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올해 공개한 수많은 콘셉트카 중 유독 대중과 업계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모델이 있습니다.
지난 4월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베일을 벗은 각진 오프로더 스타일의 볼더(Boulder) 콘셉트가 그 주인공입니다.
당초 단순한 디자인 과시용 스터디 모델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최근 해외 특허청에서 실제 양산을 암시하는 디자인 출원 소식이 잇따르며 대중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도심형 SUV의 한계를 넘어 정통 오프로더 시장을 겨냥한 현대차의 과감한 행보와 그 이면에 담긴 전략적 변화의 전말을 짚어봅니다.

볼더 콘셉트의 가장 혁신적인 특징은 현대차가 그동안 주력으로 사용해 온 도심형 모노코크 구조가 아닌, 전통적인 픽업트럭과 정통 오프로더에 적용되는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차체와 프레임을 분리해 험로 주행 시 버틸 수 있는 강성을 극대화한 구조로, 험지 돌파와 막강한 견인력 및 적재 능력을 발휘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외관 역시 기존 현대차의 부드러운 도심형 디자인 공식을 깨부수고, 각진 실루엣과 높은 지상고, 거대한 37인치 오프로드 타이어를 조합해 터프하고 강인한 오프로더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습니다.

단순한 전시용 콘셉트로 끝날 줄 알았던 볼더의 운명은 최근 포착된 특허 이미지 덕분에 급반전되었습니다.
지난 5월 인도 지식재산청에 현대차와 기아의 공동 명의로 출원된 외관 특허가 8월 말 대중에게 알려졌는데, 그 모습이 볼더 콘셉트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던 것입니다.
콘셉트카의 거대하고 거친 비율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실제 양산 라인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현실적인 디테일들을 다듬은 흔적이 뚜렷했습니다.
루프랙과 하단 그릴 등 세부 디자인이 조정되었으나, 양산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힘든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처럼 현대차가 갑자기 정통 오프로더와 픽업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에는 북미 시장 주도권 확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6일 발표한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00개가 넘는 신차를 투입하고, 이 중 상당 물량을 북미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던 중형 픽업 및 대형 오프로드 영역을 정조준하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전동화 전환 속에서도 미국 현지에서 수요가 폭발적인 정통 유틸리티 차량 라인업을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의도입니다.

볼더라는 차량을 단순히 당장 내년에 출시될 신차로만 바라보는 것은 본질을 오해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현대차 내부 계획에 따르면 새로운 바디 온 프레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중형 픽업트럭이 오는 2029년쯤 시장에 선을 보일 예정이며, 볼더는 바로 이 새로운 플랫폼을 공유하는 오프로더 제품군 전체의 디자인 방향성과 기술적 비전을 제시하는 쇼케이스 성격이 짙습니다.
현대차의 디자인 책임자가 언급했듯, 바디 온 프레임은 특정 한 대의 자동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파생될 여러 대의 터프한 라인업을 관통하는 거대한 설계 도면의 시작점인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볼더의 각진 디자인을 두고 벤츠 G클래스나 포드 브롱코 같은 글로벌 정통 오프로더들과 직접 비교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양산형 파워트레인이나 가격, 국내 출시 여부 등이 전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성능 비교는 무리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현대차가 더 이상 도심형 SUV와 전기차 라인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험로 주행에 특화된 진짜 프레임 SUV와 픽업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할 채비를 마쳤다는 사실입니다.
콘셉트카의 화려한 등장에 이어 구체적인 특허 이미지까지 확보된 만큼, 현대차가 그려낼 새로운 터프한 도심 밖의 혁신이 실제 도로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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