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세계 1위의 자신감…"중국 추격? 문제없다"
"HBM은 장기계약, 내년 가격 협의 완료"
"범용 제품 줄이고, 고부가 제품 선택·집중"
SK하이닉스가 지난 3분기 역대급 실적을 이끈 'HBM(고대역폭 메모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앞으로 HBM을 비롯한 AI(인공지능) 메모리의 수요 강세를 예측하며, 일각에서 불거진 공급 과잉 우려도 일축했다.
"HBM 수요 둔화? 시기상조"
SK하이닉스는 3분기 7조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이는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6조4724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3.8% 증가한 17조5731억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성장동력은 단연 HBM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HBM을 비롯한 AI 반도체의 성장세가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 출시가 지연되면서 HBM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현시점에서 AI 반도체나 HBM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내년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 계약 구조로 2025년 고객별 물량과 가격 협의가 대부분 완료됐다"며 "내년 HBM 수요는 AI칩 수요 증가, 고객 투자 확대 의지가 확인돼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올 3분기 HBM 매출 비중은 30%로 확대됐고, 오는 4분기에는 4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HBM3E 출하량은 3분기 HBM3를 넘어섰다. HBM3E 12단 제품은 올 4분기 출하를 시작, 내년 상반기 중에는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 담당은 "HBM3E 12단은 내년 상반기 중 HBM3E 8단의 판매 물량을 넘어설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대부분의 제품이 12단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수 증가로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순조로운 양산을 위한 제반 준비를 미리 갖췄고 고객과의 협업을 통해 HBM3E 12단 수요를 선점할 예정"이라며 "HBM3E 12단 제품도 점유율을 유지해 HBM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자신했다.
실제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공급하는 곳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인데, SK하이닉스의 물량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하이닉스의 HBM3E 8단 제품은 엔비디아 B100·200 모델에 탑재됐고, HBM3E 12단은 상위 모델인 B300 제품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진다.
넘치는 수요…中 추격도 "문제 없다"
SK하이닉스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레거시(범용) 제품 생산을 줄일 계획이다. 고객사로부터 추가 공급 요청이 발생할 정도로 수요가 늘어난 만큼, 레거시 공정을 HBM3E 등 선단 공정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김 담당은 "HBM3E 제품에 대한 고객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증가한 수요에 모두 대응하기에는 생산 여력에 한계가 있다"며 "HBM3와 DDR4에서 사용됐던 레거시 테크를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 HBM3E 생산을 확대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단 공정 전환은 중국 메모리 업체들과의 격차 유지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레거시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레거시 제품의 가격은 하락하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레거시 제품보다는 HBM, DDR5, LPDDR5 등 수요가 늘어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담당은 "DDR4, LPDDR4 등 레거시 제품 시장은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DDR5, LPDDR5로 전환되고 있고 후발 업체는 기술력과 제품력 측면에서 여전히 기존 업체들과는 큰 격차가 있다"며 "변화하는 경쟁 환경에 대비해 레거시 제품을 빠르게 축소하고, 중장기 성장이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시장에 선택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 살리는 'eSSD'
낸드 사업에서도 기업용 SSD(eSSD) 제품 판매 확대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유지한다. eSSD는 AI의 발달에 따라 데이터 저장·처리량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증가한 제품 중 하나다. 특히 3분기에는 eSSD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0% 늘어나며 낸드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3분기 전체 낸드 매출에서 eSSD의 비중만 60%가 넘는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고용량 eSSD의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 담당은 "업계의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본격적인 수요 개선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보수적인 캐파(CAPA, 생산능력) 운영과 투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뚜렷한 수요 회복세를 보이는 eSSD 같은 고수익 중심 제품 믹스를 강화하고, 초고용량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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