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이 몸의 열 높인다? 혈액순환 촉진에 따른 착각

고려인삼 사포닌 38종으로 으뜸
미국은 19종, 중국은 29종에 불과
꾸준히 복용땐 생리 활성 등 효과
농협, 홍삼 에너지 드링크 개발
'고려인삼'은 한국에서 자란 인삼을 특정하는 일종의 브랜드다. 미국이나 중국의 삼보다 월등히 다양한 사포닌이 들어 있다. /농협 제공

조선시대 임금의 평균 수명은 47세 정도로 추정된다. 21대 영조가 가장 오래 살았다. 83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52년간 재위했다. 병약한 체질이었지만 철저한 건강 관리로 장수했다고 알려졌다. 영조는 보약으로 인삼을 애용했다. 59세부터 73세까지 100근 넘게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왕의 보약이던 인삼은 나쁜 속설도 있다. ‘인삼이 몸에 열을 나게 한다’거나 ‘인삼을 장기간 복용하면 오히려 해롭다’는 게 대표적이다. 인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쳤다.

◇인삼이 몸의 열을 높인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인삼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신경을 가라앉히며, 놀란 가슴이 뛰는 것을 멈추고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건망증을 없앤다’고 기록했다. 인삼은 지금도 몸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 선천적으로 허약한 체질인 사람을 위해 귀한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삼이 몸의 열을 높인다’는 속설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농협 관계자는 “인삼은 체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에너지가 빠르게 공급되면서 열감을 느끼는 것이다. 겨울철에 식사를 하고 나면 추위를 덜 느끼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인삼을 오래 먹으면 안 된다’는 것도 오해다. 일반적으로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몸에 해롭지만 인삼과 홍삼은 오랫동안 섭취하면 효능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약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은 약재를 상약·중약·하약 3가지로 분류하면서, 인삼은 상약 중에 상약으로 꼽았다. 아무리 많이, 오래 먹어도 독이 없고 해가 되지 않는 약이라는 뜻이다.

◇고려인삼 사포닌 38종, 미국 삼은 19종

고려인삼. /농협 제공

고려인삼은 아시아 인삼 중 한국에서 재배·생산하는 인삼을 특정한 것이다. 인삼 재배는 고려시대에 전남 화순군 동복면 모후산 일대에서 시작한 것을 기원으로 보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는 충남 금산, 전북 진안, 강원 홍천, 충북 증평, 경북 영주 등이 주요 산지다. 고려인삼은 오래전부터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일본에 인삼을 수출했고 베트남까지 유통했다는 기록이 있다. 21세기에도 그 명성은 여전하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인삼류 수출실적은 2023년 기준 2억6024만달러(약 3733억원)에 달한다.

한때 고려인삼의 약효·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미국·중국 등 다른 나라의 인삼과 비교해 뚜렷한 차별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고려인삼은 인삼의 유효 성분인 ‘사포닌’의 종류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사포닌은 중추신경 억제, 단백질 합성 촉진, 인슐린 유사 작용 등 효능이 다양하다. 사포닌은 종류별로 약리 효능도 각기 다른데, 고려인삼 속 사포닌은 모두 38종으로 미국 삼 19종, 중국 삼 29종에 비해 그 수가 월등히 많다. 농협 관계자는 “고려인삼은 미국 삼에는 없는 Ra, Rh2, Rf, Rg1 성분이 분포한다”며 “그만큼 다양한 약효와 생리 활성 효과가 있다”고 했다.

◇젊은 세대 겨냥한 홍삼 에너지 드링크

인삼은 땅에서 캐낸 직후 ‘수삼’이라 불린다. 홍삼은 장기 보관을 위해 찜·건조 등 가공을 거친 삼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주로 홍삼을 먹는다. 2020년 기준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의 31.9%를 홍삼이 차지했다.

홍삼 농축액을 첨가한 에너지 드링크 '에너제트(ENERZET)'. /농협 제공

농협은 전국 11개 인삼농협에 인삼 재배 기술을 제공하고, 인삼 수매·가공과 판로 확대 노력을 하고 있다. 2025년 10월에는 인삼농협 공동브랜드 사업의 일환으로 홍삼 농축액을 첨가한 에너지 드링크 ‘에너제트(ENERZET)’를 출시했다. 기존 에너지 드링크 대비 당류 함량과 열량을 낮춘 저당·저칼로리 제품이다. 농협 관계자는 “에너지 음료를 즐겨 마시는 2030세대를 겨냥한 제품”이라며, “타우린·구연산·비타민C 등도 들어 있어 피로 해소와 체력 보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인삼 섭취 편의성을 강화한 세척 수삼, 수삼 가공제품 등을 개발하며 수삼 소비 활성화에 노력도 하고 있다. 박서홍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는 “농협이 인삼류 소비 대중화와 농업인의 소득 증대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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