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나는 남욱, 유동규처럼 이재명 향한 폭로 쏟아낼까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가 21일 석방된다. 남 변호사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들을 구속하는 데 주요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풀려난 남 변호사가 폭로 발언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석방된 뒤 “흔적같은 것은 다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다 밝혀질 것” 등 이 대표에 불리한 발언을 쏟아낸 전례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지난 18일 “현 단계에서 추가 구속해야 할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 변호사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소된 후 1년여간 재판을 통해 핵심 증인에 대한 신문과 증거 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남 변호사와 김씨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사업자에게 651억원의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됐다.
구속기한이 남 변호사는 22일 0시, 김씨는 25일 0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남 변호사는 21일, 김씨는 24일 중 풀려난다. 문재인 정권에서 윤석열 정권으로 바뀌면서 지난해 구속된 대장동 관련자들은 모두 풀려나게 되고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 대표 최측근 2명은 새로 구속됐다.
남 변호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 최측근들의 불법 자금수수 의혹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했다. 정 진상 실장, 김용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지분 24.5%를 받기로 김만배씨와 약속했다는 검찰의 판단 역시 남 변호사의 진술에 기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재판에서 정영학 회계사에 대해 직접 신문을 하면서 ‘김만배씨한테 대장동 사업에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KBS 인터뷰에서는 “숨김없이 할 말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남 변호사의 말은 대체로 ‘전해들었다’는 내용이라서 대장동 사업과 이 대표의 직접 관련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활용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정작 김씨는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말을 남 변호사에게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당초 유 전 본부장에게 해당 지분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혐의를 부인하는 마당에 이 대표 측 지분임을 인정할 리 없다는 분석도 있다. 만약 김씨가 석방 후 입장을 바꾼다면 검찰 수사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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