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한국을 지켜주던 해군 강국’**이었던 영국이, 지금은 **“간신히 버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군대 해체 수준의 위기에 몰려 있다. 예산 삭감·인력난에 중동 상시 배치 전력을 본토로 모두 빼들이고, 핵잠수함 10척 중 2척만 제대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영국이 꺼낸 마지막 카드가 ‘하이브리드 해군’, 즉 유인 함정에 무인 전력을 섞는 전략이다. 과거 한국전·냉전 시절 “영국 함대가 오면 안심”이던 시절은 갔고, 이제는 북대서양에서 러시아 잠수함을 막을 체력조차 빠듯한 현실이다.

한때 ‘해가 지지 않던 해군’…지금은 “간신히 버틴다”
영국 해군, 즉 **로열 네이비(Royal Navy)**는 한국전쟁·베트남전·걸프전까지 미국과 함께 한국·유럽 안보를 지탱해 온 대표 해양 강국이었다. 그러나 2025년 말, 현직 해군참모총장(First Sea Lord) 그윈 젠킨스는 공개 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버티고 있지만, 여유는 거의 없다. 지금처럼 가면 **대서양 우위도 잃을 수 있다.”
냉전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국방비 삭감과 전력 감축으로, 지금 영국 해군은 바다에 떠 있는 배보다 정박 중인 배가 더 많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방위비 삭감·지연된 함정 도입
수십 년 누적된 조달 실패·예산 초과·소수 도입
그 결과, 전성기 대비 수량·운용 가능 전력 모두 반토막
한마디로 **‘체급은 중견국, 임무는 예전 그대로’**인 모순적 상황이다.

중동 상시 배치 종료, 북대서양조차 지키기 빠듯
영국은 1980년대 이후 중동(걸프·홍해)에 상시 구축함·프리깃을 돌려 미·유럽 선박 호송을 도맡아왔다. 하지만 최근 해군 전력 부족으로 중동 상시 배치를 중단하고 마지막 함정까지 본토로 불러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2014년 기준 해군 함정 65척 → 현재 51척 수준까지 감소
이 중 실제로 상시 작전 가능한 ‘호위함(구축함·프리깃)’은 17척뿐
정비 중·인력 부족으로 항시 투입 가능한 배는 10여 척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
중동에서 사실상 영국 깃발이 사라진 대신, 영국은 북대서양·북해에 남은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집 앞마당조차 러시아 잠수함에게 뚫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핵잠수함 10척 중 ‘실기동 가능’은 2척뿐
더 심각한 건 핵잠수함 전력이다. 영국은 핵 억지력의 핵심으로 밸리언트급·어스튜트급 핵잠수함, 트라이던트 SLBM 탑재 SSBN 등 총 10척 안팎을 운용해 왔다. 하지만 2025년 국방 관련 브리핑과 의회 질의에 따르면,
정기 정비·고장·인력 부족으로
실제로 즉시 작전 투입 가능한 핵잠수함은 고작 2척 수준
이다. 심지어 원자로·추진계통 결함 정비가 지연되면서, 계획했던 순찰 일정조차 제대로 소화 못한 사례가 속출했다.
영국 해군 내부에선 “핵 억지력은 지켜야 하니, 나머지 재래식 전력은 희생”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결국 수상함·원잠 모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지는:
“적은 머릿수로 최대 효율을 뽑거나,
아예 무인 전력으로 ‘머릿수’를 늘리는 길 뿐”
이 된 셈이다.

‘자존심’ 퀸 엘리자베스 항모, 잦은 고장과 체면 구긴 사건들
영국의 자존심인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도 체면을 구긴 사건이 이어졌다.
2022년·2024년 연이어 추진축·추력계통 결함으로 출항 중단·훈련 취소
2025년에는 NATO 훈련 직전 추진축 이상으로 도크 복귀, 동맹국 언론의 조롱 섞인 보도까지 나왔다.
항모 2척(퀸 엘리자베스·프린스 오브 웨일스)에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태운 **‘캐리어 스트라이크 그룹’**이 영국 해군의 상징이지만, 정작 항상 한 척은 정비, 다른 한 척만 겨우 운용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항모는 있는데, 정작 호위할 구축함·잠수함이 없다”는 비판이 영국 국내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됐나: 돈과 사람, 그 둘이 비어버렸다
영국 해군 추락의 핵심 원인은 돈과 사람 두 가지다.
냉전 후 지속된 국방 예산 삭감
1990년대 이후 “평화배당” 논리로 국방비 감소
특히 함정·잠수함 조달 예산 축소, 도입 수량 대폭 줄어듦
조달 과정에서 예산 초과·지연 반복, 결과적으로
**“비싸고, 늦고, 적은 숫자”**의 함정만 남게 됨
심각한 인력난
민간 해운·에너지·IT기업으로 숙련 인력이 이탈
특히 잠수함 승조원(서브마리너) 부족이 치명적
함정은 있는데 굴릴 인력이 없어서 부두에 묶여 있는 상황
영국 해군 참모총장은 “우리는 버티고 있지만, 상대(러시아·중국)는 매년 수십 척을 진수한다”며 정치권에 실질적인 예산 증가와 인력 확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도발 30% 증가…영국 앞마당 북대서양이 위험해졌다
영국 국방정보 당국에 따르면 최근 북대서양·북해에서 러시아 해군 활동이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해저 통신 케이블·가스 파이프라인 주변에서 러시아 잠수함·지원선박 움직임 포착
GIUK 갭(Greenland–Iceland–UK Gap) 지역 통과 러시아 잠수함 빈도 증가
가 보고되고 있다. 이는 곧, 한국·유럽이 쓰는 인터넷·금융·군사 통신망이 한순간에 끊길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영국은 2차대전 이후 **“북대서양은 우리의 바다”**라는 자신감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그 우위가 처음으로 흔들린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2029년까지 해군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그때까지 버틸 수 있나”**는 회의론도 함께 나온다.

영국의 승부수 ‘하이브리드 해군’ 전략이란 무엇인가
이런 배경에서 런던이 꺼낸 카드가 바로 ‘하이브리드 네이비(Hybrid Navy)’ 전략이다. 간단히 말해,
“사람 태운 배는 꼭 필요할 때만,
나머지는 최대한 무인기로 채우자”
는 개념이다.
영국 국방성·로열 네이비가 공개한 방향은 다음과 같다.
무인 수상정(USV): 기뢰 제거·정찰·대잠 초계
무인 잠수정(UUV): 해저 케이블 감시·기뢰 탐지·정찰
무인 항공기(UAS): 해상 감시·대잠전·보급 지원
이들을 유인 구축함·프리깃·잠수함과 네트워크로 묶어 운용
핵심은 **‘적은 승조원으로 넓은 바다를 보는 것’**이다. 영국이 특히 공을 들이는 건 대형 무인 헬기 플랫폼이다.

국방부·해군과 4년간 6,000만 파운드(약 1,000억 원) 규모 프로그램
2025년 지상시험 완료 후, 2026년 1월 콘월 프레댄낵 비행장에서 완전 자율 비행 첫 성공
프로테우스의 임무 구상
대잠전(ASW): 소나부이 투하·잠수함 위치 공유
해상 감시: 광역 해역에서 표적 탐지·추적
보급·수송: 유인 헬기 대신 야간·악천후 장거리 물자 운반
영국 해군은 이를 ‘마리타임 에비에이션 트랜스포메이션(MAT-X)’의 핵심 축이라 부르며,
“가능한 곳에는 무인, 꼭 필요한 곳에만 유인”이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무인 기술로 과거 위상 되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진짜로 무인 헬기·무인 수상정이 과거의 ‘해가 지지 않던 해군’을 되살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장점
인력난 완화: 잠수함·헬기 조종사 부족을 일부 해소
비용 절감: 소형 무인기 다수로 ‘양(量)의 전력’ 확보
위험 분산: 고위험 임무(지뢰 제거·잠수함 추적)에 무인 플랫폼 투입
한계
네트워크 전쟁에 취약: 통신·위성교란(재밍) 시 무인기는 무력화
시스템 개발·유지비도 만만치 않음
근본적인 함정 수량·핵잠수함 부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음
결국 영국 해군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선,
무인 기술과 함께 “돈을 실제로 더 쓰고, 사람을 더 뽑는” 것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게 냉정한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