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썰전] 비매너 응원, 어디부터 어디까지?

‘불편함의 시대’라고 불려도 무방할 듯한 요즘. 야구장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안 그래도 경기를 보고 있자면 절로 답답해질 판에 묘하게 거슬리는 것이다. 굳이 우리 팀 구역에서 상대편 유니폼을 흔드는 팬도, 앉아서 먹거리나 즐기려 했더니 벌떡 일어나 시야를 가리는 앞사람도, 힘껏 외쳤더니 반대편에서 멋대로 각색해 받아쳐 버린 응원 구호도 말이다. 하지만 응원 문화는 어디까지나, ‘그러지 말라는 법’이 아닌 ‘그러지 말자는 매너’의 영역. 근데 그 매너의 영역은 또 어디부터 어디까지라는 건지. 도통 애매해서 이번에도 <더그아웃 매거진> 에디터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7월 11일 작성)

에디터 전윤정 사진 KIA 타이거즈

아정 요즘 야구장 관중 증가 추세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그만큼 직관 매너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데, 그래서 이번 썰전 주제는 ‘비매너 응원의 범위’로 정해 봤습니다. 우선 에디터 여러분이 직접 야구장에 가서 겪은 불편한 상황들을 공유하면서 이야길 시작해 볼까요?

보영 저는 두 가지가 떠오르는데요. 일단 시야 가리는 거요. 어떤 응원 도구든 가져오는 건 자유지만, 커다란 깃발을 제 앞에서 계속 흔드시면 얘기가 달라지거든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 자리 근처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야구 지론을 설파하시는 분들이요. 보통 술을 좀 드신 경우가 많은데, 경기 관람에 방해가 될 정도로 크게 얘기들을 나누세요. 근데 그걸 들어 보면 필요 이상으로 듣기 힘들 정도의 욕설이 섞여서 듣기 거북할 때가 많아요.

가락 맞아요. 근데 무턱대고 다른 사람에게 거슬릴 정도로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무작정 특정 선수를 옹호하면서 다른 팬의 표현까지 막무가내로 저지하는 것도 없었으면 해요. 저는 야구를 보면서 화를 내고 안 좋은 소리가 나가는 것도 일종의 묘미라고 보거든요. 선수한테 직접 말하는 게 아닌 이상은요. 근데 직관 가서 특정 선수에게 불만을 표했다가 근처의 다른 팬이 “왜 우리 OO이 욕해!” 하고 소리치시는 것도 봤어요.

크림 내용이 뭐가 됐든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소리가 큰 게 문제 같아요. 제가 경험했던 것 중 하나는, 제가 앉은 곳 주변에 어린아이들이 많았는데 혼자 와서 욕을 엄청나게 크게 하는 분이 있었어요. 저건 진짜 아니다 싶었죠.

가락 저는 원정석까지 홈 응원가 앰프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구장에 가면 너무 정신이 없더라고요. 경기 시간 내내 홈팀 응원가와 우리 팀 응원가가 겹쳐 들리니까 집에 갈 때쯤엔 기가 쭉 빨리고 머리가 울려요. 원정팀 팬들도 응원할 수 있게 원정석 응원 앰프는 줄였으면 좋겠어요.

땅땅 근데 전 오히려 ‘저렇게 홈팀이 압도할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거든요. 평소에는 잠실야구장에 자주 가는데 거긴 중립구장 같은 느낌이잖아요. 홈팀 앰프를 크게 트는 것까지는 홈 어드밴티지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정 대신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LG, 두산 팬들은 타 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할 때 불만이 더 클 수밖에 없겠네요. “다른 팀은 다 자기 구장에서 그렇게 하는데 왜 우리 팀은!” 하고요.

가락 그리고 이건 상대적으로 팬층 규모가 작은 팀을 응원하는 분들은 대체로 공감할 것 같은데, 상대 팀 팬들이 우리 팀 좌석을 침범하는 문제도 얘기가 많이 나오죠. 물론 팬 수가 차이 나면 우리 쪽 좌석까지 넘어올 수는 있지만, 우리 팀 구역에서 수비 시간에 혼자만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고 유니폼을 흔드는 걸 보면 불편하죠. 우리 팀 팬들은 정적인데 혼자만 와아아~ (보영: 그만큼 신이 나신다는 거죠.) …그러니까 ‘눈치’의 영역도 꽤 크다.

크림 원정 응원석 침범 얘기하니까 생각났는데요. 전에 KIA가 광주에서 홈 경기를 치르는 날 군 장병들을 초청한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문제는 그 좌석을 1루 원정 응원 구역으로 지정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죠. 그때도 해당 원정팀 팬들이 불쾌해했어요.

가락 K리그 얘기를 잠깐 하고 싶은데, 축구는 응원이 다소 거칠다 보니까 애초에 양 팀 좌석을 서로 침범할 수 없게 돼 있어요. A팀 구역에서 B팀 굿즈를 소지하고 있으면 퇴장이거든요. (크림: 제가 말한 사건은 K리그였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겠네요.) KBO리그는 그런 좌석 제한이 공식적으로는 없으니 양 팀 팬이 섞여서 오히려 분쟁이 잦은 것 같기도 해요. 대신 좋은 점도 분명히 있죠. 야구장에서는 나와 다른 팀을 응원하는 친구랑도 함께 앉을 수 있다는 거?

튀소 근데 같은 팀 구역 안에서도 애매한 게 하나 있더라고요. ‘일어나도 되는 구역’의 기준이랄까. 응원석이라고 지정된 블록에서는 공격 때마다 일어나는 게 문화로 정립돼 있지만, 그 근처 구역에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올 때가 있어요. 잠실야구장이라고 치면 오렌지석 바로 옆 블루석이나, 그 근처 네이비석 같은 곳이요. 저는 응원을 좋아해서 경기에 열기가 더해지면 일어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뒤에 앉은 분이 일어나시나 계속 체크하게 돼요. 만약 제가 흥분해서 일어났는데 뒤 분은 계속 앉아 계셔서 불편해하시면 그것도 비매너가 되려나 싶어서요.

아정 그건 정말 애매하긴 하네요. 저는 경기 내내 한두 번 일어날까 말까 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상대 응원 받아치는 게 싫어요. 예를 들면 한화의 ‘최강한화’ 응원을 본인 팀 구호로 똑같이 받아치는 건 예전부터 유명했죠. 견제 구호를 따라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요. 저는 야구에서 공수가 명확히 나뉘어 있는 만큼 공격 때의 응원 시간을 최대한 존중해줘야 한다고 보거든요.

튀소 전 그것까지도 하나의 문화라고 보여서 크게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제가 응원하는 팀도 받아치기를 하는 편인데, 솔직히 상대편에서도 저희가 외치는 구호에 응수하는 걸 자주 봤거든요. 그런 것보다 저는 상대편에서 타자한테 ‘홍길동 안타!’ 했는데 ‘안타’ 박자에 맞춰서 ‘삼진! 병살!’ 크게 외치는 게 더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그건 자기 팀 투수도 아니고 상대 타자의 불행을 바라는 응원이잖아요.

땅땅 근데 속으로는 모두 그걸 원하긴 하잖아요? 저는 제가 직접 응원을 하진 않아서 누군가 대신 그렇게 외쳐주면 유쾌하던데.

아정 물론 혼자 중얼거리는 정도면 누군가에겐 귀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뭐든 ‘적당히’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욕설이든 비난이든 야유든, 타인을 방해할 정도로 소리가 크면 뭐든 비매너 행위가 되는 거겠죠. 꼭 야구장이 아니더라도 공공장소에선 타인을 배려하면서 지켜야 할 ‘에티켓’이라는 게 있잖아요. 야구장도 똑같이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튀소: 오, 그 말에 딱 공감되네요. 야구장 직관 문화도 결국 에티켓의 영역이다.) 어느 좌석부터 일어나도 되는지, 상대 팀 응원 받아쳐도 되는지, 선수 비난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공식적으로 적힌 건 없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이 불편해하지 않을지 어느 정도 신경을 쓰면서 관람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가락 KBO리그 응원 문화를 K리그처럼 바꾸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봐요. 홈팀, 원정팀 구역을 철저히 구분하고 하는 건 야구 정서엔 안 맞을 듯해서요. 그냥 개개인이 조금 더 주의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최대한 내가 추구하는 관람 스타일에 맞는 좌석에 갈 수 있도록 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다른 좌석에 가게 되면 그 구역 분위기에 어느 정도 맞추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죠. 그 정도도 어렵다면 그냥 집이나 호프집 가서 봅시다.

보영 어차피 우리 다 본질적으로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경기할 때는 물고 뜯고 싸워도, 경기 끝나고 집에 갈 땐 서로의 응원가를 불러주면서 귀가하는 것만 봐도요. 행복해지자고 보는 야구인데 괜한 거로 싸울 필요가… (튀소: 야구 보면서 ‘행복’하신가 봐요?) 크흠. 아무튼요. (땅땅: 결과적으론 역시나 ‘사람이 문제’네요.) 야구로 스트레스를 한가득 받을지언정 함께 응원하는 사람들로부터는 안 좋은 감정 쌓지 말자. 서로서로 양보를 좀 하자!

아정 이번에도 훈훈한 마무리네요. 화합하는 <더그아웃 매거진> 좋습니다. 다음번 썰전 주제는 한층 더 분쟁이 커질 만한 거로 준비해보도록 할까요.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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