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최윤범, 친구 회사에 수천억 투자” vs 고려아연 “절차상 문제 無”

영풍, 고려아연 상대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재판부 “11월 20일까지 서류 내라” 그 무렵 결정

영풍이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심문이 2일 열렸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친구가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사모펀드에 약 6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등 경영상 문제가 있어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는 절차상 문제가 없으며, 영풍이 회계장부 열람을 신청한 것은 경영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대적 인수합병(M&A)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김승정 부장판사)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영풍은 MBK와 손잡고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1주를 75만원에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그러면서 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과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 측은 회계 열람 가처분을 신청하는 이유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 ▲이그니오 홀딩스(Igneo Holdings, LLC)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의혹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혐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의혹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날 심문에서 영풍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두 달 뒤에 설립됐는데, 펀드 운영자는 최 회장과 친구이고 사모펀드를 운영한 경험이 없다”며 “이사회 의결 없이 여기에 몇천억원을 투자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는 투자 금액이 자본 총액 2.5% 미만이라 법에 따라 대표이사 전결 범위 내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사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여유자금을 투자한 것이고 일부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부당하다고 의심할 수 없다”며 “현재 이익 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청산 때 이익이 날 것”이라고 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2022년 5800억원에 인수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업체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해 “2021년 12월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상태이고 사무실 없이 공유 오피스를 쓰는데도 5800억원에 인수했다”고 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이그니오홀딩스는 전자폐기물에서 금·은·동 같은 중간재를 추출해 판매하는 도시광산 기업”이라며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채권자(영풍) 이사진도 (투자에) 찬성했다”고 했다.

아울러 영풍은 고려아연의 인테리어 공사를 맡고 있는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 대표를 최 회장 처형이 맡고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적대적 M&A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부당한 목적으로 회계장부 열람을 신청한 만큼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회사업무 운영이나 주주 공동 이익을 해치거나 주주가 회사의 경쟁자로서 취득한 정보를 경업에 이용할 우려가 있거나, 회사에 지나치게 불리한 시기를 택해 행사하는 경우에는 회계장부 열람·등사가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이번 한 번으로 심문을 마치고, 다음 달 20일까지 양측의 추가 의견과 서류를 받겠다고 했다. 결정은 그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