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고교야구 덮친 일베 혐오, 입시 페널티로 물어야 한다.

[스탠딩아웃 뉴스]

고교야구 그라운드에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무너졌다.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라운드.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 8회초, 배재고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가 나왔다.

단순한 응원도, 경기 흐름을 흔들기 위한 말싸움도 아니었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5·18 탱크데이’ 사안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나온 순간, 그 말은 더 이상 장난이 아니었다. 역사적 아픔과 특정 지역을 조롱하는 혐오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 현장에 트래시토크는 있다. 상대를 흔들고,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한 말도 오간다. 하지만 어느 종목, 어느 리그에서도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희화화하고 특정 지역을 깎아내리는 표현을 스포츠맨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승부욕이라는 말로 감쌀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이번 사건이 더 뼈아픈 이유는 무대가 고교야구였기 때문이다. 프로도 아니고, 성인 무대도 아니었다. 학생 선수들이 뛰는 전국대회였다. 학교 체육은 성적만 만드는 공간이 아니다. 규칙을 배우고, 상대를 존중하고, 공동체가 허용하지 않는 선을 익히는 교육의 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장면은 그 기본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보여줬다. 공을 잘 던지고, 잘 치고, 대회에서 이기면 된다는 분위기 안에서 역사 교육과 인권 감수성, 언어의 책임은 뒤로 밀렸다. 혐오 표현이 익명 게시판을 넘어 학생 선수들의 입으로 그라운드에 올라온 순간, 문제는 개인의 말실수를 넘어 시스템의 실패가 됐다.

배재고는 논란이 커진 뒤 사과문을 냈고, 관련 학생선수를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조사에 착수했고, 스포츠공정위원회 절차가 열릴 가능성이 거론됐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현장조사와 혐오·차별 표현 근절 교육 강화를 예고했다. 필요한 절차는 시작됐다.

▲ 배재고가 광주제일고와의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경기 중 나온 부적절한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해 발표한 사과문. 사진=배재고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과문 한 장, 특별교육 몇 시간, 내부 징계 몇 줄로 끝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동안 학생 스포츠에서 반복된 폭력과 조롱, 위계 문제는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지나갔다. 사건이 터지면 사과하고, 여론이 식으면 현장은 다시 성적 중심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혐오 표현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선수의 진로와 평가에 실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교육청과 학교는 이번 사안을 언어폭력과 혐오 표현의 관점에서 절차대로 따져야 한다. 학교폭력 또는 이에 준하는 비위로 판단될 사안이 있다면, 학생부와 체육특기자 전형에 반영되는 구조를 피해 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이 사건에서 말하는 입시 페널티다.

징계는 낙인이 아니다. 기준이다. 학생 개인을 향한 신상공격이나 조롱은 멈춰야 한다. 그러나 학생이라는 이유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행동에는 교육적 조치가 따라야 하고, 그 조치가 선수 생활과 진학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분명히 알려야 한다. 그래야 다음 경기의 더그아웃에서 같은 말이 다시 나오지 않는다.

배재고도 특정 학생 몇 명의 일탈로 꼬리를 자르고 끝낼 일이 아니다. 당시 지도자가 구호를 언제 인지했는지, 현장에서 어떻게 제지했는지, 야구부 안에서 어떤 응원 문화가 공유돼 왔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학생 선수만 교육하고 끝내면 반쪽 조치가 된다. 지도자와 학교 운동부 운영 시스템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

KBSA의 판단도 중요하다.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단순 품위 훼손으로 낮게 처리하면 현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고교야구는 선수 한 명의 기록만 남기는 곳이 아니다. 학교 이름을 걸고 뛰는 무대다. 협회가 혐오 표현을 어디까지 금지할 것인지, 지도자 관리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 이번에 기준을 세워야 한다.

야구공만 잘 던지고 치면 된다는 면죄부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학생 선수에게 필요한 자격은 기록지에만 남지 않는다. 상대를 조롱하지 않는 태도, 역사적 비극을 장난감으로 쓰지 않는 감각, 경기장 안팎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도 선수의 일부다.

혐오를 묵인하는 그라운드에는 미래가 없다. 이번 사건은 배재고와 광주제일고 한 경기의 소동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한국 학생 스포츠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용납하지 않을 것인지 묻는 사건이다. 교육 당국과 협회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다음 더그아웃의 언어도 달라진다.

영상: 스탠딩아웃 유튜브 채널

출처: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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