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시 NO"…국감 간 하이브, 표절-음반 밀어내기 모두 부인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4. 10.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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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 증인 출석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주장한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에 "법원 판단 기다려"
음반 밀어내기 관련해서도 "반품 조건부 판매량, 시장 교란할 정도 수량 아냐"
왼쪽부터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국회방송 유튜브 캡처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 간 하이브 측이 자사 레이블 그룹 간 표절, 음반 밀어내기 등 부정 이슈에 관해 모두 부인했다. 타 아이돌 그룹 외모 및 실력 비하 등이 포함된 하이브 내부 문서에 관해서는 첫 번째 공식입장을 번복하고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김태호 하이브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K팝 업계의 '판매량 부풀리기' 수법으로 비판받는 '음반 밀어내기'와, 하이브 레이블 사이에서 일어난 표절 의혹을 가지고 질문했다.

민 의원은 "하이브에서 초동 판매량 높이려고 음반 밀어내기 하는 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왼쪽에 앨범을 반품 조건부로 판매하는 경우, 또 하나는 팬 사인회나 럭키드로우(뽑기) 등 이벤트 응모를 미끼로 음반을 처분하는 경우"라며 "하고 있나? 지금"이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저희가 반품 조건부로 음반을 밀어내거나 판매한 적은 없다"라며 "연초에 안 그래도 이것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일부 있어서 내부에서 감사를 진행했었다. 저희가 2023년에 판매했었던 어떤 앨범에 0.몇 퍼센트 정도의 수량만 반품이 일어나도록 계약이 가능했던 구조로 판매된 거로 확인됐기에, 반품 조건부로 저희가 음반을 판매한 적은 없다"라고 부인했다.

2024년 1월 4일 자 이메일을 보여주며 "여기 보면 '반품 진행 예정 프로젝트'라고 정확하게 표현돼 있다"라고 민 의원이 지적하자, 김 대표는 "2023년 앨범 판매에 대한 반품이 2024년 초에 이루어졌고 이 내용을 저희가 보고 앞으로는 이런 방식의 판매를 못 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민 의원은 앨범 반품 조건 추가 물량이 최소 7만 장에서 최대 20만 장 정도라고 기재된 자료를 띄운 후 어떤 내용이냐며, "전에는 했는데 지금은 안 하고 계신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저희 회사의 방침이 아닌, 실무자들의 판단으로 일부 반품이 이루어진 것을 확인했다"라며 "다시는 이런 형태의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저희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라고 답했다.

민형배 의원이 24일 국회 문체위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 국회방송 유튜브 캡처


'음반 밀어내기'가 시장 교란 행위가 되지 않느냐는 민 의원 질의에, 김 대표가 "실제로 밀어내기가 있었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시장을 교란한 바는 없다고…"라고 하자, 민 대표는 자료를 바탕으로 "있다는 걸 보여드렸는데 없었다고 그러시면 어떻게 하나?"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반품 조건부로 저희가 음반을 판매한 물량이 시장을 교란하거나 저희 판매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량이 전혀 아니었다"라고 부연했다.

"앞으로는 ('음반 밀어내기' 행위가) 전혀 없는 건가?"라고 민 의원이 묻자, 김 대표는 "네,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려하신 바는 잘 이해하고 있다. 저희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런 부분, 걱정하시는 것이 일어나지 않고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민 의원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향해 "초동(앨범 발매 일주일 간의 판매량) 물량 부풀려서 초동 순위 홍보하는 거 공정한 유통 아니죠?"라고 물었다. 유 장관은 "그렇다"라며 "하이브 같은 회사는 이미 국내 회사라고 볼 수는 없다. 국제적인 회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회사인데 이런 짓을 하면 안 된다"라고 짚었다.

"K-콘텐츠의 국제 경쟁력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일종의 조작 같은 게 생기면 굉장히 불리해질 거다. 하이브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체 K팝, K-콘텐츠의 문제기 때문에 문체부에서 정확하게 좀 해 주시면 한다"라는 민 의원 말에, 유 장관은 "지적하신 사항을 철저하게 잘 체크하겠다"라고 말했다.

빌리프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어도어 소속 걸그룹 뉴진스(NewJeans)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김 대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해당 의혹을 제기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고소한 상태라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나 근거들을 법원을 통해서 밝히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기본적인 사명이 사실 저희 팬들과 국민들을 즐겁게 해 드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저희가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 분명히 사실이다. 오늘 위원님께서 말씀해 주셨던 부분 포함해서 저희가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이상 피로감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하이브 임원들도 열람했다는 내부 보고서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와 관련해서는 사과했다. 하이브 산하 위버스 매거진의 A 편집장이 발송한 이 보고서에는, 타 아이돌 그룹 외모와 실력을 품평하고 비하하는 내용이 여러 건 포함돼 있었다. SM과 JYP 등 타 엔터테인먼트 사명이 그대로 적혀 있기도 했다.

위쪽부터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 빌리프랩 소속 그룹 아일릿. 각 소속사 제공


민형배 의원이 "(보고서 내) 정보들이 원색적이고 노골적인 비방, 외모 평가 이런 게 가득 담겨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김 대표는 "하이브의 의견이거나 하이브의 공식적인 판단은 아니"라며 "온라인상에 들어와 있었던 많은 글들을 저희가 모니터링하기 위해서 모으고 그런 것들을 종합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날 저녁 하이브도 공식 홈페이지에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라고 올려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입장이 나온 후, 리포트에 하이브의 의견과 평가가 들어 있는지 재차 물었을 때 김 대표가 "어떤 의견들" 등의 표현으로 하이브 입장이 아니라는 뉘앙스로 말하자, 민 의원은 "간접적으로, 전언이 아니고 인용이 아니고. 하이브가 여기 평가한 거 읽어드려요? 읽어드릴까요?"라고 맞받았다.

전재수 문체위 위원장 역시 "증인께 질의하고 답변한 내용에 대해서 회사에서 저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라며 "사과하셔야 하지 않겠나? 아니 어떻게 지금 국정감사 진행이 되고 있는데 저런 식으로 입장문을 내실 수가 있나? 저런 식으로 입장문을 내는 것은 국정감사를 형해화시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후 다시 입장을 알려달라는 문체위 요청에, 김 대표는 워낙 언론 문의가 많았던 데다가 리포트 내용이 왜곡돼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막고자 공식입장을 긴급히 올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이브의 첫 공식입장은 25일 오전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결코 국회를 경시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정감사 진행 중 입장문을 낸 것은 당사의 명백한 불찰"이라고 몸을 낮춘 김 대표는 "국정감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위원장님과 민형배 위원님을 비롯한 문체위 모든 위원님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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