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신임 日총리 선출…오늘 새내각 출범(종합)
각료에 측근·무파벌 전진 배치 쇄신 이미지 부각…'비자금 스캔들’ 아베파는 제외
일본 정치계에서 오랜 기간 존재감을 드러내 온 이시바 시게루(67)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리가 1일 총리로 선출됐다. 보수파 내에서도 온건한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시바 신임 총리는 특히 국방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자민당 내 ‘안보통’으로 불리며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안보 체제 구축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이날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시바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각각 과반 표를 얻어 총리직에 올랐다. 1885년 내각제 도입 후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 이후 제102대 총리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12선 의원으로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방위상 등을 지냈다.
◇야스쿠니 참배 않고 “전쟁책임 직시” 발언...각료는 무파벌 쇄신 이미지 부각
이시바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다른 자민당 내 강경 보수 인사들과는 달리 비교적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이시바 집권 기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구축한 양호한 한일관계는 일단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그가 방위력 강화를 강하게 주창해왔고 이런 점에서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가능성도 있어,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과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다. 그는 이날 오후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새 내각을 정식으로 띄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맞섰던 자민당 비주류인 이시바는 새 내각을 측근 의원과 무파벌 인사로 구성했다. 자신을 포함해 내정된 각료 20명 중 12명이 기존 파벌에 속하지 않았던 무파벌 인사다. 작년 말 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인물이 많은 최대 파벌 ‘아베파’ 출신 의원들은 각료직에서 모두 배제됐다.
또한 각료 내정자 중 13명이 이전에 각료를 지낸 경험이 없는 인물들이다. 이는 중의원 조기 해산과 총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이 과거 정치자금 문제와 결별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쇄신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 총리는 측근 안보 전문가도 내각에 중용했다.
외무상에 선거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을, 방위상에는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을 각각 기용하기로 했다. 이와야 신임 외무상 내정자는 2019년 9월 방위상 퇴임 전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일·한미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과 안보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 자리에는 선거 결선 투표에서 자신을 지지한 옛 ‘기시다파’ 2인자이자 선거 경쟁자였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유임시키기로 했다.
◇'아시아판 나토’ 발언도 주목...“美 전술핵의 日 영토 내 반입 검토해야”
또한 이시바는 최근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하고 이런 틀 안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의 차기 총리가 미국 전술핵의 일본 영토 내 반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일본 자민당에서 가장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이시바가 강경 보수인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언급 못 한 ‘미국 전술핵 반입 허용’을 주장하면서 북한·러시아의 핵 위협에 맞서는 한·미·일의 핵 공조 및 동북아 안보에 획기적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다만 이시바가 거론한 ‘미국 핵 반입’은 하지만 많은 일본인이 큰 거부감을 가진 이슈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수십만명이 사망한 비극적 역사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발표한 ‘(핵을) 보유하지 않고, 만들지 않으며, (영토에) 들이지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非核) 3원칙’을 따른다. 다만 전쟁 발발 등 유사시 오키나와에 한한 미군의 전술핵 반입, 미군 핵항모의 오키나와 정박 등의 예외를 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편, 기시다 전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에 따라 기시다 내각은 이날 오전 총사직했다. 기시다 전 총리 재임 일수는 1094일로 일본 총리로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8번째로 길었다.
다음은 이시바 총리가 걸어온 길.
▲ 1957년 2월 4일 =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代田)구에서 출생(본적 돗토리현)
▲ 1979년 = 게이오대 법학부 졸업
▲ 1979년 = 대학 졸업 후 미쓰이은행(현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입행
▲ 1984년 = 부친의 지인이자 정치 거물인 다나카 가쿠에이가 이끄는 파벌 사무소 근무
▲ 1986년 = 중의원 선거 돗토리현에서 출마해 당시 최연소 당선(이후 12선)
▲ 1992년 = 농림수산성 정무차관(미야자와 내각)
▲ 2001년 = 방위청 부장관(모리 내각)
▲ 2002년 = 방위청 장관(고이즈미 내각)
▲ 2007년 = 방위대신(후쿠다 내각)
▲ 2008년 = 농림수산대신(아소 내각)
▲ 2009년 =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자민당 야당 시절)
▲ 2012년 =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1차 투표에서 1위 후 결선 투표에서 아베 신조에 패배
▲ 2012년 = 자민당 간사장(아베 내각)
▲ 2014년 = 지방창생 및 국가전략특별구역담당상
▲ 2024년 9월 12일 =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등록
▲ 2024년 9월 27일 = 28대 자민당 총재 선출
▲ 2024년 9월 30일 = 자민당 간부 인사
▲ 2024년 10월 1일 = 임시국회서 102대 일본 총리로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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