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의 애틋함, 이글스 1위의 이유

사진 제공 = OSEN

야수조 단톡방에 뜬 메시지

카톡! 카톡! 카톡!

거의 동시다. 여기저기서 휴대폰이 속삭인다. 눈치 빠른 사람은 금세 알아챈다. “단톡방이구나.”

맞다. 화면을 들여다본다. 각자의 방식으로 방이름이 저장됐다. ‘야수조’ ‘최강 한화 1’…. 발신자는 최고참이다. 포수 이재원(37)의 짧은 메시지가 뜬다.

“내일(6일) 알지? 다들 집중하자. 10승 꼭 만들어줘야지.”

물론 이겨야 할 이유는 날마다 많다. 따지고 보면 100가지도 넘을 거다. 그래도 매번 특별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내친김에 연승이다. 스윕이 눈앞에 보인다. 3게임을 모두 잡고 홈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면 월요일이 더 달콤하다.

게다가 1승만 보태면 꿈같은 일이 이뤄진다. 전반기 1위가 확정적이다. 그러니 한 번 더 이를 악물어야 한다.

그런데 더 간절한 이유가 있다. 선발 투수 때문이다. 라이언 와이스(28)의 등판일이다.

작년부터 함께 한 동료다. 이미 인성은 잘 안다. 더할 나위 없이 착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다. 그래서 돕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게다가 이력도 안타깝다. 마이너리그조차 1년 만에 쫓겨났다. 이후로는 주로 독립 리그를 돌았다. 대만 리그도 잠시 거쳤다.

자연히 풀시즌이라는 걸 겪어보지 못했다. 10승을 채울 기회조차 없던 셈이다. 그게 단짝 파트너(이재원)의 마음에 걸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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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실책, 미안함에 안절부절

그렇게 모진 각오로 시작한 게임이다. (6일 고척돔, 한화 이글스 – 키움 히어로즈 10차전)

출발은 좋다. 2회 채은성의 선제 투런이 터진다. 이어 단톡방 메시지의 주인이 추가 타점을 올려준다. 3-0으로 앞서는 진행이 만들어진다.

그러던 중이다. 순조롭던 흐름에 고비가 찾아온다. 5회 말 2사 후에 수비에서 문제가 생긴다. 유격수 심우준이 송구 실책을 범했다.

이때부터다. 와이즈가 잠시 휘청인다. 볼넷 2개를 연달아 내준다. 상황이 2사 만루로 심각해졌다. 벤치가 타임을 부른다. 양상문 코치가 나와 진정시킨다. 단짝 포수도 올라가 다독여준다.

결국 투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2번 임지열을 3구 삼진(파울-파울-헛스윙)으로 잡아낸 것이다.

마운드에서는 찐한 포효가 폭발한다. 그리고 덕아웃으로 돌아와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서 막 땀을 닦을 무렵이다. 누군가 투수에게 슬쩍 다가온다. 실책을 범한 유격수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모른다.

그러자 와이스가 펄쩍 뛴다. “무슨 소리야. 그것보다는 앞선 수비가 너무 좋았는데.”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준다. 그리고는 (땀을 식히러) 라커룸 쪽으로 사이좋게 빠져나간다.

심우준에게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쉽게 넘어갈 5회였다. 그런데 ‘아차’ 하는 순간 위기를 맞았다. 무사히 넘어가 천만다행이다.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공을 14개나 더 던져야 했다.

‘집중하자.’ 최고참의 단톡방 메시지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안절부절, 노심초사, 좌불안석…. 입 안이 바싹 타들어간다. (심우준은 이날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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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야 알게 된 단톡방 얘기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10-1의 큰 차이로 이겼다. 와이스도 책임진 6이닝을 무사히 마쳤다. 11K를 기록하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감독, 코치와 나인들이 모두 어깨를 두들긴다. 코디 폰세와 류현진은 미국식 인사다. 가슴을 맞대는 남자표 허그로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이글스 구단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전반기 10승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당사자의 감회가 남다르다.

“무척 기쁘다.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교차한다.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특히 팀 동료들과 이재원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생애 첫 10승이라는 기록에 대해서도 감격한다. 그걸 위한 단톡방 메시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처음 해보는 10승이다. 너무 기쁘고, 좋다. 어제 이재원이 그룹 텍스트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더라. 오늘 경기 중에도 몰랐다. 내려오니까 통역이 얘기해 주더라. 실제로 승리를 만들어준 동료들이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물론 마음뿐만이 아니다. 전술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는다. 역시 와이스 본인의 얘기다.

“작년에는 최재훈과 배터리를 이뤘고, 올해는 이재원이 내 전담 포수다. 둘에게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이재원에게 많이 의지한다. 매 경기 상대 타자에 대한 전력 분석을 잘해준다. 그런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기념구도 챙겼다. “김태연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은 공을 건네주더라. 10승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평생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 이렇게 좋은 팀과 동료들과 함께 이뤄낸 승리라서 더 특별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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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의 전반기 1위

반환점이 사흘 남았다. 이글스의 선두 턴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2위 그룹(LG, 롯데)과는 3.5게임 차이다.

그들의 전반기 1위는 21세기 들어 처음이다. 마지막은 33년 전이다.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이었다. 날짜로 따지면 1만 2072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약진의 바탕은 투수력이다. 탄탄한 마운드가 전력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특히 두 외국인 선발이 발군이었다. 폰세(11승 0패)와 와이스(10승 3패)가 함께 두 자리 승수를 올린 덕분이다.

2019년 워릭 서폴드(12승 11패)와 채드 벨(11승 10패)이 비슷한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순도 자체가 다르다. 무엇보다 전반기 동반 10승은 구단 사상 첫 기록이다.

아직 주중 3연전(8~10일)이 남았다. 상승세의 KIA 타이거즈와 대결이다.

4위와 일전을 앞두고 핵심 선발 2명을 제외시켰다. 폰세와 류현진을 엔트리에서 뺐다. 대신 문동주-엄상백-황준서로 선발진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문 감독은 장기전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설명한다.

“예정대로면 폰세는 전반기 마지막 게임(10일)에 나가야 한다. 그리고 올스타전(12일)까지 소화하게 되면 쉬는 시간이 너무 없다. 그래서 여름휴가를 주기로 했다. 감독이 해줄 수 있는 게 그런 것 아니겠나.”

류현진도 비슷하다. 후반기 긴 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가을까지 야구를 하려면 힘을 비축하는 게 필요하다.

서로 챙기는 마음이다. 서로 아끼는 배려다. 그게 이글스 1위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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