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환보유고'까지 '마통'처럼?…정부 대신 2조원 부담한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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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3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5년간 국제금융기구 출연·출자금을 한국은행에서 2조원 가까이 대납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은이 정부를 대신해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대납한 금액은 총 1조9148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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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세수 펑크' 재정 부족 상황 때문…국회 심의도 안받아
박홍근 "정부의 무책임한 예산편성·집행에 한은만 재정부담…개선해야"
올해도 3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5년간 국제금융기구 출연·출자금을 한국은행에서 2조원 가까이 대납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한은의 외환보유고를 임시변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은이 정부를 대신해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대납한 금액은 총 1조914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부담한 금액은 전체의 약 67.3%다. 같은 기간 정부가 납입한 금액은 9300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2023년 한 해 동안 한은이 정부 대신 납입한 금액은 5742억원으로, 해당 연도 전체 출연·출자금의 약 80.7%를 차지했다. 이는 집계된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가 겪고 있는 세수 부족 문제와 무관치 않다. 정부는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일시 대출 제도를 활용해 고질적인 자금 부족을 메우고 있다. 통상 예산으로 편성해야 하는 국제금융기구 출연·출자금을 한은 외화보유고에서 빼내 쓴 것도 세입이 부족해 일어난 일로 분석된다.
현행법(국제금융기구에의 가입조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출자금을 예산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재정 여건과 출자 수요에 대한 탄력적 대응' 등을 고려해 한은이 대납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이럴 경우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 등 통제를 받지 않는 데다 국가 외화보유액에 영향을 미쳐 부적절한 관행이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 8월 기재위 수석전문위원 '2023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 검토보고서에도 정부가 지난해 국제금융기구 출연·출자금을 예산에 편성했다가 불용한 점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해당 사업은) 국제기구와 미리 MOU 등으로 협약한 금액을 편성해 집행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높아 2023년도 세수 부족 상황 등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편성 예산 대부분을 집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홍근 의원은 "정부의 예산 편성과 집행이 무책임하게 이루어진 결과 한은이 재정 부담을 대신 떠안고 있다"며 "외환보유고를 일시적인 재정 부족을 메우는 데 사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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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허지원 기자 w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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