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조금 줬다고 단장이 사과했는데".. 노경은, 대통령까지 나서 칭찬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SNS에 올린 노경은에 대한 격려 메시지가 화제다. 2026 WBC 아시아 예선에서 보여준 42세 베테랑 투수의 활약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뜻이다. 당시 한국의 8강 진출 확률은 5% 미만이었던 절망적인 상황에서, 노경은은 긴급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기적의 출발점을 만들었다.

손주영이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으로 1이닝 만에 강판된 호주전. SSG 랜더스의 베테랑 노경은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팀을 구했다. 시속 150킬로미터가 기본이고 16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빠른 공이 지배하는 현대 야구에서, 그는 오히려 경험과 절제로 승부했다.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 그 자체였다.

김재현 단장도 인정한 가성비 끝판왕

김재현 SSG 단장이 노경은을 보며 "너무 조금 줘서 미안하다"고 농담 섞인 진심을 털어놓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노경은이 2024시즌 후 체결한 FA 계약은 2+1년 최대 25억원이지만, 인센티브를 제외한 보장 연봉은 19억원에 불과하다. 불펜 투수들도 40억, 50억원을 받는 시대에 이 정도 성적을 내는 선수가 받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그의 최근 4시즌 기록을 보면 더욱 놀랍다. KBO 최초 3년 연속 30홀드 이상, 3년 연속 76경기 이상 등판, 3년 연속 80이닝 이상 소화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2022시즌부터 2025시즌까지 200이닝 이상을 던진 KBO 리그 투수들 중에서, 안우진이나 제임스 네일 같은 쟁쟁한 선발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불펜이 바로 노경은이다.

롯데 방출에서 SSG 핵심까지

2021시즌 후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됐을 때만 해도 그의 미래는 암울했다. 직전 시즌 14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7.35라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강제 은퇴 위기에서 테스트까지 보며 SSG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그는, 마치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선수로 거듭난 노경은은 SSG의 통합 우승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2023시즌부터 본격적인 전문 불펜 요원으로 뛰기 시작한 그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SSG 불펜 WAR이 10개 구단 중 1등을 차지한 것도 노경은이 후배들 사이에서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리그 불펜 투수 WAR 순위에서 1위 조병현, 2위 노경은, 3위 이로운으로 SSG가 상위 3자리를 독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42세 베테랑이 20대 쌩쌩한 투수들을 제치고 최상단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특별함을 증명한다. 류지현 감독 역시 대표팀에서 돌아와 노경은을 수훈갑으로 언급하며, 20대 투수들이 오히려 그를 보고 반성해야 할 정도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