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떨림과 울림이 있는 골프

[골프한국]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은 따분하고 가까이하기 껄끄러운 '물리(物理)'를 인문학의 언어로 소개하면서 우리의 삶과 죽음, 세계와 우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다.
빛, 시공간, 원자, 전자부터 최소작용의 원리, 카오스, 엔트로피, 양자역학, 단진동까지 물리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들을 차분히 소개하면서 우리 존재와 삶, 죽음의 문제부터 타자와의 관계, 세계에 관한 생각까지 새로운 지평을 펼쳐 보인다.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피라미드도 떨고 있다. 소리는 떨림이다. 공기도 떤다. 빛도 떨림이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공기의 미세한 떨림이 나의 말을 상대에게 전해주고, 집 앞 은행나무는 상쾌한 산들바람에 나뭇잎의 떨림으로 조용히 반응한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하다. 즉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진동은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현상이다. 진동이 곧 떨림이다. 진동은 차갑지만 떨림은 설렌다. 진동은 기계적이지만 떨림은 인간적이다.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듯 보이지 않는 빛이 있다.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원자는 인간의 지문처럼 그 자신만의 독특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중요한 감각은 시각이다. 뇌의 60% 가까이가 시각 처리에 쓰인다. 색을 볼 때 우리 눈에서도 공명이 일어난다.
필자는 위 문장들을 읽고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단번에 이 책을 독파할 수 있었다.
장자의 아내가 죽었을 때 친구 혜시(惠施)가 조문을 오니 장자는 솥을 두드리고 노래를 불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슬픔이 아닌 노래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 역설적인 모습은 당시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혜시가 "네 아내가 죽었는데 슬퍼하기는커녕 노래를 부르다니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고 비난하자 장자가 답했다.
"처음 아내가 죽었을 때 나도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는 본래 생명이 없었다. 생명이 없던 상태에서 기를 얻어 형태를 이루고 생명을 얻은 것이다. 이제 그 기가 변하여 다시 죽음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이는 마치 사계절이 변하듯 자연스러운 일인데 내가 어찌 통곡하겠는가. 나는 이것이 천지의 이치임을 깨달았기에 노래를 불렀을 뿐이다."
이 일화는 삶과 죽음을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장자의 심오한 통찰을 보여준다. 이는 개별적인 존재의 소멸이 아닌, 더 큰 우주적 순환의 일부로서 죽음을 이해하는 시각이다.
현대 물리학의 관점에서 우주와 물질, 그리고 삶과 죽음의 본질을 탐구하는 김상욱교수의 떨림과 울림의 세계관은 장자의 죽음에 대한 통찰과 놀랍도록 맞닿아 있다.
떨림과 울림으로 말하면 어찌 골프가 예외일 수 있겠는가. 모든 스포츠가 떨림과 울림을 안기지만 골프만큼 그 진파(振波)가 깊고 넓고 긴 경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라운드 약속을 한 뒤 실제 라운드하기 전까지의 설렘, 라운드하는 순간 오감(五感)의 현을 울리는 온갖 떨림과 울림, 라운드 후 이어지는 긴 여운은 거미줄처럼 골퍼를 휘감는다. 많은 골퍼들이 쉬 골프채를 놓지 못하는 것도 골프가 안겨주는 떨림과 울림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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