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전고체 배터리 설명 부스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수요 둔화라는 '캐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비(非)전기차 분야로 사업 영토를 전격 확장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이 공동 주관하는 '인터배터리 2026'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다. 인터배터리 2026에는 미국, 독일, 중국 등 14개국 667개 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382개 부스를 꾸렸다. 개막 첫날에만 전년 대비 5% 증가한 2만2969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배터리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올해 전시회는 전기차에 편중됐던 배터리 생태계가 AI 데이터센터용 ESS와 로보틱스 등 신산업으로 전이되는 양상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특히 AI 인프라 확대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고안전성 ESS 솔루션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업계는 이를 통해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정체기를 극복하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용한 전력망용 ESS 제품 'JF2 DC 링크 5.0'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이 제품은 2027년 오창 공장에서 양산될 예정이며 기존보다 화재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부스 한편에 LG전자의 홈로봇 '클로이드'를 전시하며 로봇용 배터리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소재와 셀, BMS 등 전 영역에서 특허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30년간 축적한 데이터와 특허 자산에 AI를 더해 연구개발 속도를 10배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과 함께 ESS 통합 솔루션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 풀라인업을 공개했다.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는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최초로 선보여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은 "배터리는 이제 전기차를 넘어 ESS, 로봇, UAM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며 "독보적인 각형 배터리 기술과 촘촘한 특허 장벽을 바탕으

SK온 인터배터리 2026 전시관 내 액침냉각 팩 모형SK온은 에너지 밀도를 기존 LFP 배터리보다 19% 향상한 파우치형 ESS 배터리와 함께 액침 냉각 기술을 소개했다. 현대위아의 산업용 자율이동로봇(AMR)에 탑재된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실물을 전시하며 모빌리티 확장성을 강조했다.
박기수 SK온 미래기술원장은 "전기차 시장은 구조적 붕괴가 아니라 순환적 조정 국면에 있다"며 "AI 기반 안전 설계와 3P-제로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압도적인 신뢰를 주는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K배터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산업계 힘 싣기에 나섰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개막식 축사에서 "배터리는 첨단 산업의 심장이며 우리 업계에 남은 골든타임은 5~7년"이라며 "국내 생산 기반 강화를 위해 배터리 분야에 대한 생산 세액공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 논의도 행사장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호주와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의는 물론 미국과의 방산 배터리 기술 협력, 한·독 배터리 연구기관 간 네트워킹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회는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글로벌 통상 규제에 공동 대응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의 장이 됐다.
소재 업계 역시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고성능 양·음극재 기술력을 뽐내며 배터리 3사와 보조를 맞췄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고체용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에코프로는 고체 전해질 등 차세대 소재 개발 전략을 상세히 공개했다.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은 개막식에서 K배터리가 초격차 기술력으로 글로벌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엄 회장은 "중국 주도의 시장 판도를 뒤집으려면 소재와 부품을 아우르는 전체 생태계가 뭉쳐야 한다"며 "민관이 협력해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영토를 과감히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SK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