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은 못가고 하이닉스가 뜨는 건 타이어때문이라고?”…반도체 ‘왕’ 등극한 패키징 [위클리반도체]
AI·HBM 수요 급증, 패키징 기술이 좌우
TSMC ‘솔루션 프로바이더’ 전환
SK하이닉스, 패키징 힘입어 흑자 전환 성공
매출 93.8% 급증, AI 시대의 패키징 전성기
경주용 자동차에 대한 진단이 아닙니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경쟁에 대한 촌철살인인데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 2024’에서 한 강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날 SK하이닉스 실적을 견인한 패키징 담당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의 강연이었습니다. 이날 행사장은 인산인해였습니다. 그는 ‘AI 시대 반도체 패키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말을 이어갔는데요.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써내려가는데, 패키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 순이익 5조7534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8% 급증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흑자 전환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은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 6조7628억원을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였는데요. 이런 실적을 써내려 간 효자 부문인 패키징. 그동안 패키징이 SK하이닉스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질의 응답 형식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패키징은 반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주용 자동차를 볼게요. 과거에는 엔진과 차체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타이어 기술이 오늘날 경주용 자동차를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남들이 한 바퀴 돌고 타이어를 교체할 때, 누군가는 두 바퀴 돌고 교체하면 어떨까요. 반도체 패키징이 바로 이렇습니다. 지금까지는 전공정이 이끄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패키징이 이끌고 있어요. 패키징을 지배하는 자가 반도체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패키징(Packaging)은 소자(Device, 반도체의 개별 구성 요소)와 시스템 간의 스케일 차이를 연결하는 다리(Bridge) 역할을 합니다. 반도체 제조에서 웨이퍼(Wafer, 반도체 칩을 만드는 얇은 원판)는 나노미터 단위의 정밀도를 요구하지만, 시스템 기판(Board)은 밀리미터 단위로 작동합니다. 이 두 스케일 간의 격차를 어떻게 연결할지 결정하는 것이 바로 패키징의 역할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소자 중심으로 반도체를 바라보았지만, 이제는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칩렛(Chiplet, 개별 기능을 담당하는 작은 칩) 기반의 제품들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칩렛들을 결합하여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반도체 기술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연결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 칩렛 기반의 이종접합(Heterogeneous integration)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패키징 기술은 단순한 부품 조립을 넘어,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운드리 기업들이 첨단 패키징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TSMC, 인텔, 삼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고객사 요구는 끝없이 바뀌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H200 엔비디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성능이 37배 증가했죠. 또 AMD 역시도 비용이 50% 줄었습니다. 인피니언은 공간이 70% 줄었고요. 인텔 역시 75% 빨라졌습니다. 이 모든것이 후공정 패키징 기술의 진화가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 반도체는 그동안 ‘디자인 + 팹(제조) +패키징’이었는데, 지금은 ‘디자인 × 팹 × 패키징’입니다. 설계도 잘하고 디바이스도 잘 만드는데, 패키징 역량이 없으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습니다. 즉, 곱셈의 법칙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패키징 역할이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 미래 반도체 기업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 패키징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입니다. 반도체는 파운드리 기업을 중심으로 첨단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TSMC는 패키징 기반의 여러 플랫폼을 개발하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TSMC는 ‘3D 패브릭(3D Fabric, 3D 적층 기술을 활용한 통합 플랫폼)’이라는 솔루션을 통해, 전공정(Front-End Process,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초기 공정)부터 후공정(Back-End Process, 반도체 소자를 패키징하고 테스트하는 공정)까지 모두 수행하고 있습니다. TSMC는 단순히 파운드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설명하는 ‘팹(Fab, 반도체 제조 시설)의 로드맵’을 주로 제시했다면, 이제는 고객에게 완성된 솔루션을 제안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입니다. 이는 TSMC와 같은 파운드리 기업들이 기술 혁신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다른 기업들은 어떤가요.
▶ 인텔 또한 초기에는 ‘로직 스케일링(Logic Scaling, 반도체 소자의 집적도를 높여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포베로스(Foveros, 3D 패키징 기술)’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비즈니스의 방향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텔이 단순히 반도체 제조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3D 적층을 통한 새로운 패키징 기술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보여줍니다. 삼성전자 역시 ‘큐브(Cube)’라는 브랜드를 통해 첨단 패키징 기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큐브는 3D 적층과 이종 집적화(Heterogeneous Integration, 서로 다른 종류의 반도체 칩을 결합하는 기술)를 활용해, 고성능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첨단 패키징이 지속 성장의 핵심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팹을 중심으로 하다가, 지금은 후공정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 AI는 그동안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효과를 제공하지 못했으며, 경영에 대한 기여도도 낮았습니다. 하지만 2022년 말 챗GPT의 등장 이후, AI는 산업 전반에 걸쳐 급격히 확산되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AI 시대에서 반도체는 여전히 모든 기술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AI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 능력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가 필수적입니다. 생성형 AI 발전에는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초고성능·초저전력 반도체가 요구됩니다. 언어 모델의 규모가 커질수록 컴퓨팅 성능이 중요한데, 메모리 관점에서는 넓은 대역폭과 높은 전력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가 필요한 것입니다.
▶2.5D SiP(System in Package, 시스템 인 패키지) CoWoS-L(Chip on Wafer on Substrate - Large, 칩을 웨이퍼 위에 배치한 후 기판에 장착하는 기술)이 진화하면서 블랙웰(Blackwell, 엔비디아의 AI GPU 아키텍처 중 하나)을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기술은 AI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 분야에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새 시장 창출과 제품 라인업의 다양화를 통해 관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데요. 이미 실적 발표에서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또 2027년 시장에 대해 현재 여러 예측이 진행 중입니다만, 특히 AI와 연계된 HBM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5D SiP는 칩을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by-Side, 나란히 배치)’ 방식으로 패키징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 방식에서 인터포저(Interposer, 여러 반도체 칩을 연결하는 중간 기판)는 HBM과 GPU를 3차원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HBM은 메모리 셀과 코어 다이(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칩), 그리고 로직을 담당하는 베이스 다이(기본 연산을 수행하는 칩)를 3차원으로 적층하여 만듭니다. 이러한 구조는 수많은 전기적 연결(TSV, Through-Silicon Via, 실리콘을 관통하는 전극)을 필요로 하고요.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핵심은 이러한 ‘이종 접합(Heterogeneous Integration, 서로 다른 종류의 반도체 칩을 결합하는 기술)’에 있습니다.
▶칩렛(Chiplet) 기반의 이종 결합(Heterogeneous Integration, 서로 다른 종류의 반도체 칩을 결합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칩렛은 기능별로 나눠진 작은 칩으로, 인텔은 처음에 단일 SoC(System on Chip, 하나의 칩에 모든 기능을 통합한 반도체)를 만들면서 다이(Die, 반도체 칩의 기본 단위) 크기가 커지고, 제조 비용도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칩렛을 도입했습니다. 칩렛을 기능별 블록을 개별 칩으로 분리해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초기에는 칩렛을 SoC 관점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확장되면서 로직(Logic, 연산 처리 기능)과 메모리를 결합하는 시스템 통합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3D 칩렛은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스태킹 다이(Stacked Die, 층층이 쌓은 반도체 칩)’로 구현합니다. 반면, 2.5D 칩렛은 칩을 같은 층에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으로, 패키징 기반의 시스템 통합을 구현합니다. 이러한 칩렛 기술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며,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엔비디아와 TSMC는 반도체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TSMC는 패키징 분야에서 리더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TSMC는 ‘TSMC-SoIC(System on Integrated Chips, 3D 집적 기술)’와 ‘CoW(Chip on Wafer, 웨이퍼 위에 칩을 배치)’ 및 ‘WoW(Wafer on Wafer, 두 개의 웨이퍼를 적층하는 기술)’와 같은 브랜드 이름을 통해 전공정 3D 기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CoWoS-L(CoWoS-Large)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CoWoS-S(CoWoS-Small)에서 확장된 형태입니다. TSMC 강점은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TSMC는 고객들에게 통합적인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은 ‘하이닉스 베스트 메모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는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공장으로 신속하게 운반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물류의 폭이 제한되어 있다면, 아무리 빠른 속도로 운반하더라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HBM의 I/O(입출력 통로)는 1024개로, 매우 넓은 대역폭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GDDR6 메모리 12개를 사용해야 할 경우, HBM을 사용하면 단 4개로도 동일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메모리 용량을 24GB에서 144GB로 크게 늘릴 수 있게 해주며,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력 소모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HBM을 최초로 개발하였으며, 이후 GEN1부터 GEN5까지의 HBM을 공급해온 유일한 기업입니다. HBM 기술의 중요한 전환점은 패키징 기술에 있습니다. 2019년에는 3세대 2E 제품을 개발하면서 MR-MUF(Molded Underfill, 칩과 기판 사이의 공간을 채워주는 기술)를 도입하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였습니다. HBM 적층 수를 12단까지 늘리고, 열 방출 성능도 크게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 갈수록 발열 문제가 심각해 질 것이라고 합니다.
▶ 고객들이 점점 더 높은 수준의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두 개의 칩을 보다 정밀하게 연결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적층(Stack) 기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에서 회로를 구현하는 로직 칩이 위치한 층은 가장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 곳입니다. 따라서 이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적층 기술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 HBM4(High Bandwidth Memory 4)부터는 보다 혁신적인 기술이 요구됩니다. HBM4에서는 특히 성능 향상을 위한 요구가 커지며, 이는 대역폭 증가라는 도전과제로 이어집니다. HBM4는 이전의 1024 I/O보다 두 배 이상 확장된 대역폭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도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D램(DRAM) 기술로는 HBM4의 요구 사항을 완전히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HBM4에서는 베이스 다이(Base Die, 적층 구조의 기저가 되는 다이)를 로직 다이(Logic Die, 연산 기능을 담당하는 칩)로 사용하여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고객들이 점점 더 다양한 기능을 요구하면서, 반도체 내에 다양한 기능을 통합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 이전까지는 표준화된 제품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제는 각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에 맞춘 최적화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커스텀(Custom) HBM’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로직 다이에 자신들이 원하는 맞춤형 회로를 삽입하려고 합니다. 기존에는 HBM을 수평으로 배치하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by-Side)’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더 높은 집적도를 위한 ‘3D HBM’ 기술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후방산업인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외주) 분야에서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글로벌 상위 10대 OSAT 기업 중 한국 기업의 본사는 없습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팹리스(Fabless, 제조 시설 없이 설계만 하는 반도체 회사)와의 연계 공정 및 후공정과의 연결이 취약한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서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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