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개통된 GTX-A 북부노선(서울역~운정중앙역)이 운행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부동산 호재'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연신내역 주변 부동산 시장과 상권은 여전히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대와 달리 저조한 이용률
GTX-A 연신내역은 3호선, 6호선에 이어 광역급행철도까지 더해져 '3중 역세권'이 됐다. 은평구에서 1시간 가까이 걸리던 서울역까지의 거리가 GTX를 타면 단 5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교통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용객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GTX-A 평일 이용객은 하루 평균 8천여 명으로 예상 수요의 46% 수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주말 나들이 이용객이 하루 평균 1만5천여 명으로 2배 가까이 많은 상황이다. 이용률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강남권 접근성이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연신내역까지 GTX-A를 이용하면 5분이면 도착하지만, 강남을 가려면 다시 지하철을 환승해야 합니다. 3호선을 이용해 고속터미널역 등으로 가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죠. 게다가 GTX-A는 기후동행카드 사용도 불가능해 편도로 3000원 이상을 추가로 지급해야 합니다"
하락하는 부동산 가격과 늘어나는 공실
교통 호재에도 불구하고 연신내역 인근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신내역 인근 1천1백여 세대 규모 아파트 실거래가를 보면 전용면적 59.99㎡가 지난해 7월 7억 8천5백만 원에 팔린 후 GTX가 개통한 12월에는 7천만 원 이상 떨어진 7억 8백만 원에 거래됐다.
연신내역 근처 북한산현대힐스테이트7차의 경우, 전용면적 84㎡는 2021년 10월 신고가인 12억9000만원에 매도됐지만 지난 3월에는 10억4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전용면적 59㎡도 2021년 8월 기록한 신고가(10억6000만원)보다 1억 5000만원 이상 저렴한 9억500만원에 지난 2월 손바뀜했다.
상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북한산현대힐스테이트7차 상가는 1층에도 공실이 있을 정도이며, 2022년 입주한 호반베르디움 스테이원 상가는 100개의 상가 중 대부분이 비어있다. 층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상가가 분양가보다 10~20% 이상 저렴하게 매물로 나와 있다.
지역 상권의 위기와 '빨대효과' 우려
GTX 개통으로 인해 지역 상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빠르고 편리한 간선 교통시설 보급으로 서울 이동이 쉬워지면서 지방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권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경제의 블랙홀' 또는 '빨대효과'라고 불린다. 중심성이 약한 도시에서 중심성이 강한 도시로 인구나 상권이 유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GTX-A노선이 지나는 성남역에 위치한 판교상인회 전금자 회장은 "소비력이 있는 젊은층이 비교적 대형 쇼핑몰이 몰린 서울 등으로 쏠릴 것으로 본다"며 우려를 표했다.
연신내 상권도 침체기를 겪고 있다. 경기 불황에 재개발로 주변 주택가 인구까지 일시적으로 줄어들면서 상권은 어느 때보다 깊은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GTX-A 개통이 지역 상권 활성화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자영업자들이 밀려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향후 전망: 삼성역 연결이 관건
전문가들은 GTX-A 노선의 진정한 효과는 삼성역까지 전 구간이 개통된 이후에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삼성역과 서울역 등 전 구간 개통은 빨라야 2028년에야 가능한 상황이다.
"제대로 된 수혜는 삼성역까지 개통이 된 후에나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영향이 적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라고 서울 은평구 불광동 A공인 관계자는 말했다.
또한 GTX가 지하 40~50m 밑에서 운영되는 만큼 버스 등 지상 교통과의 원활한 연계가 필수적인데 아직은 부족하다는 진단도 있다. 수요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다른 노선 개통이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래 가치 실현을 위한 과제
GTX-A 연신내역 개통이 지역 부동산 시장과 상권에 미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삼성역까지 연결되고 전체 노선이 완성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연신내역세권은 다른 3곳의 역이 들어설 강남구, 용산구에 비해 다소 저평가됐던 지역인 만큼 GTX를 비롯한 여러 대형 개발 호재로 미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공공주택 위주로 공급이 이뤄졌던 수서역과 업무단지 위주 구성으로 새로운 주거 개발 부지가 많지 않은 서울역, 삼성역에 비해 연신내역 일대는 아직 주거상품이 들어설 자리가 남아있다는 희소성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의 효과는 미미하지만, 전체 노선 개통과 함께 지역 특성에 맞는 상권 활성화 방안이 마련된다면 GTX-A 연신내역의 진정한 가치는 앞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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