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쾌락주의자의 놀이터, 2군
Quan 2
사이공강(Saigon River) 건너편에 자리한 2군의 정체성을 만든 건 이 지역에 모여 사는 2만여 명의 외국인 거주자들이다. 그들의 취향이 집결한 동네가 바로 2군에 자리한 타오디엔(Tao Dien). 낡은 옛 건물과 매끈한 초고층 빌딩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1군의 다듬어지지 않은 풍경과 달리 타오디엔 거리엔 노랑, 분홍, 연파랑, 연두 같은 고운 색 페인트를 쏟아부은 외벽과 온갖 세련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간판으로 행인의 시선을 빼앗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쨍한 주황 타일로 꾸민 외벽, 노란 의자, 그 옆에 수문장처럼 선 야자수가 어우러진 외관이 아이돌 가수의 뮤직비디오 세트 같은 짠짠 누들(Chan Chan Noodle)은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미모를 자랑한다. ‘비건 누들 바’를 콘셉트로 내건 이 식당은 요즘 사이공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퉈 찾는 명소다. 밀려드는 손님을 응대하느라 바쁜 홀 매니저를 붙잡고 그 까닭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 “베트남의 유명한 스타 셰프 후이 쩐(Huy Trần)과 영화배우 응오 타인 번(Ngô Thanh Vân)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거든요. 예쁜 인테리어도 인기에 한몫하지만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어서겠죠.” 해외엔 베로니카 응오(Veronica Ngo)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배우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 이> <올드 가드> 등의 영화로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슈퍼스타다. 채식주의자인 그가 셰프인 남편과 함께 레시피를 개발해 선보이는 음식들은 달걀, 우유, 꿀까지 제한하는 비건의 규칙을 철저히 따른다. 땅콩버터와 버섯으로 만든 XO 소스로 매콤한 맛을 낸 비빔당면, 토마토·시금치·고추 등을 먹음직스럽게 얹어내는 타이 누들 수프, 고추기름을 끼얹은 만두 등은 모르고 먹으면 채식인지 눈치채지 못할 만큼 감칠맛이 넘쳤다. 기대 없이 찾은 곳에서 만족스럽게 배를 채우고 다시 길을 나선다. 영국 매거진 <타임 아웃>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38곳 중 하나로 꼽은 타오디엔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쑤언투이(Xuan Thuy)에서 쇼핑을 즐길 차례다. 베트남의 수준 높은 도자기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해석한 포터리 브랜드 아마이 하우스(amaï house)를 비롯해 그 옆, 올해 10월에 갓 문을 연 라이프스타일 숍 다까오끄(Dakaoq), 남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카카오로 만드는 아티장 초콜릿 메종 마루(Maison Marou) 카페를 차례로 지나다 보면 양손 가득 쇼핑백을 쥔 자신과 만날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쇼핑할 여력이 남아 있다면 아름다운 중정을 가진 쇼핑 아케이드, 사이공 콘셉트(Saigon Concept)도 놓치지 말자. 아티장 치즈 전문점 캐슈(Kashew),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그레이드 비(Grade B), 근대 베트남의 앤티크 도기를 소개하는 송베(Song Be) 등을 비롯해 아트 스튜디오, 옷가게, 향수 전문점 등이 취향 좋은 맥시멀리스트의 신용카드를 유혹한다.
대부분의 가이드북에선 타오디엔에서의 일정을 랜드마크 81(Landmark 81) 75층에 자리한 루프톱 바 블랭크 라운지(Blank Lounge)에서 마무리하길 추천하지만 나는 마천루보다 지상에 머물고 싶었다. 강가에서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홍 카페(Hong Café)는 상점 대신 집이, 가로등 대신 나무가 쭉 늘어선 뒷골목 끝에 자리해 고즈넉한 운치가 있었다. 먹고 마시는 일과 쇼핑으로 폭주한 하루를 ‘커피 휴식’으로 끝내고 싶었지만 카페 바로 옆, 사이공 MZ에게 인기 높은 편집숍 오브조프(Objoff)의 유혹을 끝내 물리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욕망에 사로잡힌 채로 하루를 마치게 되는 곳. 타오디엔은 그런 동네다.
2군에서 흥미로운 쇼핑을
하고 싶다면
커뮤니티 마켓 가기
매월 마지막 주 주말, 혹은 크리스마스나 핼러윈 같은 특별한 휴일에 문 여는 타오디엔 위켄드 바자르(Thao Dien Weekend Bazaar)는 로컬 창작자, 예술가, 소상공인들의 아이템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마켓이다. 인스타그램 계정(@thaodienbazaar)에 일정, 참여하는 브랜드, 마켓 테마 등 관련 소식이 꾸준히 올라오므로 찾기 전에 꼭 확인해볼 것.
베트남의 수준 높은 인테리어 엿보기
타오디엔의 쑤언투이 거리엔 문 연 지 10년이 넘는 가구 전문점부터 그릇, 패브릭, 소품 매장이 즐비하다. 여행자들이 기념품을 사기 위해 종종 들르는 세라믹 브랜드 아마이 하우스 외에도 예술적 오브제와 전통적 패브릭 아이템을 파는 린스 퍼니처(Linh’s Funiture), 사이공 사람들의 인테리어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매장 어반 가든(Urban Garden) 등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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