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라벨 칼로리, 믿어도 될까?… 당신이 흡수하는 ‘진짜 칼로리’ 따로 있다

김다정 2026. 5. 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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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장내 미생물 역할 반영한 새 칼로리 계산 모델 개발
현재 칼로리 계산법이 인체가 흡수하는 칼로리를 하루 평균 약 140칼로리 과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흔히 우리는 같은 칼로리라도 과자나 초콜릿 등 가공식품을 섭취하면 살이 더 찐다는 말을 듣곤 한다. 이런 통념이 사실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식품 라벨에서 흔히 보는 칼로리 수치는 실제 우리 몸이 흡수하는 에너지 양과 다를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이 음식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얻는 최종 칼로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의 활동까지 고려해 실제 인체가 흡수하는 칼로리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새로운 수학적 모델 'DAMM(digestion, absorption and microbial metabolism)'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100년 된 칼로리 계산법의 한계

지금까지 식품의 칼로리는 보통 100년이 넘는 과거에 개발된 '앳워터 공식'으로 계산된다. 이는 음식에 포함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양에 각각 정해진 계수(1g당 단백질·탄수화물 4kcal, 지방 9kcal)를 곱하는 단순한 방식이다. 이 방법은 간편하지만, 소화 과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장내 미생물의 활동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연구를 이끈 로사 크라이말닉-브라운 교수는 "소화는 단순히 인간의 과정이 아니라 우리 몸과 장내 미생물 간의 정교한 협력 작용"이라며 "DAMM 모델은 이 미생물 파트너들이 인간의 에너지 균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장내 미생물이 만드는 '숨겨진 칼로리'

연구팀이 개발한 DAMM 모델은 음식이 소화관을 통과하는 전 과정을 추적한다. 먼저 상부 위장관에서 인체가 직접 흡수하는 영양소를 계산하고, 소화되지 않고 남은 음식물들이 대장으로 내려가 장내 미생물에 의해 어떻게 분해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화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은 '단쇄지방산(SCFA)'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만들어낸다. 인체는 이 단쇄지방산을 흡수해 추가 칼로리로 사용한다. 연구팀의 모델 분석 결과, 단쇄지방산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는 하루 평균 약 140칼로리로, 총 섭취 에너지의 약 7.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계산법에서는 완전히 무시됐던 '숨겨진 칼로리'인 셈이다.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식이요법 연구 결과와 DAMM 모델의 예측치를 비교한 결과, DAMM 모델은 기존 앳워터 공식보다 실제 흡수 칼로리 양을 훨씬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

고섬유질 식단이 총 흡수 칼로리는 더 낮아

흥미로운 점은 식단의 종류에 따라 흡수되는 칼로리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과 가공식품 위주의 서양식 식단을 각각 제공했다.

분석 결과,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은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많아져 단쇄지방산 생성을 늘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고섬유질 식단을 섭취했을 때 총 흡수 칼로리는 더 낮게 나타났다. 그 이유는 장내 미생물이 섬유질을 분해하며 상당량의 에너지를 자신의 생존과 증식에 소모하기 때문이다.

즉, 미생물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서 우리 몸에 돌아오는 최종 칼로리는 줄어든 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서양식 식단(가공식품 위주 식단)을 섭취한 사람들은 고섬유질 식단을 섭취한 사람들보다 하루에 약 116칼로리를 더 섭취했다. 그럼에도 고섬유질 식단을 섭취한 사람들은 허기를 덜 느꼈다.

이는 단순히 섭취 칼로리 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비만과 체중 관리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 1저자인 테일러 데이비스 연구원은 "DAMM은 단순히 식단을 분석하는 도구를 넘어, 지속적으로 진화하도록 설계된 프레임워크"라며 "식단, 신진대사, 미생물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쌓이면 이를 모델에 통합해 함께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다정 기자 (2426w@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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