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는 신기루? 자민당 참패에 다시 돌아온 ‘초엔저’
석 달 전 시장을 공포에 밀어 넣었던 엔화 강세의 충격은 온데간데 없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이 참패하면서 한동안 사라졌던 ‘초엔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취임으로 기대됐던 금리 인상도 어려워지게 됐다는 관측이 커지면서다. 다만 엔저가 물가를 자극해 일본 국민들의 민생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초엔저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 28일 엔·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달러당 1엔 넘게 오르며 153엔을 넘어섰다. 장중엔 153.87엔까지 오르며 154엔에 근접하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3엔을 넘긴 것은 석 달만이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같은 날 닛케이225 지수도 1.82% 상승하며 3주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엔화가 출렁인 것은 앞서 27일 진행된 일본의 하원 격인 중의원 선거 여파로 분석된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민당은 전체 의석 중 46%(215석)를 차지하는 데 그치면서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비자금 스캔들’로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데다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엔화 약세가 진행되며 국민의 체감 경기가 악화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일본 국민의 실질소득이 후퇴할 수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일 취임 전 금리인상 의지를 피력해왔지만, 취임 후엔 예상과 달리 증시 충격 등을 고려해 긴축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강세를 보이던 엔화는 곧바로 약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미국 경기 호조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 상승에 따른 강달러 현상으로 엔화 절하 속도는 가팔라졌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이시바 정권이 연말부터는 금리인상 기조로 선회할 것이란 관측이 컸는데,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이 역시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정치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선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내 정치 혼란에 따른 피벗(통화정책 전환) 지연은 엔화 약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환율이 재차 달러당 160엔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엔화 약세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만큼 일본 정부가 엔저를 지켜만 볼 순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이 29일 “투기 세력을 포함한 환율 움직임을 경계하며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사실상 ‘구두개입’에 나서자 엔·달러 환율이 장중 152.9엔까지 밀리기도 했다. 오는 31일 열리는 일본은행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매파적’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윤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엔화 약세 요인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단기적이고, 엔화 자체의 모멘텀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엔화의 절상 기조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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