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타니 쇼헤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50홈런 50도루에 도전한다(47홈런 48도루). 이 활약으로 '지명타자 MVP'까지 노린다. 우리는 공격에 전념하는 오타니가 어느 정도의 타자인지 직접 목격하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오타니는 재활 중인 투수이기도 하다. 작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올해 투구 훈련은 복귀를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다. 즉, 오타니의 몸상태는 100% 완벽하지 않다.
당초 투수 오타니는 내년은 돼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팔꿈치 수술 회복 기간을 감안하면 올해 마운드에 서는 건 무리였다. 다저스도 이 사정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투수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복귀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인터뷰가 불을 지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포스트시즌에 투수로 나오는 일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고 답했다. 지난달 브랜든 곰스 단장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그가 던지는 경기는 없다(There’s no world where he’s pitching for us this postseason)"고 일축한 바 있는데, 로버츠 감독이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토미존 수술이 아니다
2018년 오타니는 팔꿈치 내측측부인대가 손상됐다. 그리고 그 해 9월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오타니가 투수로 돌아온 건 693일이 지난 2020년 7월27일이었다. 다만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개막을 늦게 했다. 실제 경기를 치른 건 약 22개월 만이었지만, 재활 기간은 18개월 정도였다. 일반적인 토미존 투수의 공백기다.
지난해 오타니는 다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닐 엘라트라체 박사에 의하면 보통 토미존 수술은 10년 뒤에 이상징후가 찾아온다(엘라트라체는 이 분야 권위자로, 2018년 오타니의 토미존 수술을 집도한 인물이다). 류현진도 2004년 첫 토미존 수술 이후 2022년까지 18년을 버텼다. 그런데 오타니는 5년 만에 인대가 손상된 것이다. 강속구를 중심으로, 많은 회전이 걸리는 스위퍼를 구사한 피칭이 부상을 가속화했다.
팔꿈치 내측측부인대 손상은 토미존 수술이 요구된다. 하지만 오타니 측은 즉답을 피했다.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도 "팔꿈치 수술"로만 알려줬다.
토미존 수술은 현대 의학 기술 발달에 힘입어 크게 세 갈래로 나눠진다.
전통적인 토미존 수술은 다른 부위의 인대를 대신 접합하는 방식이다.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많이 선택하는 수술법이다. 그러다 최근에는 내부 부목(internal brace)을 이용해 다친 인대를 복원하고 강화하는 수술법이 개발됐다. 콜라겐으로 코팅된 내부 부목이 별다른 이질감없이 인대의 자연 치유를 돕는다.
마지막 한 가지는 전통적인 토미존 수술과 내부 부목 삽입을 혼합하는 형태다. 인대 이식 후 내부 부목을 가져다 대면서 보다 견고한 회복을 추구한다. 주로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선수들에게 권장된다.
엘라트라체 박사를 비롯해 저명한 외과의 키스 마이스터도 내부 부목이 새 인대를 더 탄탄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세 번째 방식을 지지했다. 이에 제이콥 디그롬(텍사스)과 루카스 지올리토(보스턴) 스펜서 스트라이더(애틀랜타) 등 많은 정상급 투수들이 이 수술을 받았다. 오타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부 부목을 이용한 팔꿈치 수술은 기존 토미존 수술보다 복귀가 빠른 점이 특기할만하다. 회복 기간이 3~6개월 정도 짧아 선수들이 더 선호한다. 반면 최신식 수술이라서 사례가 적다는 건 지켜봐야 될 부분이다. 선수마다 받아들이는 차이가 있다. 일단 작년 6월에 같은 수술을 받은 디그롬은 지난 주말 15개월 만에 복귀했다.
어디까지 준비됐나
투수로 또 한 번 제동이 걸렸지만, 투타겸업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오타니는 타자로서 정규시즌 일정을 수행하면서 투수 재활 훈련도 차근차근 진행했다. 시즌 초반 가벼운 캐치볼로 몸을 풀기 시작했고, 당시 구속은 80마일 정도였다.
투수 재활은 크게 5단계로 구성된다. 캐치볼과 롱토스, 불펜 피칭, 라이브 피칭에 이어 마지막 실전 등판(리햅)이다. 5월말 마크 프라이어 투수 코치는 "롱토스의 강도를 높이면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타니는 8월말에 수술 후 처음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졌다. 던진 공은 10개였지만, 마운드에 오른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진척이었다. 참고로 오타니는 그 전날 최소 경기 40홈런 40도루 시즌을 끝내기 만루포로 완성했다.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바로 다음 날에 불펜 피칭을 재개한 것이다. 이 모습을 두고 클레이튼 커쇼는 "믿을 수 없다"며 놀라워했다.
이때만 해도 투수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복귀설은 논의되지 않았다. 일주일마다 불펜 피칭이 예고됐을 뿐이었다. 시즌 후반 타자를 세워두고 공을 던지는 라이브 피칭을 한 뒤, 오프시즌에 몸상태를 끌어올려 내년에 복귀하는 것이 목표였다.
지난 주말 오타니는 6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투구 수는 25구였다. 구속이 93마일까지 올라온 점도 고무적이다. 이대로면 조만간 라이브 피칭 훈련에 돌입할 수 있다.

오타니가 재활 속도를 높이면서 포스트시즌 투수 복귀설이 불거졌다. 부상 투수는 대개 마이너리그에서 리햅 등판을 하고 오는데, 마이너리그가 정규시즌 일정이 종료됐다. 간혹 리햅 등판 없이 곧바로 복귀하는 투수도 있지만, 그건 부상이 가벼운 경우다. 오타니처럼 재활 기간이 긴 투수는 리햅 등판이 필수적이다. 오타니가 포스트시즌에 투수로 나온다는 건 이 과정을 생략한다는 뜻이다.
다저스는 왜?
원래 다저스는 오타니의 연내 복귀를 고려하지 않았다. 오타니를 투수로 쓰지 않기 위해 마운드 보강을 착실하게 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부상자가 끊이지 않으면서 계획이 흐트러졌다. 당장 포스트시즌 선발진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도 고민이다.
불펜도 물음표다. 전체적인 성적은 준수하다. 불펜 평균자책점 3.59는 리그 3위, 전체 5위에 해당한다. 경기 후반에 내보낼 투수들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감되는 안정성은 떨어진다. 실제로 다저스 불펜의 후반기 성적은 전반기에 미치지 못한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3.91은 전체 13위로 중간 수준이다. 피칭 내용을 가늠하는 탈삼진 볼넷 비율은 전체 19위(2.64) 투수 개인 능력으로 계산되는 FIP도 전체 17위(4.04)였다. 후반기 불펜 FIP 1위 샌디에이고(3.04)와 대비된다.
마무리를 찾지 못하는 점도 불안하다. 기존 마무리 에반 필립스가 이전 같지 않다. 지난해 62경기 24세이브/3블론 평균자책점 2.05였지만, 올해 55경기 18세이브/4블론 평균자책점 3.78이다. 좌타자 상대 피OPS가 0.828까지 오를 만큼 약점이 뚜렷해졌다.

다저스는 필립스가 흔들리면서 집단 마무리 체제에 들어갔다. 경기 상황에 따라 마무리 투수가 달라진다. 그러면서 올해 다저스는 무려 투수 12명이 세이브 하나씩을 기록했다. 뉴욕 메츠(10명)와 밀워키, 탬파베이(이상 11명)를 넘어서는 이번 시즌 최다 인원이다.
집단 마무리는 투수 한 명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나눠 가진다. 기량이 떨어진 마무리를 굳이 고수하지 않아도 된다. 유연한 대처는 변수가 산재하는 포스트시즌에서 더 중요하다.
관건은 로버츠 감독의 불펜 운영이다. 로버츠 감독은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했다. 투수 교체는 결과론에 입각하지만, 과정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마무리가 고정되지 않은 채 불펜 운영을 하면 경우의 수는 더 복잡해진다. 로버츠 감독이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다저스는 뛰어난 불펜 투수들이 많아져야 한다. 로버츠 감독은 그 중 한 명으로 오타니를 염두에 두고 있다. 돌아오기만 하면 선택의 폭을 넓혀 불펜 전력을 두텁게 할 것이다.
다저스가 최대한 빨리 우승을 해야 하는 점도 포스트시즌 오타니의 투수 복귀를 부추긴다. 로버츠 감독의 불투명한 입지를 떠나서 다저스는 우승이 가장 필요한 팀이다. 올해 구축한 전력도 우승이 아니면 실패인 팀이다.
다저스가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우승 적기일 수는 없다. 주전들이 전성기에 있을 때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그래야 막대한 투자가 빛을 발휘한다. 장기 계약 선수들은 향후 몇 년간 팀에 남아있지만,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올해 샌디에이고와 애리조나의 거센 도전도 경각심을 고취시킨다. 시간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현지 반응은 엇갈린다.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전자는 오타니가 경기 후반 상대 팀 중심타자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지난해 WBC 대회에서 오타니와 마이크 트라웃의 승부로 그 분위기를 겪은 바 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오타니와 브라이스 하퍼, 월드시리즈에서 오타니와 애런 저지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그만한 화젯거리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위험성이다. 복귀가 너무 빠른 건 분명하다. 오타니가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급한 복귀를 지적하면 반박 논리가 취약하다.
<MLB네트워크> 진행자 그렉 암싱어는 분석가 클리프 플로이드가 "팔꿈치에 바로 이슈가 생기면 어떡하냐"고 묻자 "오타니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타니가 이번에도 불가능한 일을 해낼 것이라는 뉘앙스였다. <LA 타임즈> 필진 빌 플라스키(Bill Plaschke)도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불펜 등판이 왜 안 되냐'는 글에서 "그는 오타니 쇼헤이다!(He’s Shohei Ohtani!)"는 문장을 가장 많이 썼다. 그리고 "오타니는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글을 맺는다.
무책임한 주장이다. 회복이 빠른 수술이라고 해도 13개월 만의 복귀는 이례적이다. 수술 부위에 부담은 없다지만, 제대로 된 휴식 없이 타격까지 해온 선수다. 이 와중에 투수로서 이른 복귀가 정말 괜찮을지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오타니는 나올 수 있다고 하겠지만, 주변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을 해줘야 한다.
과연 오타니는 포스트시즌에서 투수로 나올 수 있을까. 만약 나온다면 다저스 불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포스트시즌 역사에 남을만한 장면도 연출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빠른 복귀보다 '완벽한 복귀'다. 그게 오타니의 투타 겸업을 오래 지킬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