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색 강해진 서린상사, 새 사명 'KZ트레이딩'
고려아연의 핵심 계열사인 서린상사가 'KZ트레이딩'으로 회사명을 변경한다.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영풍과의 법정다툼에서 고려아연이 승리한 만큼 새 사명은 서린상사에 완전한 고려아연(Korea Zinc)의 색깔을 입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고려아연은 9일 서울 종로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이날부터 서린상사 사명을 KZ트레이딩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사명 변경은 30년 만이다.
서린상사는 최창걸 명예회장이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해외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지난 1984년 서린동에서 '서린금속'으로 출범했고 1994년 수출 영역을 확대하면서 회사 이름을 서린상사로 바꿨다. 그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호주 자회사 썬메탈, 영풍 석포제련소가 생산하는 각종 비철금속의 수출·판매 및 물류 업무를 맡아왔다.
특히 서린상사는 고려아연과 영풍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판매하며 두 기업 간 우호를 상징했다. 고려아연이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경영은 영풍이 맡아왔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올해 6월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회사 정체성을 한층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사명 변경을 추진했다. 동시에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Z트레이딩은 고려아연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미션과 핵심 가치에 맞추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KZ트레이딩 신규 이사 선임 안건도 의결했다. 이승호 대표이사 사장, 백순흠 대표이사와 함께 선임했던 김재선 사장이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됐다. 김 사장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서린상사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이번 인사로 KZ트레이딩의 경영효율성과 전문성을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KZ트레이딩 관계자는 "사명 변경으로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들에 대한 판매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직원들에게도 정체성과 소속감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에 설립한 영풍그룹은 고려아연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전자 계열사를 장씨 일가가 각각 맡아 분리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2022년 최윤범 회장의 3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장형진 영풍 고문과 지분확보 경쟁이 벌어졌고, 3월에는 주주총회에서 사상 첫 표대결을 벌이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