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FA 유격수 최대어 맞구나…환상 호수비→끝내기 안타 작렬, KT 기쁘지만 애간장 탄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윤욱재 기자] KT가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살아났다. KT의 기사회생을 이끈 주인공은 '예비 FA' 심우준(29)이었다.
심우준은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 끝내기 안타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하면서 팀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심우준은 타석에서만 빛난 것이 아니었다. 그라운드에서는 그림 같은 호수비도 보여주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한마디로 이날 경기에서 만큼은 공수겸장 유격수 그 자체였다.
KT가 4회말 공격에서 오윤석의 좌전 적시타로 3-3 동점을 이루자 심우준은 침착하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 팀에 만루 찬스를 제공했다. LG는 선발투수 디트릭 엔스를 교체하고 김진성을 구원 투입했고 KT는 김민혁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4-3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6회말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나와 좌전 안타를 터뜨린 심우준은 멜 로하스 주니어의 타석 때 2루 도루를 성공하면서 팀에 득점권 찬스를 안겼다. KT는 로하스에 이어 장성우도 볼넷을 골라 2사 만루 찬스를 잡았지만 강백호가 삼진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득점은 실패했다.
심우준의 맹타 행진은 계속됐다. 5-5 동점이었던 8회말에도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나와 좌전 안타를 터뜨렸다. 이어 로하스의 타구가 유격수 오지환을 맞고 굴절되면서 좌전 안타로 이어졌고 심우준은 3루까지 내달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장성우가 2루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득점 없이 이닝을 마쳐야 했다.
KT는 심우준이 불을 지핀 두 차례 찬스를 모두 놓치면서 결국 연장 승부를 펼쳐야 했고 마침내 연장 11회말 공격에서 승부의 종지부를 찍었다. 무사 만루 찬스를 잡은 KT는 배정대가 2루수 땅볼을 치고 대타로 나온 천성호가 삼진 아웃을 당해 2아웃 코너에 몰리고 말았다.
그러나 KT에게는 심우준이 있었다. 심우준은 볼카운트 2S로 몰리고도 정우영의 3구 시속 143km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했다. 심우준의 타구는 정우영을 맞고 굴절됐고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신민재가 서로 타구를 잡기 위해 달려오다 '충돌'을 하고 말았다. 심우준의 끝내기 안타였다. 3루주자 김상수가 득점하면서 KT가 6-5 승리를 확정한 것이다.
경기 후 심우준은 "초구를 볼 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2구째 파울 타구를 날리고 나 자신에게 '오늘 주인공 한 번 해보자'고 중얼거렸는데 상대 글러브를 맞고 안타가 나왔다. 그 자신감 때문에 안타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면서 "1루만 보고 무작정 뛰었다. 슬라이딩을 하고나서 환호성을 듣고 그대로 누워버렸다"라고 말했다.
'내야 사령관'다운 철벽 수비도 돋보였다. 8회초 선두타자 문보경이 볼넷으로 출루한데 이어 박동원이 좌전 안타성 타구를 때리자 유격수 심우준이 몸을 날려 타구를 잡는데 성공했다. 곧이어 2루로 던진 심우준은 1루주자 문보경을 포스 아웃으로 잡으면서 팀에 귀중한 아웃카운트를 안겼다. 비록 KT가 8회초 5-5 동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심우준이 가져온 아웃카운트가 없었다면 역전을 헌납했을지도 모른다.
심우준은 호수비를 펼친 장면에 대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몸을 날렸다. 2루로 승부를 강하게 했더니 아웃이 됐다. 마법이 아닌가 싶다. 세이프 타이밍인데 스파이크가 들리면서 아웃이 됐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올 시즌을 마치면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심우준은 벌써부터 FA 유격수 최대어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올해 상무에서 시즌을 출발, 7월 중순 KT로 돌아온 심우준은 정규시즌에서 53경기에 나와 타율 .266, 출루율 .337, 장타율 .343 3홈런 28타점 7도루로 활약하는 한편 수비에서도 내야의 중심을 잡으며 KT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KT 입장에서는 심우준의 활약이 당연히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FA 몸값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KT 창단 멤버로 2014년 KT에 입단한 심우준은 오랜 기간 KT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선수로 2020년 144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235 3홈런 51타점 35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2021년에는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268 6홈런 48타점 16도루로 활약하면서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심우준은 생애 첫 FA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 "기대감이 들 정신이 없다. 진짜, 솔직히, 거짓말 하나도 없이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기대감은 없다"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내 가치가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심우준이 과연 다가오는 FA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많은 야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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