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140대 태운 인천 전기차 화재, 미작동 '스프링클러'가 피해 규모 키웠다
[M투데이 임헌섭 기자] 최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EQE 350'에 불이 나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가운데, 사고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6일 소방 당국은 현장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화 지점을 중심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스프링클러는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불을 완전히 꺼뜨리는 역할을 하진 못하더라도 불길이 확산하거나 주변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전북 군산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쉐보레 볼트 EV 화재 당시에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며 45분 만에 꺼졌고 인명 피해도 없었지만, 이번 인천 전기차 화재의 경우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을 뿐만 아니라 차량 140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연기 흡입 등으로 2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주차장 내부 온도가 1천도 넘게 치솟으며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정전과 단수가 발생하는 등 국내 전기차 화재 중 최대 규모의 피해로 이어졌다.
이에 차량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이 퍼진 상황에서 소방용 설비를 통한 초기 진화에 실패한 점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새벽 시간대 도심 대단지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이 밀집한 상황에서 불이 난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화재 전후 현장 CCTV 영상과 사진에는 발화점인 벤츠 전기차 주변으로 차량이 빼곡히 주차된 장면이 포함됐다.
전기차 특성상 배터리팩에 불이 났을 경우 화염 방향이 위로 치솟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수평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연소 확대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
현재 발화점으로 지목된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으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해당 전기차에서 배터리팩 등 주요 부품을 분리하는 작업을 거쳐 정밀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