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만큼 보여주는 게 무용…좋은 안무가로 성장할래요"

문서빈 안무가는 “좋은 선생님과 단원들을 만나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광주에서 좋은 안무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제 이름으로 된 팀이 ‘전국무용제’라는 큰 대회에 나갔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기뻤습니다. 좋은 선생님과 단원들을 만나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죠.”

최근 ‘제33회 전국무용제’에 출전해 은상을 수상한 문서빈무용단의 단장 문서빈 안무가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남들보다 비교적 빨리 큰 대회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는 그는 도움을 준 많은 이들 덕분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제33회 전국무용제’는 ‘춤, 제주, 상상 그 이상의 비상’이라는 주제로 9월 2일부터 11일까지 제주에서 열렸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를 대표해 참가한 단체들의 치열한 경연이 펼쳐졌다. 문서빈무용단은 앞서 열린 ‘광주무용제’에서 작품 ‘시월, 베르니케’를 선보여 대상을 수상하며 전국무용제 출전권을 따냈다.

“너무 떨려서 무대를 어떻게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마지막에 무대에 올라 인사할 때 모든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출연진들을 한 명씩 바라보는데 모두가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한 모습이었죠. 그때 가슴이 벅차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요. 도와주신 스태프, 협회 선생님들, 가족, 관객들을 보면서 너무나 감사했죠. 또 앞으로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과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는 ‘광주무용제에 도전해보지 않겠냐’는 주변 선생님들의 권유에 생애 첫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 조선대 학생들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등 15명이 문서빈 무용단을 결성했다. 연습공간도 학과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무리 없이 마련해 연습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1>‘시월, 베르니케’는 그가 주도해 안무를 만든 첫 번째 작품으로, 뇌에서 언어정보의 해석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을 한국 창작무용으로 재해석했다. 작품은 1장 ‘균열’, 2장 ‘간극’, 3장 ‘시월을 마주하다’ 3개의 큰 주제로 구성되며 공연시간 35분이 소요된다. 광주무용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작구성이 새롭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무용수들의 춤 기량이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제가 주축이 돼 안무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처음에는 ‘베르니케’라는 용어의 어감이 예뻐서 관심을 가졌습니다. 뇌 영역에 균열과 간극, 쓸쓸함을 나타내고자 했어요. 뇌의 파편이나 기억의 조각, 혈관들이 얽혀있는 것을 손동작 등을 활용해 연출하려 했죠. 또 시월의 쓸쓸함, 유월의 찬란함도 저만의 방법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주제가 무겁다보니 음악도,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음악부터 의상까지 작품의 의도와 메시지에 어울리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처음에는 의상을 단순히 무거운 색으로 가려고 했지만,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생길 수 있어 의상 선생님과 고민 끝에 검정색에 어울릴만한 포인트 요소를 찾고, 또 의상 색깔에 변화를 줬다.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의상이 검정색에서 어두운 보라색, 밝은 보라색으로 변한다.

문 안무가는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처음 스스로의 이름을 내건 안무단을 결성해 대회를 준비하면서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3~4개월 동안 연습실에서 대회를 준비하며 단원들을 아우르고 이끌어가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이번 대회는 그에게 많이 간절했고, 감사하게도 단원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임하며 믿고 따라와 줬다고 한다.

“단원들 중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런 부분들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함께한 분들이 많이 도와줘서 금방 적응하고 연습에 잘 몰입할 수 있었죠. 모두 재미있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준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대회였지만 두려움은 없었어요.”

<@2><@3>그는 초등학교 방과후교실에서 처음 한국무용을 접했고 흥미를 느껴 중학교를 거쳐 광주예고를 진학했다. 초등학교 때 광주협회콩쿠르 대상 등을 수상했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무용인의 꿈을 꾸게 됐다. 이후 조선대 무용과에 입학해 한국무용을 전공하며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하게 됐다.

그의 첫 작품인 ‘시월, 베르니케’는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춤 요소를 적절히 첨가해 만든 안무다. 그래서인지 한국적인 선과 동작들이 눈에 띈다. 광주무용협회의 지원을 통해 내년에 광주 시민들에게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공연을 서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지만, 마침내 관객 앞에 선보였을 때 느끼는 희열은 무용수들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문 안무가는 본인이 준비하고 열심히 연습한 만큼 무대에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용이라고 말했다.

“한 번의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실에서 보내는 긴 시간은 드러나지 않고 오직 무용수 자신만 알죠. 하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던 간에 무대 위에 오르는 순간 전부 잊혀지는 것 같아요. 무용수들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그때 느끼는 희열은 평생 잊을 수 없죠.”

문 안무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무용인으로서 광주에 무용 공연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무용을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 후 설 수 있는 무대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잘 알기에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끝으로 그는 안무가와 무용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다양한 작품으로 계속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모든 무용수와 스태프들이 제 이름으로 된 작품을 올리기 위해 한마음이 돼 준비하는 것을 보며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죠. 이렇게 계속할 수 있다면 너무 즐거운 인생이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앞으로는 지역 공연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신청해서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젊은 무용수들이 설 무대가 많아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광주에서 좋은 안무가로 성장할테니 지켜봐주세요.”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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