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HVAC 시장 커진다…中 맞선 삼성·LG전자 전략은

LG전자의 고효율 가전 라인업 /사진 제공=LG전자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대두되면서 냉난방공조(HVAC) 시장이 고성장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LG전자가 글로벌 연구개발(R&D) 생태계 구축에 관심을 쏟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미국 레녹스와 손잡고 공급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10일 시장조사기업 IBIS월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584억달러(약 78조2000억원)다. 오는 2028년에는 610억달러(약 81조7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HVAC를 미래 성장동력의 주축으로 삼고 글로벌 HVAC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R&D로 2030년까지 HVAC 매출을 2배 이상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알래스카, 올해 6월 노르웨이 오슬로, 9월에는 중국 하얼빈에 히트펌프 기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축해 지역맞춤형 솔루션 개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 내 공급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 미국 3대 HVAC기업인 레녹스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합작법인인 ‘삼성레녹스HVAC노스아메리카’로 공급망을 단순화하는 한편, 글로벌 유통망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IFA2024에서 공개한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기, 건조기 /사진 제공=삼성전자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삼성전자는 가정용 HVAC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상업용 HVAC 시장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우세하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은 가성비를 앞세운 고효율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하이얼·TCL·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기업들은 이달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2024)에서 고효율 제품을 공개했다.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운 중국 기업들은 올인원 세탁건조기 등 신제품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하이센스는 삼성전자의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빼다 박은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외관부터 풀터치스크린 기능 등 전반적인 특장점까지 모두 유사하게 구현했다. TCL은 에너지효율을 개선한 세탁기와 건조기를 선보였고, 냉장고를 내놓은 하이얼은 서랍 방식의 냉동실로 일반제품보다 에너지를 더 절약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IFA2024의 LG전자 부스 앞에 인파가 몰려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국내 기업들도 중국 가전기업들의 공세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TCL 전시관을 직접 방문해 “제품의 만듦새나 디자인, 마감 등 기술적으로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이제 (한국 기업을) 정말 많이 따라온 것 같다. 경계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LG전자와 삼성전자는 AI, 히트펌프 등 기술력을 고도화한 제품으로 북미, 유럽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종합공조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LG전자는 IFA2024에서 AI 기술이 적용된 모터, 인버터를 비롯해 유럽의 좁은 공간에 설치 가능한 24인치 세탁기, 10㎏ 이상의 건조기와 세탁건조기, 고효율 HVAC 시스템 등을 함께 전시했다. 최대 규모의 전시를 연 삼성전자는 펠티어 소자를 탑재한 냉장고, 히트펌프 방식을 적용한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와 AI 기반의 에너지 절감 알고리즘 등을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최근 내놓은 고효율 가전제품들은 아직 한국이나 다른 나라 제품을 모방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낮은 판매가격을 감안하면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한국 기업들의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해 점유율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가전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아직 초기인 HVAC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 유럽과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제품뿐 아니라 공급망 확보, 협업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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