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시승기] 국산차 유일의 수동변속기 후륜구동..제네시스 쿠페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차량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파워트레인의 출력이 넉넉한 후륜구동 스포츠 모델은 꽤나 선호층이 두터운 편이다.

서킷 주행 시 차량의 오버 스티어를 이용해 좀 더 빠른 랩타임을 얻거나, 카운터 스티어를 치면서 드리프트가 가능해 운전자에게 짜릿한 쾌감과 차량을 컨트롤 해내는 성취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후륜구동 스포츠 모델은 국산차에서는 손꼽을 정도다. 드리프트 중 클러치를 이용해 동력을 끊어야만 하는 주행이 필요하거나 수동변속 특유의 재미가 더 해진 후륜구동 모델은 국내에서 순정으로 판매된 차량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상당수는 직수입으로 유입된 차량 뿐이다.

스포츠 주행을 하려면 일반 차량보다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정비 비용 또한 오너에게 있어서 차량 선택 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많은 매니아들이 저렴한 중고차로 1천만원 내외 가격대로 입문할 수 있는 모델을 꼽자면 단연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를 찾게 된다. 중고가 시세도 초기 모델 기준으로 2.0은 400만~600만원, 3.8 모델은 900만~1,100만원 대로 타 차종 대비 저렴하다.

이 뿐만 아니라 부품값도 국산차답게 저렴한 가격에 형성되어 있다. 고장 시에도 정비 비용이 타 브랜드 대비 효율적이다. 단종 당시 8년간 국내 제네시스 쿠페 전체 판매량은 1만5,772대 정도로 비인기 차종이라 중고차 선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종 이후 ‘다시 한번 수동 변속기를 탑재한 후륜구동 모델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매니아들의 바람이 있었지만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해당 모델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기자가 소유했던 2010년식 제네시스 쿠페 2.0

기자는 1천만원 미만에 제네시스 쿠페 중고차를 4년간 소유했었다. 많고 많은 차 중에 오래됐고 연비도 좋지 않은 모델이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덥석 중고로 구매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FR 레이아웃의 터보 차량을 타보고 싶었고,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던 드리프트를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마침 드리프트를 위한 튜닝이 된 매물을 찾았다. 미국 보그워너 산하 브랜드였던 KKK에서 출시한 K3T 터빈에 애프터마켓 매니폴드를 이용해 셋팅한 차량으로 출력 375ps에 토크 48kgf.m가 나왔다. 난생 처음 입문하는 FR 차량으로는 출력이 과분했다.

실내에는 드리프트 주행때 사용하기 위한 유압식 핸드 브레이크, 차량을 모니터링 하기 위한 게이지, 여름철 대기 온도가 많이 오를 때 흡기온도를 식혀주기 위한 메탄킷 등이 장착됐다.

구매 후 1주일이 지나고 드리프트를 해보기 위해 타이어 4개를 차량에 싣고 인제 스피디움으로 향했다. 드리프트 세션은 패독에서 진행됐다. 곧바로 준비해온 물품들을 내리고 떨리는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하지만 시뮬레이션과는 다르게 드리프트 중 방향 전환을 할 때 차폭감이 느껴지지 않아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렇게 한참을 연습하다가 점점 자신감이 붙게 될 때쯤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다.

터빈에 연결된 오일호스가 빠져 매니폴드에 엔진오일이 닿아 후드에서 발생하는 연기

차량을 사온 뒤 간단한 케미컬류, 노후 되어 있던 타이로드 엔드, 허브 베어링 등만 교환하고 이 정도면 드리프트 주행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크나큰 실수였다. 터빈에는 엔진오일이 순환하면서 터빈이 적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오일라인이 연결되어 있다.

체결 부분이 헐거워져 호스가 빠져 오일을 뿜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뒤늦게야 후드 사이에서 연기가 나는 걸 보고 급하게 차를 세웠지만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다행히 엔진 오일이 충분히 남아 엔진은 멀쩡했지만 터빈은 엔진오일이 순환하지 못해 완전히 파손됐다.

▲ 순정 매니폴드에 가공하여 14G 터빈이 인스톨 된 모습

복귀한 뒤 새 터빈 교체를 알아보던 중, 기존 셋팅에 사용된 파츠의 노후화도 꽤나 이루어진 것을 발견했다. 결과적으로 전부 교환하기로 하고 터빈도 기존보다 작은 사이즈이지만 컨트롤이 쉬운 터빈으로 바꾸기로 했다.

현대차 마이티 순정 터빈으로 알려진 TD05H 계열의 14G 터빈을 사용하기로 했다. 제네시스 쿠페 2.0 모델을 타는 이들 대다수는 출력을 올리기 위해서 순정 터빈보다는 큰 사이즈로 종종 교환한다.

마이티 순정 터빈인 14G가 금액적으로도 저렴하고 300마력 언저리까지 나오는 흔히 말하는 국민 셋팅의 터빈이다.

출처: Instagram @visualemotion_automotive

연식이 오래된 차량인데 기존 튜닝이 진행돼 유지보수가 순정 모델보다 어려운 점이 있지만, 기자는 소유하는 동안 타 차종 대비 저렴한 금액으로 300마력대의 FR 스포츠 쿠페를 수동 변속기로 즐긴 셈이다.

지금도 2.0 중고 매물로 14G 터빈으로 튜닝 된 300마력대 제네시스 쿠페를 600만~8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만약 튜닝 차량의 유지보수가 부담스럽다면 순정으로도 200마력대 후반의 3.8 모델을 구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제네시스 쿠페는 한국 모터스포츠의 FR 차량 보급을 늘리는 발판이 되었고, 드리프트 장르를 개척한 주역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중고 매물에서 현존하는 개체수가 점점 적어지는게 아쉬울 뿐이다.

한 줄 평

장점: 가장 저렴하게 입문할 수 있는 수동변속기 후륜 스포츠카

단점: 이제는 중고 시장에서 좋은 컨디션의 차량을 만나보기 어렵다

이재웅 에디터 jw.lee@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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