주 한 병에 9000원을 받기도 하는 강남 식당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가격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술값은 제조사 출고에서부터 각 유통 단계를 거치며 마진이 붙는데,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최종가격은 식당이 책정한다”며 “결국 얼마를 남기는지 결정하는 건 식당의 몫”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내 한 식당. /김양혁 기자

김상훈(74)씨는 “음식값이 올라도 아직 끼니에 소주 한 병까지는 1만원에 해결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식사와 반주(飯酒)를 마친 어르신들은 인근 자판기로 향한다. 입가심을 위한 디저트로 300원짜리 커피를 뽑아 먹기 위해서다. 자판기 앞에는 쌀쌀한 날씨 몸을 녹일 커피 한잔을 뽑으려는 어르신들이 줄지어 섰다. 하지만 커피 역시 줄줄이 오르는 물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2년 전만 해도 200원이었던 커피 값도 100원이 올라 300원이 됐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내 커피자판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김양혁 기자

최영식(69)씨는 “50%나 올랐지만, 자판기 커피가 이곳에서 가장 부담 들이지 않고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식음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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