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산과 숲이 일상이 되는 집. 손을 거쳐 완성된 이 집은 '비움'을 통해 채움의 가치를 재해석한 공간이다.
고요한 마운틴 뷰를 배경으로 한 이 30평 규모의 주택은 은퇴 부부의 삶의 속도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는 철학, 그 중심에는 "여백을 남기는 디자인"이 자리하고 있다.
현관에서 시작되는 여정

현관을 열면 가장 먼저 돌 바닥이 느껴지는 차가운 질감이 공간의 시작을 알린다.

그러나 이내 나무 바닥으로 바뀌는 경계에서 부드러운 전환이 일어나고, 여행에서 모은 기념품들이 놓인 오픈 수납장이 집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사각형 교환 의자와 전신 거울을 활용한 공간 구성은 그 자체로 실용성을 넘은 따뜻한 환영이다.
거실을 품은 산의 풍경

거실은 자연 소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흰 앙그라 스톤과 원목이 어우러진 캐비닛, 그 사이에 얹힌 청록색 유리 그림이 깊은 산의 풍경을 추상적으로 담아낸다.

TV 벽 하단의 알루미늄 프레임과 흰색 배경의 대비는 시선을 정돈시키고, 은퇴 부부가 아끼는 노래방 기기가 특별한 존재감을 갖는다. 이 모든 요소는 자연의 고요함과 사람의 흔적이 균형을 이루며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책과 사색이 머무는 서재

서재는 거실과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연결되며, 북적이지 않지만 풍성한 감도를 지닌 공간이다. 남편의 책장이 벽 한켠을 가득 채우고 있고, TV 벽과 이어지는 나무 백판은 실내외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잇는다.

공간 전체를 따라 이어지는 흰 수납장 라인은 복도를 따라 확장되며 모든 설비를 숨겨주는 동시에 미니멀한 분위기를 강화한다.
주방과 다이닝, 일상의 흐름을 담다

천장의 나무 패널이 자연스러운 동선의 흐름을 유도하는 주방. 이곳은 슬라이딩 유리문을 활용한 반개방형 설계로 주방과 거실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구분한다.

흐릿한 베니어 질감이 적용된 유리문은 시각적인 재미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고, 회색 톤의 다이닝 공간은 일본식 원목 그릴과 석재 질감의 조화로 선적인 평온함을 전한다. 커피 머신이 놓인 사이드보드 위 작은 여백도 소중한 일상의 일부다.
스톤과 패브릭, 안정을 채운 침실

마스터 침실은 단단한 스톤 질감이 부드러운 그레이 패브릭으로 치환되며 한층 안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납장도 공간의 연속성과 통일감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시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정돈된 느낌을 준다. 흐르는 듯한 패널의 리듬이 만들어낸 내부 풍경은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히 평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