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가 원했던 한국산 잠수함이 결국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유럽연합의 거대한 안보 프로젝트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가 있습니다.
SAFE는 무려 1,500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220조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인데요, 상환 기간이 거의 50년에 달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폴란드가 이 자금에서 받을 수 있는 몫은 200억 유로, 약 29조원 규모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 자금을 받으려면 90%는 자국 내에서, 나머지 10%는 유럽 내에서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폴란드 재무부 차관 파벨 카르보브니크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바로 이 10% 자금을 오르카(Orka) 잠수함 3척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혀 한국산 잠수함 구입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폴란드의 잠수함 갈망
오르카 프로그램은 사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폴란드의 오랜 숙원사업입니다.

발트해에서 러시아의 위협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폴란드 해군의 수중전 능력 복원은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가 되었죠.
하지만 폴란드는 자체 잠수함 건조 능력이 없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폴란드는 한국의 KSS-III 장보고급 잠수함에 큰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한국의 잠수함 기술은 독일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 개발한 것으로, 성능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고,
특히 한국은 잠수함 수출 경험도 풍부해서 인도네시아에 3척을 성공적으로 수출한 바 있습니다.
EU 자금 조건이 만든 게임의 룰 변화
하지만 SAFE 자금을 활용하게 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유럽 내 구매 조건 때문에 한국은 자동으로 경쟁에서 제외되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만 남게 된 것이죠.
이는 폴란드에게는 달콤한 유혹이었습니다. 거의 무이자에 가까운 조건으로 50년간 상환하면 되는 자금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럽위원회는 이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고, 형식적이고 법적인 요건만 확인한다고 합니다.
이는 폴란드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돈 계산해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아
그런데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200억 유로의 10%는 20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2조 9천억원인데요, 최신 잠수함 한 척의 가격이 수억에서 거의 10억 유로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척을 모두 구매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SAFE 자금으로는 2척 정도만 구매가 가능하고, 나머지 1척은 다른 재원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SAFE 시스템도 다른 유럽 프로젝트처럼 공동 출자가 필요할 수 있어서, 실제로는 3척 계약 비용의 일부만 커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 간 협상이 핵심, 한국 완전 배제는 아직 확정 아냐
현재 오르카 프로그램은 정부 간 협상(G2G) 단계에 있습니다.

폴란드 국방부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지연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단계에서는 단순한 산업적 문제뿐만 아니라 전략적, 정치적 이슈들도 함께 다뤄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잠수함과 함께 순항미사일을 패키지로 구매하는 것은 제외될 수 있다는 미확인 보도가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잠수함만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미사일은 따로 선택하겠다는 뜻이죠.
하지만 잠수함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이 만든 잠수함에 폴란드가 나중에 고를 어떤 미사일이든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증명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 잠수함은 어떤 미사일과도 호환됩니다"라고 보장해야 한다는 거죠.
한국의 마지막 희망, 기술적 우위와 전략적 파트너십
한국이 완전히 게임에서 배제된 것은 아닙니다.
SAFE 자금 활용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폴란드 정부도 여러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잠수함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최근 강화되고 있는 한-폴란드 방산 협력 관계를 고려하면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K2 전차와 K9 자주포 수출에서 폴란드와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이는 잠수함 사업에서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기술 이전 의지와 장기적 파트너십 제안은 단순한 구매를 넘어선 전략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죠.
결국 오르카 프로그램의 최종 결정은 폴란드가 단기적 경제적 이익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택할 것인지에 달려있습니다.
30년 넘게 이어져온 이 사업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세계 방산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