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권이 망해간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
언제나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햄버거. 탄단지에 채소까지 밸런스로 완전식품으로까지 추앙받기도 하는데 요즘 지하철역 근처나 주요 시가지에 항상 있던 이런 햄버거 브랜드 가게들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 도심 상권에 햄버거 가게가 잘 안보이던데 왜 그런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중심 상권에서 사라진 건 수익성을 급하게 끌어올리려는 스스로의 극약처방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매장 운영에 드는 임대료를 최소화한다는 건데 대표적인 게 맥도날드다. 특히 신촌 번화가의 상징 맥날 신촌점이 2018년 문을 닫은 건 충격적이라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
KFC 역시 마찬가지라 2017년만 해도 매장이 221개였지만 지금은 196개밖에 없다.
이건 일반적인 글로벌 체인의 영업전략과 다소 상충되는데, ‘직영점’의 비중이 70% 이상으로 높은 이런 브랜드는 본사 자본으로 핫플레이스 중심상권에 빠르게 점포를 늘려 시장 지배율을 압도적으로 가져가곤 한다.
하지만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반대의 길로 가는 셈인데 부동산 기업으로 유명하고 입지선정의 달인이라는 맥도날드가 그걸 모를리는 없을 거다.
첫째, 대형 프랜차이즈의 수익성 악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면서도 적자에 시달리는 일이 잦았다. 직영점이 많아지면 해외 로열티도 늘어나고 제품 판매와 관리 유지에 쓰는 판매관리비도 부담이 크다.
특히 도심 내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드라이브스루(DT) 매장 비중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번화가에 위치하기 마련인 일반 매장과 달리 DT 매장은 외곽 도로에 위치하기 마련이라 임대료를 많이 지출할 필요가 없고, 같은 직원을 쓰더라도 손님 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 효율이 높다.
적자가 계속된 KFC의 경우에도 직영점 위주 전략을 수정해 가맹점 확장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올해 서울 문정역 주변에 들어선 가맹점 1호점은 대형 매장이 아닌 ‘스몰 박스’ 형태의 소규모 매장이었다.
햄버거 가격 인상 역시 수익성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려는 조치다.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요즘 브랜드를 막론하고 햄버거값 올리는 데 열심인데, 브랜드별 시그니처 메뉴가 20%씩은 올랐다. 그만큼 장기적 목표보단 당장 눈앞의 수익률 극대화가 급했다는 얘기다.
둘째 햄버거 시장의 경쟁. 국내 햄버거 시장은 2020년대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돌파한 데다 불황 탓에 패스트푸드 수요가 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맞으면서 규모가 급성장했다. 10년 동안 2배 넘게 커진 거다.
일단 햄버거 시장이 양분됐는데, 노브랜드버거나 프랭크버거 등 저가 가성비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쉑쉑버거나 파이브가이즈, 슈퍼두퍼 같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들어왔다. 전통의 강자들이 높은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로 여전히 인기순위에 있지만 한국의 햄버거 시장 자체가 변해버렸다.
햄버거 매장 수의 변화는 최근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M&A 시장에 나온 것과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지난 9월 맥도날드가 카타르 사모펀드에 넘어간 걸 포함해서 버거킹, 맘스터치, KFC까지 국내 햄버거 시장 점유율 상위 6개 업체 중 4개가 사모펀드에 매각된 상태다.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1위인 버거킹은 그나마 매장 수로만 보면 500개를 돌파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버거킹은 이미 2012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됐고, 2016년 홍콩 사모펀드에 다시 매각됐다. 하지만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21년 M&A 시장에 나왔다가 금리인상 등 악재로 매각이 무산된다.
버거킹은 단기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1+1, 60% 할인 등 수십 개 넘는 공격적인 할인행사를 펼치는 한편 가격도 계속 올렸는데 프로모션이 한창이던 2022년에는 손실을 봤지만, 프로모션이 끝난 지난해는 가격인상 덕에 다시 흑자로 전환했다.
물론 사모펀드가 운영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렇게 되진 않겠지만,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햄버거 값은 오를 수밖에 없을거 같은데 그래도 든든함 분야에서 부동의 1위였던 국밥 가격도 만원 넘은 지 오래라서 햄버거에 또한번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
햄버거 영상을 만든 날에는 어김없이 오늘도 햄버거 주문 들어가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