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도 푹 빠진 그 운동, 피클볼
라켓 스포츠의 계절이 다가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탁구와 테니스, 배드민턴의 재미만 모은 새로운 라켓 스포츠, 피클볼 열풍이 불고 있다.
요즘 가장 핫한 운동은 단연 피클볼이다. 미국 스포츠피트니스산업협회는 최근 ‘미국 내 급성장한 스포츠’ 1위로 피클볼을 꼽았다. 팬데믹 기간에 야외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쉬운 운동으로 각광받으며 수요가 늘었고, 그 결과 미국 피클볼 인구는 2019년 350만 명 수준에서 2022년 890만 명으로 급증했다.
한국에서도 피클볼 열풍이 심상치 않다. 도입 초기 100여 명이던 국내 피클볼 인구는 현재 3000명으로 늘었다. 빌 게이츠가 50년간 즐긴 운동으로도 알려진 피클볼. 대한피클볼협회 윤용진 회장과 최명경 사무총장을 만나 피클볼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피클볼은 어떤 운동인가?
테니스나 배드민턴, 탁구처럼 네트가 있는 코트에서 구멍 뚫린 공과 납작한 모양의 라켓(패들)을 이용해 플레이하는 스포츠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명됐고, 한국에는 2016년경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긴다.
피클볼을 언제 처음 접했나?
1986년도부터 10년 정도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피클볼을 치는 것을 자주 봤다. 한국에는 피클볼이 알려져 있지 않은 시기이다 보니 공과 패들이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 때는 학생들이 테니스 라켓과 공이 없어 비슷한 도구로 연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2016년에 ‘피클볼’이라는 명칭을 처음 접했고, 내가 본 것이 정식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피클볼을 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피클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6년 도입 이후 팬데믹을 거치면서 점차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운동을 할 수 있는 데다 가족과 함께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국내에는 시도별로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동호인은 등록된 인원만 3000명 정도 된다. 전용 구장도 설치되고 있다. 이미 강동구와 청주에 전용 구장이 생겼고, 구장 신설과 관련해 협회와 논의 중인 곳도 있다.
테니스와는 무엇이 다른가?
라켓을 사용하는 스포츠라는 점과 플레이 방식은 비슷하나 라켓과 공의 형태가 다르다. 피클볼 라켓인 ‘패들’은 납작한 탁구채처럼 생겼고, 공은 구멍이 뚫려 있다. 코트 규격도 다르다. 피클볼 코트는 배드민턴 코트와 비슷한 크기다. 테니스 코트 하나로 피클볼 코트 네 개를 만들 수 있다. 네트 높이는 테니스보다 낮다.
피클볼은 테니스보다 덜 격렬하다. 랠리가 길고 공이 빠르지 않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모든 서브가 언더핸드 모션으로 이루어지고, 네트 앞에는 논 발리 존이 정해져 있어 이곳에서 스매시를 할 수 없다.
피클볼의 매력이 궁금하다
규칙이 간단하고 안전하며, 장비가 저렴해 경제적 부담이 적다. 테니스나 배드민턴, 탁구를 한 번이라도 쳐봤다면 5분 이내에 바로 시합을 할 수 있다. 라켓 운동을 해본 적이 없더라도 한 시간 이내에 랠리를 할 수 있다. 직접 공을 맞더라도 부상이 적고, 네트 앞에 논 발리 존이 있어 상해를 입을 확률도 낮다.
바닥 재질에 제한이 없어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테니스장이나 배드민턴장, 심지어 농구장에서도 피클볼을 칠 수 있다. 특히 배드민턴장에서는 논 발리 존을 위한 선 두 개만 그려주면 바로 피클볼 코트가 완성된다. 네트를 설치하기도 매우 쉽다. 테니스는 기둥을 땅에 박아야 하고, 배드민턴은 기둥을 박을 필요는 없으나 기둥 자체가 상당히 무겁다. 하지만 피클볼 네트는 돌돌 말아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휠체어를 타고도 피클볼을 칠 수 있다고 들었다
피클볼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선수들을 위한 맞춤형 규칙이 있다. 기본적으로 테니스처럼 바운드 한 번에 상대 코트로 공을 돌려 보내야 하지만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공이 두 번 바운드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또 발리를 할 때 논 발리 존으로 휠체어의 앞 바퀴가 들어가도 된다는 규칙도 있다.
피클볼이 관계 맺기에 탁월한 스포츠인 이유는 무엇인가?
피클볼은 룰 자체가 공격적이지 않은 데다 매우 신사적인 종목이기 때문에 사교에 더없이 좋은 스포츠다. 피클볼 경기에선 심판이 없는 상황에서 라인의 인-아웃 판정이 불확실할 경우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콜을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러면 상대방에서는 그 경기를 무효로 하고 다시 플레이할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득점했더라도 파이팅을 외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금물이다. 중간에 다른 코트의 공이 들어왔거나 방해 요인이 있을 경우에는 승패 여부를 가리지 않고 경기를 리플레이한다.
경기장의 규격 역시 플레이어들이 관계를 맺는 데 영향을 준다. 경기장 사이즈가 작으면 작을수록 플레이어 간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피클볼 경기장은 탁구대보다 크지만 테니스장이나 축구장, 야구장보다는 작다. 넓은 경기장을 쓰는 종목보다 관계 맺기에 훨씬 유리하다.
피클볼의 운동 효과가 궁금하다
전신운동이기 때문에 몸 전체가 단련된다. 코트 안에서 전후좌우로 움직여 심폐 기능도 향상된다. 그뿐 아니라 피클볼은 눈-손-도구 협응 능력을 향상시켜 두뇌 발달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눈-손-도구 협응 능력이란 눈과 손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 능력이다. 쉽게 말해 시각적 자극을 기반으로 특정한 작업을 집행하기 위해 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뇌가 자극을 받는 것인데, 실제로 어린아이나 노인들의 뇌 운동 촉진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피클볼은 바운드를 기다린 뒤에 공격 위치를 결정하는 시간이 테니스나 배드민턴보다 짧다. 빠른 시간 내에 공의 궤적을 눈으로 확인하고 공격 위치를 정한 뒤 패들로 공을 쳐 네트를 넘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눈-손-도구 협응 능력이 향상되고, 인지 발달과 뇌 자극이 촉진된다.
피클볼을 즐기기 위해 익히면 좋은 기술이 있나?
딩크 샷을 연습하면 좀 더 재미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딩크 샷은 배드민턴의 드롭 샷과 비슷한 기술이다. 네트 바로 앞에 공을 떨어뜨려 상대방의 리듬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점수를 내는 것이다. 욕심내지 않고 공을 부드럽게 가격하는 게 핵심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한 팁이 있나?
피클볼은 부상 확률이 적은 운동이지만 빠르게 방향 전환을 하려다 보면 발목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 활동하기 전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라켓이 작아 컨트롤하기 쉽다 보니 입문자들은 처음부터 스매시를 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어깨를 다치는 경우가 많다. 피클볼은 단순히 공을 세게 친다고 해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따라서 기술을 충분히 습득하기 전까지 스매시를 세게 치려고 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 강한 심폐 기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평소 심폐 기능이 약하다면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심폐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권한다.
동호회나 경기장 등 관련 정보는 어디에서 얻을 수 있나?
현재는 대한피클볼협회 홈페이지와 카페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 이곳에서 동호회나 체육관 정보가 활발히 공유된다. 동호회에 들면 네트를 함께 구입해 체육관에서 피클볼을 연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카페 ‘아이러브피클볼’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규칙 등 자세한 정보는 미국 공식 피클볼 협회인 USAP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문자라면 필독, 피클볼 Ⓐ TO Ⓩ
패들·공·운동복 무엇을 골라야 할까
■ 패들
패들은 재료에 따라 우드 패들과 그래파이트 패들, 컴포지트 패들로 나뉜다. 각 재료는 패들의 무게, 내구성, 타격감에 영향을 준다. 플레이 스타일과 예산에 따라 적합한 패들을 선택하자.
우드 패들
나무로 만들어진 패들.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우수하나 무게가 무겁다. 공에 힘을 실어 멀리 보낼 수는 있으나 타격감과 정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 또 손목과 팔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파이트 패들
흑연 패들. 가볍고 강한 타격감을 제공한다. 정밀한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가격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컴포지트 패들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만들어 중량과 타격감에서 균형을 이룬다. 어떤 소재를 조합해 만드느냐에 따라 특성이 조금씩 달라지며, 가격 범위가 넓은 편이다.
■ 공
피클볼 공은 실내용 공과 실외용 공으로 나뉜다.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멍의 개수가 다르다. 실내용 공은 구멍이 26개이고, 실외용 공은 구멍이 40개다. 실내용 공을 실외에서 사용하거나 반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 운동복
복장 제약은 없는 편이나 상대방의 집중력을 깨뜨릴 정도로 산만한 옷은 규정에 어긋난다. 미국 피클볼 규정집에서는 공과 비슷한 색의 복장은 지양할 것을 권고한다. 신발은 코트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마찰력이 적당한 것이 좋다.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운동화 중에선 배드민턴화가 적합하다.
알고 치면 더 재밌는 피클볼 핵심 룰
서브
베이스 라인을 밟지 않고, 언더핸드로 서브를 넣는다. 서브 시 공을 튀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팔이 하나인 경우 공을 튀기는 행위가 허용될 수 있다.
논 발리 존
네트 양쪽 바로 아래에 있는 구역. 논 발리 존에서는 발리(공이 바닥에 닿기 전에 치는 것)를 할 수 없다. 이 구역을 밟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투 바운스 룰
서브 된 공을 바로 발리로 쳐서는 안 된다. 서브 후 공이 양쪽 코트에 한 번씩 바운스된 후에만 발리가 가능하다.
득점
11점을 먼저 획득하는 팀이 승리한다. 양측이 똑같이 10점을 획득한 경우 듀스 제도를 통해 2점을 먼저 내는 팀이 이긴다.
국내 피클볼 구장은?
강동구 피클볼 전용구장 서울시 강동구 상일로 12길 83
청주시 피클볼 전용구장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1
고양시 피클볼 전용구장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 733-6(5월 말 완공 예정)
* 전용구장 외 피클볼 구장 정보는 ‘아이러브피클볼’ 카페 공지 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4월호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인터뷰이 윤용진(대한피클볼협회 회장,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 최명경(대한피클볼협회 사무총장,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데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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