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유서엔 "삶 고달파".. 보육원 나온 소녀는 내편이 필요했다 [설 곳 없는 보육원 출신 청년들]
보육원 입퇴소 반복, 적응 못해
결국 중도퇴소.. 이후 교류 끊겨
보호중단아동 지원 법근거 없어
사실상 '나 홀로'인 상황에 놓여
원가정에 돌아가도 관심 가져야
"경제지원 넘어 정서 관리도 필요"

2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양은 8세 때 광주의 한 보육원에 입소했다. 김양에게는 장애가 있는 부모가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부모의 양육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김양이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의사를 표해 가정으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부모의 양육능력과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결국 다시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김양이 첫 보육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갔지만, 두 번째 보육원 역시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김양은 보육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주로 혼자 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2월에는 정서적·행동적 장애가 있거나 불량행위를 한 아동이 소년부 재판을 통해 가는 시설인 아동보호치료시설로 전원됐다. 1년간의 보호처분 기간이 종료된 2021년 2월, 만 18세를 한 달 앞두고 김양은 아동보호치료시설에서 나왔다.

문제는 보호중단아동이 되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모두 중단된다는 점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라 각 지자체는 보호대상아동과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정책들을 제공하지만, 김양처럼 시설에서 중도 퇴소한 보호중단아동은 지원할 법적 근거나 관련 지침이 없다. 김양은 18세가 되기 불과 한 달 전 시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간 탓에 보호종료가 아닌 보호중단 아동으로 분류, 그 지원조차 못 받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인이 돼 시설에서 나온 보호종료아동뿐 아니라 보호중단아동들을 정서적으로 지원해줄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의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팀장은 “부모를 대신해서 정서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체계가 미비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금은 보호종료아동을 관리하기 급급해 관심 밖이지만, 중도퇴소 아동들이 처한 어려움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한 원가정으로 돌아간 아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우니 시설에 아이를 맡겼던 것일 텐데, 양육환경이 갑자기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정부가 아이를 키운다는 책임감으로 아이가 원가정에 돌아간 뒤로도 잘 지내는지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보호종료아동 37.4%가 ‘특별히 대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4.9%는 ‘혼자 음주·흡연 등으로 해소한다’고 했고, 19.7%만 ‘친구와 상담’을 꼽았다. ‘시설·그룹홈 선생님, 위탁 부모님과 대화’를 하는 비율은 2.8%에 그쳤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일반가정에서 유치원, 학교 등에 가면 선생님과 공적 관계가 형성되는데, 시설에 들어갔을 때는 선생님과 사적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아이를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아이는 시설 선생님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어떤 상황에 있든지 아이의 편에 서서 아이의 최상의 이익을 지켜줄 존재가 필요한데, 사립 시설보다는 국가와 지자체가 아이를 책임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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