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클로버 모바일'을 개발한 국내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리드했던 싱가포르 게임사 '가레나'가 최근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가레나가 국내 콘텐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시드(초기) 투자를 넓혀가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이 성장할 경우 최대주주인 중국 '텐센트'의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韓 투자 중심축은 '가레나벤처스'
2009년에 포레스트 리 샤오둥이 설립한 가레나는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진행하며 빠르게 영향력을 키웠다. 설립 후 1년 만인 2010년 중국의 텐센트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가레나는 게임 사업 외에 동남아판 아마존을 표방하는 이커머스 '쇼피'와 전자결제 시스템 '씨머니'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지배구조를 개편한 '씨(SEA)그룹'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게임사업을 담당하는 가레나는 씨그룹의 자회사가 됐고, 텐센트를 최대주주로 뒀던 지배구조도 모기업 씨그룹을 거치는 형태로 변화했다. 다만 텐센트가 지난해 기준 가레나와 씨그룹의 지분을 각각 34.0%와 18.7%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유의적인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레나는 텐센트의 영향권에 놓이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는데, 한국도 그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지역으로 꼽힌다.
주목할 점은 가레나가 벤처캐피탈(VC) 자회사 '가레나벤처스'를 통해 국내 개발사에 시드(초기) 투자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게임 퍼블리싱(운영 및 서비스)에 주력했던 가레나는 2019년 가레나벤처스를 설립하고 시드 투자를 통한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
이 때 국내 개발사 투자도 활발해졌는데 공교롭게도 가레나벤처스와 가레나의 한국법인인 '가레나코리아'의 설립년도가 2019년으로 일치한다. 이는 가레나가 2019년부터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가레나벤처스는 2021년 이용자 참여형 스토리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테일버스'에 200만달러(약 23억원)를 투자하는 한편 지난해 '크루세이드 퀘스트' 개발사인 '로드컴플릿'의 15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 특히 로드컴플릿은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를 맡아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한 횡스크롤 액션 RPG '가디스오더'를 개발하고 있어, 향후 게임 성과에 따라 가레나벤처스의 투자 평가액도 큰 폭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프로젝트XT'와 '프로젝트NB'를 개발중인 신생 개발사 '블랙스톰'도 가레나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VC를 통한 투자 외에도 가레나의 한국 개발사 관련 투자는 2019년 이후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19년 모바일 액션 RPG '헌드레드 소울'을 출시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국내 개발사 '하운드13'은 2021년 가레나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현재 하운드13은 '드래곤소드'로 추정되는 신작 게임 '프로젝트D'를 개발하고 있는데, 해당 게임의 글로벌 퍼블리싱을 가레나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5일 출시되는 '블랙클로버 모바일'의 개발사인 빅게임스튜디오 역시 가레나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다.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핵심 제작 인력이 설립한 빅게임스튜디오는 지난해 가레나의 리드로 350억원 규모의 펀딩 라운드를 마감하며 투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빅게임스튜디오의 주요 투자 기업 중에는 국내 게임사인 '펄어비스'도 포함돼 있는데 올 1분기 말 현재 펄어비스의 관련 지분은 38.14%다.
다만 펄어비스의 빅게임스튜디오 지분 평가액은 147억원 수준으로, 가레나가 관련 펀딩 라운드(약 350억원 규모)에서 그 이상의 투자를 진행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블랙클로버 모바일의 국내 퍼블리싱을 개발사인 빅게임스튜디오가 직접 진행하는 한편 글로벌 서비스의 경우 가레나가 맡았다는 점도 관련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빅게임스튜디오 측은 <블로터>에 "자사의 지분 구성이나 최대주주 현황은 현 단계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레나 투자, 中 영향력 확대로?
이런 가레나의 투자 행보는 향후 텐센트의 한국시장 공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중국 게임사 중 최초로 한국게임산업협회에 가입한 텐센트는 자회사 레벨인피니트를 앞세워 한국에서 '승리의 여신: 니케'를 서비스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 등 국내 기업 지분을 일정 부분 소유하고 있는 텐센트는 지난해 12월 승리의 여신: 니케 개발사인 '시프트업'의 지분 20%를 취득하며 해당 기업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시프트업이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인 만큼, 향후 시프트업 상장 시 텐센트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텐센트가 가레나를 포함한 관계·자회사를 통해 한국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본토인 중국에서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텐센트는 지난해 초부터 인수합병에 대한 반독점법 9건을 위반한 혐의로 중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수요층 면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지만 이용자당 평균결제금액(ARPPU)이 높고 거리적으로 멀지 않은 한국시장이 중국 정부의 규제를 피해 외화를 벌어들일 주요 창구가 되는 셈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 홍콩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퍼블리싱 사업을 전개했던 가레나가 최근 5년 새 한국 개발사의 타이틀을 서비스하거나 직접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중국 자본이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으로 스며드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중국 자본의 투자가 확대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 및 노하우가 고스란히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게임판 동북공정 현상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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