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SUV 시장 판도 뒤흔든 브랜드
레인지로버 스포츠 판매량 3배 급증
BMW·벤츠도 긴장하게 만든 수요 변화

랜드로버가 고금리와 경기 침체 속에서도 국내 수입 SUV 시장에서 예상을 뒤엎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랜드로버코리아의 누적 판매량은 40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시장 성장률(15.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레인지로버 스포츠 P400의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약 3배 가까이 늘며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고급 SUV 시장서 ‘독주 체제’ 구축
랜드로버의 이례적인 성장세는 고급 SUV 시장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레인지로버와 디펜더 두 라인업의 쌍끌이 전략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레인지로버는 고급스러운 내장재와 정제된 디자인, 뛰어난 주행 성능을 겸비해 고소득층의 꾸준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판매 호조는 특히 눈에 띈다. 레인지로버 P530(756대)와 더불어, 레인지로버 스포츠 P400은 651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급증세를 보였다. 고가의 수입 SUV 중에서도 1억원이 넘는 모델의 판매가 급증한 사례는 이례적인 일이다.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라인업도 성장에 힘을 보탰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레인지로버 P550e는 올해 194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약 10배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 모델은 전기 모드만으로 약 80km까지 주행 가능해 도심 출퇴근용으로도 실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격은 2억 5000만원에 육박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소유의 만족감이 구매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디펜더, 정통 오프로더의 부활
랜드로버 성장의 또 다른 축인 디펜더도 주목받고 있다. 디펜더는 전통적인 오프로더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마니아층뿐 아니라 가족 단위 고객층까지 흡수했다.
험로 주행 성능을 바탕으로 ‘130 캡틴 체어스’와 같은 패밀리 모델을 확장한 점이 주효했다.

특히 9월 한 달간 디펜더는 150대 이상이 판매되며 전년 동월 대비 약 40% 증가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고성능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한 ‘디펜더 옥타’ 같은 신모델도 주행 성능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디펜더 110 D300 모델 역시 올해 누적 315대가 판매되며 상위 판매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오프로드 성능과 도심 주행 모두를 고려한 균형 잡힌 설계가 특징으로, 랜드로버 특유의 ‘다목적 프리미엄 SUV’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불황에 강한 브랜드’…BMW·벤츠도 주목
랜드로버가 이처럼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전하는 이유로는 ‘감성과 신뢰’에 기반한 브랜드 전략이 꼽힌다.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브랜드가 주는 정체성과 소유의 만족감에 집중한 전략이 고소득층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KAIDA 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그 가운데 랜드로버는 고가 모델임에도 안정적인 수요와 높은 잔존가치를 기반으로 ‘투자형 소비자층’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랜드로버의 이러한 성장은 전통적으로 수입 SUV 시장을 장악해온 BMW, 벤츠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도 긴장감을 안기고 있다.
판매 급증세를 보인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비롯해, 전체 수입차 상위 10개 모델 중 절반 이상을 레인지로버 라인업이 차지하면서 고급 SUV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