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보고서] 대한항공, 아시아나가 안긴 유동성 '숙제' [넘버스]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으면서 유동성 숙제도 함께 떠안게 됐다. 과도한 부채에 몸살을 앓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대한항공이 당장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빚만 17조원에 육박한 실정이다.

다만 연간 영업이익이 다시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실적이 회복된 가운데 현금 창출력도 여전한 만큼, 대한항공이 앞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재무 건전성 관리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대한항공의 유동비율은 68.4%에 머물렀다. 이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곳의 비금융 상장사들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부채 상환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항목이다. 기업이 1년 안에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이 수치가 낮은 기업일수록 갑작스러운 금융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200% 이상을 유지할 때 이상적이라고 판단하고, 100% 이하이면 부실 우려가 있다고 본다. 다만 업종별 특성에 따른 차이 등은 고려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직후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마지막 분기를 기점으로 곤두박질쳤다. 실제로 4분기 석 달 동안에만 17.3%포인트나 낮아졌다. 그전 1년간 대한항공의 유동비율은 △2023년 말 91.3% △2024년 1분기 말 86.5% △2분기 말 90.9% △3분기 말 85.7% 등으로 90% 선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대한항공의 유동성 지표가 나빠진 시기에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지분 63.88% 취득을 위한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마무리하고, 자회사 편입을 매듭지었다.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한 지 4년 1개월 만이자, 2019년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지 5년 8개월 만이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240.8%에 달했다. 자본 규모 대비 12배가 넘는 빚을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부채비율은 해당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이에 따른 부담은 대한항공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유동부채는 16조9735억원으로 4분기에만 62.3% 급증했다. 유동자산도 8조9651억원으로 같은 기간 29.6% 늘긴 했지만, 유동부채의 증가세를 따라잡기에는 격차가 상당했다.

믿을 구석은 실적이다. 갚아야 할 빚이 많지만, 그래도 돈은 잘 벌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2조11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1조381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2.4% 증가했다. 매출도 17조8707억원으로 10.9% 늘었다.

특히 항공업의 특성이 반영된 현금 창출력은 든든한 기반이다. 본업을 통해서만 한 해에 4조5000억원이 넘는 캐시가 들어오고 있을 정도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플러스(+) 4조5589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11.4% 더 확대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이름 그대로 기업의 본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보여준다. 이 금액이 플러스라는 건 주업에서의 판매가 잘 이뤄질수록 더 많은 현금이 남는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대한항공의 재무 안정성이 다소 저하됐지만 컨트롤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제는 꾸준한 캐시 플로우를 부채와 유동성 구조 개선에 쏟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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