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장남인 임종윤 북경한미 사장이 주식담보대출(주담대) 전량을 조기 상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기적으로 계약 갱신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으나 이자 부담에 따라 대출금을 갚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임 사장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를 통한 지분 매각 방식을 활용했다. 향후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자만 50억’…1000억대 주담대 상환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임 사장은 보유주식 73만5000주를 담보로 일으켰던 62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조기 상환했다. 또한 보유주식 243만7648주를 담보로 설정했던 393억원 규모의 또 다른 대출도 만기 전에 갚았다. 두 건의 주담대 규모는 총 1013억원에 달한다.
임 사장은 지난 2018년 6월 하나은행, 2021년 5월에는 한국증권금융에서 첫 주담대를 실행한 이후 계약을 여러 차례 갱신해 온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기준 두 대출의 이자율은 각각 5.369%, 4.960%이었다. 단순 환산해보면 1년 기준으로 이자만 약 50억원 규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주담대 금리가 10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보수적인 금리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단 임 사장도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근 나머지 금액을 갚으면서 거래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은 당장 1000억원 규모의 빚을 상환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을 코리포항에 매각했다. 코리포항은 임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코리그룹의 자회사다. 한미약품그룹이 2020년 11월 미래사업 개발 및 해외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했다. 임 사장은 지난 7월말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 6.71%(458만7914주)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지난 3일 기준 3.2%(219만371주)로 반토막으로 감소했다.
코리포항은 앞서 임 사장의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큐리어스사이언스 유한회사에 한미사이언스 주식 276만7489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1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자본잠식에 빠진 코리포항에 자금을 조달한 큐리어스사이언스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큐리어스사이언스는 금융업 기반 기타금융업을 영위하는 유한회사로, 감사보고서 등 공시 의무가 없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사업현황 등 알려진 바가 없다.
임 사장은 1000억원에 달하는 기존 주담대를 상환하기 위해 재무 상황이 악화된 코리포항을 통해 또 다시 주담대를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코리포항이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어서다. 코리포항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109억원, 부채총액 119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다. 자본금도 31억5987만원에 불과하다. 자본총액은 마이너스(-)1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한미그룹 오너일가 우호지분까지 35.14%
다행인 점은 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100% 계열사로 매각하는 전략적 조치를 취하면서 향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한미약품그룹은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그룹의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송영숙 회장은 ‘4자 연합’ 간의 주주간 계약 위반을 문제 삼아 신 회장을 상대로 가압류 소송을 제기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구조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23.38%로 최대주주 지위를 공고히 한다. 송영숙(3.38%)·임종윤(3.2%)·임주현(7.57%)·임종훈(5.09%) 등 오너일가 지분율은 19.24%로 뒤를 잇는다. 다만 경영권 분쟁 당시 모녀 측에 힘을 실어준 가현문화재단(3.02%)과 임성기재단(3.07%)의 지분을 합하면 오너일가의 지분은 25.33%로 신 회장을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 4자 연합에 속하는 사모펀드 라데팡스(9.81%) 지분을 더하면 35.14%에 달한다.
물론 이들의 지분율이 경영권 방어벽인 50%를 넘지 않지만 이사회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블록 지분’ 수준이다. 신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시 오너일가가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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