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지배구조 잠재 리스크, 방어벽 쌓는 SK

SK그룹의 향후 상속 구도가 그룹 지배구조의 잠재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혼과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전혼자녀의 입양 여부에 따라 최 회장 보유 SK㈜ 지분의 상속 구도는 크게 달라진다. 법정상속분 기준으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소생 삼남매와 김 이사장 측 자녀들의 지분 구도는 '75% 대 25%'에서 '46.2% 대 53.8%'로 바뀔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쪽이 승기를 잡든 최 회장이 지닌 SK㈜ 지분이 단일한 우호지분으로 승계되지 못하고 가족별 블록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상속 이후 가족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외부 주주가 특정 블록과 결합해 SK 지배구조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속지분' 지배구조 안정성 연계

SK그룹의 승계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SK㈜ 지분과 맞물려 있다. 최태원 회장은 올 3월 말 기준 SK㈜ 보통주 1297만5472주, 지분율 17.9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의 향방은 단순한 가족 간 재산 배분을 넘어 SK그룹 지배력의 안전성과 직결된다.

별도 유언이나 생전 증여, 신탁 등 승계 설계가 없을 경우 법정상속분은 가족관계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최 회장이 김희영 이사장과 법률혼을 맺고 김 이사장과 전 배우자 사이 아들이 입양을 통해 최 회장의 법적 자녀로 편입될 경우 김 이사장 측 법정상속분 합계는 53.8%, 노소영 관장 소생 삼남매의 합계는 46.2%가 된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최 회장의 SK㈜ 지분 17.90%에 단순 적용하면 김 이사장 진영은 9.64%, 노 관장 삼남매 진영은 8.26%를 승계하는 구조다. 양측 차이는 1.38%에 불과하다. 수치상 우열은 있지만 어느 한쪽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구도는 아니다.

SK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건 이 대목이다. 최 회장 지분이 하나의 안정적 우호지분으로 승계되지 못하고 비슷한 규모의 두 가족 블록으로 쪼개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상속분 계산상 김 이사장 진영 블록이 근소하게 앞서더라도 그것이 곧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를 뜻하지는 않는다.

김 이사장 소생 자녀들과 노 관장 소생 삼남매가 상속 이후 하나의 이해관계 블록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측은 가족관계 형성 과정, 상속재산에 대한 이해와 경영승계의 정통성 인식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 법적으로도 각 상속인은 독립된 권리 주체다. 같은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의결권이 같은 방향으로 행사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재계 흔드는 '3자 연합'

지분율의 절대 규모만큼 중요한 것은 의결권의 방향성이다. 가족 간 지분이 같은 방향으로 결집되면 경영권 안정의 기반이 되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행사되면 견제와 교착의 수단이 된다. 한쪽이 완전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다른 한쪽도 무시하기 어려운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에서는 주요 안건마다 내부 조율 비용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SK㈜ 주주총회는 내부 합의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각 진영이 우호 지분을 모아 표 대결을 벌이는 장으로 바뀔 수 있다. 평시에는 견제 주주에 머물던 외부 주주가 가족 간 지분 균형이 흔들리는 국면에서는 경영권 향방을 가르는 변수로 떠오른다.

가장 현실적인 리스크는 외부 세력이 특정 가족 블록의 우호 지분으로 결합하는 시나리오다. 단독으로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가족 블록도 외부 주주와 연대하면 주주총회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경영진 입장에서는 오너 일가 내부 지분이 더는 우호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된다. 내부 지분 균열이 외부 자본의 진입 통로가 되는 구조다.

SK는 이미 이 리스크를 직접 경험했다.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로 지배구조가 흔들리던 틈을 타 외국계 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 14.99%를 확보하고 최 회장 퇴진과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오너 지분이 흔들리는 순간 외부 자본이 경영권 변수로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SK는 이미 한 차례 뼈아프게 겪었다.

유사한 사례는 국내 재계에도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오너 일가 내부 균열에 외부 주주가 결합한 전형적 사례다. 행동주의 펀드 KCGI는 2018년 한진칼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조원태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고, 2020년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다. 조 회장 측 지분만으로는 안정적 방어가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은행·델타항공 등 외부 주주의 선택이 경영권 향방을 갈랐다.

한미약품그룹도 마찬가지다. 창업주 임성기 회장 별세 후 5400억원의 상속세 부담이 발생했고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가 모녀 측 우호 세력으로 가세하면서 분쟁은 외부 주주가 참여하는 지배구조 전쟁으로 번졌다. 가족 내부의 균열이 어떻게 외부 자본의 개입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SK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장은 표면화되지 않고 있지만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재산분할 문제가 마무리된 뒤 지분 향방에 따라 미래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SK㈜ 자사주 소각 효과, '지분 기초체력' 강화

이 같은 상황에서 SK㈜의 최근 움직임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SK㈜는 지난 3월 이사회에서 당시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 1798만2486주 가운데 임직원 보상 활용 목적분을 제외한 1469만4388주를 2027년 1월 소각하기로 했다. 소각 대상은 보통주 1469만2601주와 우선주 1787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20.1%에 해당한다. 이사회 전일 종가 기준 소각 예정 금액은 약 4조8343억원이다.

표면적인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SK㈜도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효과 측면에서 보면 이번 대규모 자사주 소각은 최 회장 보유 지분의 분산 리스크를 낮추는 장치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자사주 소각은 지배주주가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지 않아도 지분율 산식 자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 남아 있는 주주의 지분율은 자동으로 올라간다.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SK㈜가 공개한 2025년 말 보통주 기준 총 발행주식 수는 7250만2703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 수는 1843만379주, 지분율은 25.4%다. 이 가운데 소각 예정 보통주 1469만2601주를 단순 차감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발행주식 기준 지분율은 31.9%로 높아진다. 최 회장 개인 지분 17.90%도 같은 방식으로 환산하면 22.4% 수준이 된다. 향후 재산분할이나 상속으로 지분 분산이 발생하더라도 기존 지배주주 측의 지분율 기반은 소각 전보다 두터워지는 셈이다.

혈족 연대 방향성은

최 회장의 등 뒤를 받치는 혈족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4월 SK㈜ 주식 총 6700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을 늘렸다. 이로써 최 이사장의 보유 주식 수는 보통주 기준 482만6700주, 지분율은 6.66%로 높아졌다. 최 이사장은 최 회장과 국민연금에 이은 SK㈜ 3대 주주다.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최 회장 개인 지분이 향후 상속 과정에서 여러 상속인에게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이사장 지분은 오너 일가 우호지분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최 회장의 사촌형제이자 SK그룹 '2인자'로 평가되는 최창원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겸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진영과의 연대도 공고하다. SK㈜ 주식 보유 규모만으로 보면 최기원 이사장처럼 직접적인 대주주 축은 아니지만 그룹 내부에서 가지는 상징성과 무게감은 작지 않다.

최창원 SK수펙스협추구협의회 의장 겸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최지원 기자

최 의장은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이끄는 오너 일가의 또 다른 축이면서 동시에 그룹 전반의 사업 재편과 리밸런싱을 조율하는 위치에 있다. 특히 SK는 지주회사 SK㈜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축과 SK디스커버리 계열의 독립경영 축이 병존해왔다. 두 축이 상속 국면에서 충돌하지 않고 같은 방향의 안정성을 지지한다면 외부 주주가 개입할 여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이를 고려할 때 최 의장 측은 먼 훗날 상속 분쟁이 터졌을 때 '정통성'을 가진 노 관장 소생 삼남매(최윤정·민정·인근 씨)에게 강력한 방패가 되어줄 확률이 높다. SK 가신(家臣) 그룹과 주요 주주 입장에서 볼 때 그룹 경영은 이미 검증받고 핵심 계열사에서 안착 중인 노 관장의 삼남매가 이어받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설령 김희영 이사장 진영이 법정상속분 수치에서 근소하게 앞서더라도 최기원 이사장과 최창원 의장 등 혈족 우호지분이 노 관장 자녀 진영과 결집할 경우 경영권 구도는 단순한 지분율 싸움을 넘어선 복합 변수가 된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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