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는 그만!" MZ세대 '욜로족' 지고 '요노족' 뜬 이유
'하나면 충분하다'는 '요노(YONO)' 유행
선택과 집중 통한 과소비 지양이 핵심
SNS에 사례 공유하며 "하나의 놀이로"
유튜브 채널 '절약왕 리밋'을 운영하는 20대 여성 A씨는 지난 6월 1년 만에 8,000만 원을 저축한 비결을 공유했다. 일상 속 절약이 주효했는데, A씨는 구체적으로 최근 1년간 자제한 습관들을 소개했다.
우선 커플 기념일을 챙기기를 멈췄다. A씨는 "신혼이라 남편과 서로 '깜짝 선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마트워치처럼 있으면 좋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은 물건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 욕구를 줄이려 온라인 쇼핑몰 접속도 삼갔다. 그는 "눈에 보이고 익숙해지면 사고 싶어 진다"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외식도 멀리하는 편이다. A씨는 "집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면 비용이 더 적게 들고, 남편과 같이 요리하면서 사이도 좋아졌다"고 만족했다.
높은 물가와 경기 침체 등 환경 변화로 A씨처럼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이는 2030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을 위해 과감한 지출을 마다 않는 '욜로(YOLO)족'의 시대가 저물고, 소비를 절제하는 '요노(YONO)족'이 세계적인 유행으로 떠오르면서다. '요노'란 '하나만 있으면 된다(You Only Need One)'는 뜻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소비 습관이 핵심이다.
물가 상승, 고금리로 과시성 소비 줄어
요노족의 부상은 최근 급변한 경제 상황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욜로족 생활을 지속하기엔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도 대비 3.6%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39세 이하의 평균 소득은 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반면 고금리 영향으로 부채 상환 부담은 늘어났다. 지난해 2030세대의 연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1,671만 원으로, 전년보다 17.6%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때 유행하던 과시 목적 소비는 급감하는 추세다. NH농협은행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NH농협카드 사용자의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30세대의 올해 상반기 수입차 매장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반면 국산차와 중고차 매장의 결제는 각각 34%, 29% 급증했다. 이 기간 스타벅스 등 고가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의 결제 건수도 13% 줄었는데, 다른 연령대에선 오히려 5% 늘어난 것과 대조됐다. 액세서리점(-18%)이나 시계전문점(-14%)에서의 감소 폭도 다른 연령대(각각 -1%, -3%)보다 두드러졌다.
2030세대는 소비를 줄이는 한편 새로운 가치관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청년층은 브랜드와 기업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동일한 효용의 더 저렴한 제품을 찾아 발품을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품 구매 대신 '가성비'가 뛰어난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오마카세' 등 파인다이닝 시장을 가정용 간편식이 대체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요노'는 단순하고 환경에 긍정적이면서 경제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가치 소비'의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공간 통해 '요노' 확산
'요노'는 온라인 공간을 매개로 확산되고 있다. A씨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장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젠지(GenZ·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사이 출생) 세대'가 틱톡 등 SNS에 저소비 트렌드 붐을 일으켰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5년 이상 사용한 사실을 자랑하거나, 유행에 뒤떨어졌지만 아직 입을 수 있는 옷을 입고 인증샷을 찍는 식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요노'가 체험의 대상으로서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요노'는 향후 경기 동향의 선행지표 역할도 한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의 지출 감소는 그만큼 가처분 소득이 줄었고, 불경기를 체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라며 "사치재와 고급 서비스 관련 산업은 위축되는 반면 필수재와 가성비 제품을 제공하는 산업군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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