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맛집만 가요”…고물가 치인 외식업계 양극화 심화

소비자 10명 중 7명 구매 전 전보 수집…낯선 소비 기피현상
ⓒ르데스크

3고 시대(고물가·고금리·고환율)가 장기화되면서 외식업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외식물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돈을 쓸 때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가격과 품질, 서비스 등을 꼼꼼히 따진 뒤 본인의 기준을 충족할 때에만 지갑을 여는 식이다. 검증된 맛집은 경기침체에도 소비자 발길이 끊이지 않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온라인 소비자 제품 구매 행동 패턴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7명(71.0%)이 제품 구매 전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한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가격 비교(30.3%)와 가성비 확인(23.5%), 품질과 성능 비교(23.0%) 순으로 정보를 미리 검색한다고 응답했다.

지나치게 꼼꼼한 소비패턴은 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진다. 조금이라도 유명세를 얻거나 고객들이 몰리는 서비스나 제품들 3고시대에도 큰 타격이 없는 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피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직장인 김하연(29·여)씨는 “요즘 시기가 어려운 만큼 괜한 곳에 돈 쓰고 싶지도 않고 돈을 쓰고도 다른 곳보다 못하면 기분이 나쁘다”며 “예전에는 눈에 보이는 것 위주로 소비를 했는데 최근에는 검증된 곳이나 제품만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 현상은 외식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일반 음식점들은 줄폐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위 ‘핫플(Hot Place·인기가 뜨거운 곳)’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 보다 손님이 조금 줄었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대기줄이 생겨나는 곳들이 대다수다.

일례로 기자가 찾은 을지로 한 호프집은 야외까지 손님으로 가득차고 대기까지 생겼는데 바로 옆 집은 비슷한 메뉴임에도 손님 한명 찾기 힘들었다. 해당 가게는 SNS에서도 유명한 맛집이다. 평일 저녁임에도 200여석이 꽉차고도 대기 시간 30분이 걸려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종로에 위치한 일식집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맛집으로 소문난 일식집은 오픈 전부터 대기줄이 생기는 오픈련 현상이 발생한 반면 인근 일식집은 점심시간임에도 빈 자리가 많았다.

▲ 3고시대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검증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현상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저녁 피크 시간임에도 썰렁한 한 호프집. ⓒ르데스크

일부 맛집을 제외한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기준으로 상위 20% 자영업자의 소득은 평균 8674만원으로 하위 20%(58만원)와 148.8배의 차이를 보였다. 소기업·소상공인들의 생활 안정과 재기를 위해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노란우산'을 통한 폐업 사유 공제금 건수 또한 지난해 11만15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용산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올해들어 손님이 대략 40%는 감소한 것 같다”며 “잘되는 집만 그나마 계속 잘되는 것이지 나머지 자영업자들은 아마 코로나 시기가 그리울 정도로 상황이 안좋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너무 맛집만 고집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자들 또한 부담이 커진만큼 정말 원하는 소비만 하겠다는 설명이다. 종로 유명 호프집 대기줄의 한 소비자는 “이왕 돈 쓰는거 애매하게 쓰기보다 제대로 검증된 곳에서 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도전적인 소비를 할 여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가 침체될수록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나 정부에 호소하기보다 사업자들이 스스로 차별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주체인 소비자의 경기 상황이 악화됐다는 뜻이고 경기가 악화될수록 소비자는 낯선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피한다”며 “소비주체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더 좋은 서비스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거나 차별화 전략을 짜는 등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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