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절단물, 결국 고철로 팔렸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선체 절단물이 고철로 매각돼 정부가 수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구조 및 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절단물 일부를 지난해 7월 고철로 처분해 약 8천7백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절단물의 총량은 258톤으로, 세월호 선내 구조물의 일부였다. 당초 정부가 참사의 진상 규명 과정에서 ‘증거로서 원형 보존’을 약속했던 만큼 이번 매각은 유족과 시민단체의 강한 비판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보존 지침 무시된 처분, 진상 규명 약속은 어디로
세월호 선체의 처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수립된 ‘세월호 선체 보존·처리 계획’에서 명확히 규정돼 있었다. 당시 지침에는 “절단물은 참사 원인 규명이 완료될 때까지 처분되어서는 안 되며, 향후 법적 증거로서 또는 추모적 의미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를 상징하는 절단물을 ‘국가적 기억의 유산’으로 지정해 기념관 구축이나 교육적 활용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들어 이 같은 방침은 사실상 무시됐다. 해양수산부는 절단물이 더 이상 보관 목적이 없다며 일반 폐기물 처리 절차에 따라 매각을 진행했다.

국회 자료로 드러난 고철 매각의 전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명구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2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총 936톤의 폐기물이 처리됐고, 이 중 258톤이 세월호 절단물이었다. 이 절단물은 객실, 화물창, 하역기기 등 세월호의 실제 구조물 일부이며, 선체 인양 및 수색 과정에서 잘려나간 일부였다. 해수부는 이를 일반 폐철로 분류해 공공 자산 처리 절차에 따라 경매 형식으로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절단물의 판매대금은 국고로 귀속돼 일반 세입으로 처리됐으며, 이 과정에서 약 8천7백만 원의 순이익이 발생했다. 결국 참사의 흔적이 ‘수익 자산’으로 변한 셈이다.

“증거를 팔아 이익을 본 정부”라는 비판 확산
강 의원은 이번 조치가 “정부 스스로 세월호 진상 규명의 의지를 무너뜨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외치던 정권이 정작 그 상징적 잔해를 돈으로 바꿨다”며 “과거에는 진상조사 명목으로 정치적 이익을 취하던 세력이 이제는 고철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관련 시민단체들도 “국가가 약속했던 피해자 존중 원칙을 저버린 행정 결정”이라며 정부에 사과와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절단물 중 일부가 여전히 세월호 원인 규명에 필요한 증거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상징의 훼손인가, 단순 행정 처리인가
정부 측은 이번 절단물 매각이 법적 절차상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세월호 선체의 주요 부분과 결정적 증거물은 이미 보존돼 있으며, 나머지는 장기 보관이 불필요한 잔여 구조물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보존 가능한 일부는 안산 세월호 추모시설에 이관됐으며, 나머지는 환경 기준에 따른 폐기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설명이 책임을 회피한 행정 논리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국민 정서상 세월호 관련 구조물은 단순한 폐자재가 아니라 국가적 비극의 흔적이며, 이를 이익 대상으로 처리한 것은 상징적 모독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진정성 있는 기억으로 남기자
세월호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회가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교훈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그 선체의 일부를 굳이 처분해 얻은 금전적 이익이 국민이 상처 속에서 지켜온 의미보다 클 수는 없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세월호의 기억이 상업적 또는 행정적 효율 속에 지워지지 않도록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 비극의 흔적마저 이익의 도구로 만드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신뢰를 지키는 행정으로 재정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