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눈을 떴는데 어제 둔 안경이 보이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연 뒤 무엇을 꺼내려 했는지 잠시 멈추는 순간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넘기지만, 이런 일이 잦아지면 기억력에 좋다는 음식을 찾게 됩니다. 든든한 바나나나 단백질이 들어 있는 두부를 첫 끼로 챙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물론 두 식품 모두 건강한 식단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뇌 건강을 연구하는 식단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과일이 따로 있습니다. 작고 짙은 보랏빛을 띠는 블루베리입니다. 블루베리가 기억력 식품 가운데 공식적인 1위라는 순위는 없습니다. 아침마다 몇 알 먹는다고 치매가 막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블루베리에 풍부한 안토시아닌과 여러 폴리페놀 성분이 혈관 기능과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꾸준히 연구돼 왔습니다.

블루베리의 짙은 색을 만드는 안토시아닌은 식물이 외부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때 사용하는 색소 성분입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 혈관 기능에 관여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뇌는 몸집에 비해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사용하며, 가느다란 혈관을 통해 끊임없이 영양을 공급받습니다.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이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으면 이 섬세한 혈류에도 부담이 쌓일 수 있습니다. 블루베리가 뇌세포를 직접 깨우거나 기억을 저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혈관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돕는 식생활의 일부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소개하는 MIND 식단에서도 다른 과일보다 베리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식품보다 채소와 통곡물, 콩, 견과류, 생선이 함께 들어간 전체 식단이 중요합니다.

블루베리를 씹으면 얇은 껍질과 과육, 작은 씨가 함께 위장관으로 내려갑니다. 당과 일부 영양소는 작은창자에서 흡수돼 혈류로 들어가고, 폴리페놀 성분은 간과 장내 미생물의 작용을 거쳐 여러 형태의 대사물질로 바뀝니다. 이 물질들은 혈관 안쪽을 이루는 내피 기능과 뇌혈류, 세포의 신호 전달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일정 기간 블루베리를 섭취한 집단에서 일부 실행 기능이 개선됐고, 다른 연구에서는 뇌혈류와 뇌 활성의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또 야생 블루베리를 6개월 섭취한 경도 인지 저하 성인에게서 정보 처리 속도가 좋아진 결과도 보고됐습니다. 그러나 연구 대상이 적거나 분말과 농축액을 사용한 경우가 많아, 생블루베리 한 줌이 모든 사람의 기억력을 높인다고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첫 끼에 블루베리를 먹는다고 특별한 시간대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아침을 권하는 이유는 달콤한 빵과 시리얼, 과일주스를 대신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무가당 요구르트에 블루베리를 넣고 귀리와 견과류를 조금 곁들이면 섬유질과 단백질, 불포화지방을 함께 챙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블루베리잼을 흰빵에 듬뿍 바르거나, 설탕이 들어간 블루베리 음료를 큰 컵으로 마시면 건강한 과일의 장점보다 당류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말린 블루베리도 제품에 따라 설탕과 시럽이 추가돼 있으므로 생과일과 같은 양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무작위 시험들을 종합한 연구에서는 블루베리가 혈관 기능에는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였지만, 건강한 사람의 인지 능력을 일관되게 개선하지는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두뇌 열매’라는 별명보다 실제 연구의 한계를 함께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블루베리는 한 번에 큰 그릇으로 먹기보다 생과일이나 냉동 과일을 작은 한 줌 정도 활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냉동 블루베리는 해동하면서 물이 생길 수 있지만,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제품이라면 요구르트와 오트밀에 넣어 먹기 편합니다. 첫 끼로 블루베리만 먹고 끝내면 단백질과 에너지가 부족해 금세 배가 고플 수 있으므로 계란이나 무가당 유제품, 두부, 견과류를 함께 곁들이십시오.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도 블루베리는 과일이므로 양을 정해 먹어야 합니다. 기억력을 지키려면 블루베리보다 먼저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관리하고 충분히 자며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갑자기 길을 잃거나 익숙한 일을 수행하기 어려워지는 등 기억 변화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음식에 의존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바나나는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좋고, 두부는 단백질을 챙기기 좋은 식품입니다. 블루베리가 이들을 밀어내야 할 경쟁 음식은 아닙니다. 다만 달콤한 빵과 주스로 시작하던 아침에 블루베리와 단백질 식품을 함께 올리면 혈당의 급격한 변동을 줄이고 뇌혈관을 보호하는 식사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블루베리는 기억을 되돌리는 치료제가 아니라, 뇌가 건강하게 늙도록 돕는 식단의 작은 조각입니다. 오늘 첫 끼에 무가당 요구르트와 블루베리 한 줌을 올리고, 식사 뒤 10분만 걸어 보십시오. 이런 평범한 선택이 쌓이면 10년 뒤에도 가족의 이름과 소중한 약속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노후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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