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러시아 사이에 낀 폴란드의 길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략으로 시작했다. 그 이면에는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과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현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 간의 독·소 불가침 조약(일명 ‘나치·소비에트 협정’)이 있었다. 이는 ‘독일과 소련이 서로 싸우지 말고 동유럽 지역을 사이좋게 나눠 갖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에 따라 폴란드가 서부에서 독일군에 맞서 싸우는 동안 소련군이 폴란드 동부로 진격했다. 기진맥진해진 폴란드군은 결국 무너졌다. 사전에 공모한 대로 독일이 폴란드 서부, 소련은 동부를 각각 차지하며 나라가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동서 냉전이 끝나가던 1989년 폴란드에 비(非)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이어 1991년 옛 종주국 소련이 해체되며 비로소 완전히 자유로운 나라가 되었다. 공산주의와 러시아 문화가 지긋지긋했던 폴란드는 서방으로 눈길을 돌렸다. 폴란드계 주민이 많이 사는 미국은 정치권이 앞장서 폴란드를 자유주의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데 적극 나섰다. 미국의 후원 아래 폴란드는 1999년 체코, 헝가리와 더불어 옛 동구 공산권 국가로는 처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 2004년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도 얻었다. 함께 EU에서 활동하며 독일과 구원(舊怨)을 풀었다고는 하나 2차대전의 참혹한 기억 때문인지 폴란드인들 마음에는 여전히 앙금이 맺혀 있다. 폴란드와 독일 간의 과거사 문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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