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어디로] 형제가 내건 감액배당…'신의 한 수' 될까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 제공=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가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린 '감액배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제측(임종윤·임종훈)이 내건 주주환원책으로, 일부 소액주주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주총회가 오는 11월28일 열린다.

이번 임시주총의 주요 안건으로는 3자연합이 제안한 △정관 변경(이사회 정원 10→11명) △이사 2인 선임(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임주현 사내이사) 안이 있다. 한미약품그룹 안팎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안건이다. 형제 측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3자연합측이 장악하려는 의도의 안건으로, 결과에 따라 이사회 주도권이 변경될 수도, 변경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안건과 동시에 △자본준비금 감액 안도 안건으로 상정됐다. 형제측이 제안한 안건이다. 구체적으로 자본준비금 중 주식발행초과금에서 1000억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 후 이를 주주들에게 배당한다는 내용이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 한 안건이지만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액배당은 일반배당과 달리 배당소득세가 면제돼 세금 부담이 줄어들어 주주들에게 매력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일반배당은 지방소득세 포함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특히 한 해동안 금융소득을 합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49.5%의 세율로 종합과세된다. 반면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배당하는 경우 일반주주들이 받는 배당금은 배당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들은 줄곧 주주환원 확대를 제안해 왔다. 올해 중순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 대표는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만나 배당 주주환원을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형제가 이에 화답한 셈이다.

한미사이언스 현금배당성향 추이. /자료 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미사이언스의 최근 5년간(2019~2023년) 현금배당성향을 보면 △2019년 41.3% △2020년 57.2% △2021년 30.7% △2022년 19.3% △2023년 11.8%로 매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당기순이익이 2019년 307억원에서 지난해 1151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하는 동안 주당 200원의 현금배당을 유지해온 결과다.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들 중에서 감액배당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는 주주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임시주총 당일 표심에 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관변경과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의 경우 표대결로 이어질 전망인데, 감액배당 정책이 표대결에서 형제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정관변경은 주총 참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앞서 올 3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이 88%인 점을 감안하면, 3자연합은 정관변경을 위해 총 58.66%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3자연합(한양정밀 포함)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총 34.78%다. 공시상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총 48.13%다. 그러나 3자연합의 특수관계인으로 포함된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조카인 임진희·임종호·임종민 씨(총 지분 3.00%)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총에서 형제 편에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이 이번 임시 주총에서도 형제 편에 선다면, 3자연합의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총 45.13%로 줄어든다.

반면 형제가 보유한 지분은 20.94%, 특수관계인 포함 확보 지분은 29.07%다. 임 선대회장 조카들의 지분까지 합하면 32.07%다. 3자연합에 비해 열세인 셈이다. 지난 3월 정기 추종 참여 의결권을 감안했을 때 형제가 정관변경을 막기 위해서는 지분 29.33%만 확보하면 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소액주주 표까지 확보하면 안정적으로 3자연합의 경영권 공세를 막아낼 수 있게 된다.

감액배당은 주주환원책 중 상당히 흡입력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아 왔다.

감액배당을 가장 잘 활용해 온 곳은 '메리츠금융지주'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을 열어 자본준비금 2조15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배당가능이익이 2조1500억원 증가한 셈이다.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며 지난해 현금배당도 전년(127억원)보다 4356억원 증가한 4483억원을 결산배당했다. 주당 배당금을 105원에서 2360원으로 늘린 여파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꾸준히 주주환원을 확대하면서 증권가에서 '주주환원 명가'로 꼽히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열어 자본준비금 14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코로나19 시기 실적이 악화되면서 배당을 못했는데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자 통 큰 배당을 결정한 셈이다. 하나투어가 감액배당을 결정한 후 주주환원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이사회 개최 전 4만2000원대였던 주가는 3월 정기 주총 직전 7만원까지 올랐다. 하나투어는 3월 정기 주총에서 주당 5000원의 특별 배당을 확정했다.

형제가 내건 감액배당이 통과되면 1000억원이 배당가능이익으로 전환되면서 현금배당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미사이언스가 매년 현금배당에 사용한 금액이 133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유한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