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침수지역을 年 600만명 찾는 ‘런던관광의 중심지’로
戰後 ‘영국 살리기’ 계획 따라 건설… 홀-갤러리 등 추가 예술복합단지로
연중 24시간 로비개방, 공연 줄이어… 문화도시 런던의 자부심도 ‘우뚝’

영국의 수도 런던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템스강 남동쪽 유역의 사우스뱅크 지역이다. 대관람차 런던아이와 유람선 선착장에 관광객이 길게 줄을 서고, 온갖 거리공연자가 볼거리를 선사한다. 강 건너엔 국회의사당의 시계탑 빅벤을 비롯해 런던의 스카이라인이 위풍당당하게 펼쳐진다. 본디 이곳은 겨울마다 템스강의 범람으로 침수가 거듭되던 지역이었다.
1948년 클레멘트 애틀리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새 정부는 3년 뒤 ‘브리튼 페스티벌’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전쟁으로 지친 영국에 활력소를 선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개최지로 공장이 난립하고 폭격의 상흔도 채 지워지지 않은 런던 사우스뱅크 지역이 선택됐다.
강변의 공장들을 철거하고 수많은 축제용 임시 건물을 세웠다. 그중 단 하나의 건물은 축제의 추억을 오래 간직할 공간으로 지었다. 2900명을 수용하는 콘서트홀인 ‘로열 페스티벌 홀’이었다.
1951년 5월 3일,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새 콘서트홀이 문을 열었다. 개관 콘서트에 참석한 한 기자는 “아름다운 홀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나를 미래로 데려다주는 것 같았고 다른 행성에 온 기분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모든 참석자들의 감회를 대변한 말이었다. 로열 페스티벌 홀은 침수를 막기 위해 지반을 높여 로비가 2층에 있다. 1940년대에 설계된 건물로는 드물게 로비 전면이 유리로 덮여 넓고 시원한 조망을 선사한다. 바로 앞 강변의 보도를 오가는 사람들, 유유히 흐르는 템스강과 유람선, 강 저편의 건물들이 풍경화첩처럼 내려다보인다.
1967년에는 바로 옆에 900여 석 규모의 중간 규모 음악회장 ‘퀸엘리자베스 홀’과 370석의 ‘퍼셀 룸’이, 이듬해에는 전시장인 ‘헤이워드 갤러리’가 들어서 로열 페스티벌 홀과 함께 공연 전시 예술 콤플렉스인 ‘사우스뱅크 센터’를 이루게 됐다.
이후에도 로열 페스티벌 홀은 끊임없이 변화했다. 1983년 런던시는 “로열 페스티벌 홀의 로비를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인파가 오가는 길목 바로 코앞의 로비는 시민에게 늘 열려 있는 쉼터가 됐다. 무료 전시회와 런치 콘서트, 재즈와 소규모 앙상블의 연주가 끊이지 않는다.
2005년, 반세기가 넘은 로열 페스티벌 홀은 2년간의 음향 개선 공사에 들어갔다. 벽면과 의자 마감재들이 교체됐고 좌석 수를 줄여 음향 반사 공간을 늘렸다. 1951년 건축비가 200만 파운드였던 데 비해 리모델링 비용은 그 50배인 1억 파운드가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부담이 큰 액수였다.
해결책은 있었다. 1층 보도와 접한 공간이 식당으로 변했다. 임대료로 공사비를 회수하겠다는 착상이었다.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새 식당들은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고 늘 인파로 북적이면서 로열 페스티벌 홀의 매력은 한층 높아졌다. 음향 개선 공사로 연주가들에게도 더욱 환영받았다.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현대 악기와 옛 악기를 적절히 결합한 ‘시대연주’ 콘셉트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계몽시대 오케스트라’가 이곳을 터전으로 활동하고 있다.
퀸엘리자베스 홀 외에 퍼셀 룸, 헤이워드 갤러리를 포함해 매년 사우스뱅크 센터에서 열리는 유료 공연은 2000건이 넘는다. 무료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도 2000건 이상이다. 사우스뱅크 센터는 전체 방문객이 매년 600만 명을 넘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예술 복합단지’로 자리를 잡았고 문화도시 런던의 자부심과 매력을 높여주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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